투표거부 좌파 논리 과연 사실인가불리한 상황 피하기 위한 '자가당착'
  • “투표 문안에 우리들의 주장이 담기지 않았다.”

    오는 24일 주민투표를 거부하는 이들의 논리다. 이번 주민투표의 2가지 문안은 단계적 무상급식과 전면적 무상급식.

    투표를 발의한 서울시는 소득하위 50%까지의 단계적 무상급식을 주장하고 있다. 나머지 문안인 소득 상관없는 2012년까지의 전면적 무상급식은 곽노현 교육감의 서울시교육청의 주장이다.

    하지만 곽 교육감을 비롯한 투표거부 시민단체들은 곽 교육감은 전면적 무상급식을 주장한 적이 없다고 한다. 또 2014년까지 초중고 전체로 무상급식을 확대할 계획이기 때문에 2012년은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때문에 “어떤 투표문안도 선택할 수 없기 때문에 투표를 거부한다”는 논거를 펴고 있다.

    과연 진실일까?

    곽 교육감이 취임한 이후 그가 했던 말을 찾아봤다.

    곽 교육감의 지난 2010년 선거 공약집에는 “눈칫밥은 이제 그만! 무상급식 전면실시”라는 제하에 “2011년 초․중학교부터 무상급식을 실시하겠습니다”, “사업 평가 후 2012년부터 고등학교로 무상급식을 확대하겠습니다”라고 명시되어 있다.

  • ▲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이 내세운 선거공약. 이 공약집에는 2011년 초중학교에 이어 2012부터 고등학교까지 무상급식을 실시하겠다고 하고 있다.ⓒ자료사진
    ▲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이 내세운 선거공약. 이 공약집에는 2011년 초중학교에 이어 2012부터 고등학교까지 무상급식을 실시하겠다고 하고 있다.ⓒ자료사진

    또 작년 8월 17일 곽 교육감이 결재한 ‘친환경 무상급식 추진계획(안)’ 3페이지에서도 ‘3. 2011학년도 초등학교 무상급식 소요예산’ 제하에 “11학년도 초등학교 전면 무상급식을 실시할 경우 2,295억원 소요”라고 쓰고 있다. <아래 사진 참조>

    이 밖에도 곽 교육감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서 수 차례 자신이 ‘전면 무상급식’을 옹호하며 이를 추진하려 한다는 의사를 피력한 바 있다.

    <곽노현 교육감 ‘전면 무상급식 추진’ 취지 발언>

    ○ "최소한 초등학교는 내년부터 친환경 무상급식을 전면 시행할 수 있도록 예산안을 짤 생각"   - 10. 6. 6, 연합뉴스 인터뷰 中

    ○ “전면적 무상급식을 다만 교육감과 시의회가 밀어붙이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렇게 해서 주민투표 발의, 주민투표 청구 서명을 받고, 그것에 따라서 발의한다면 그것 자체는 문제가 안 되는 것이지요.…아, 저야 뭐 전면적 무상급식파의 승리다 이렇게 확신하지요.”    - ’11. 7. 14, CBS-R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인터뷰 中

    찾아본 결과 곽 교육감은 교육감 후보시절부터 당선 이후까지 지속적으로 ‘전면 무상급식’을 주장해 왔다고 볼 수 있다.

    곽 교육감이 자신의 무상급식 계획을 ‘전면적’이 아니라고 주장하면서 주민투표 문안을 문제 삼는 근거는 ‘2011학년도 초등학교부터 시작하여 2013학년도까지 단계적으로 초․중․고로 무상급식 확대’라고 하는 위 추진계획상의 내용이다.

    하지만 실제로 이것은 ‘각 급 학교별로 (소득기준을 적용하지 않고) 전면적으로 무상급식을 추진한다’는 의미일 뿐, 저소득층에서부터 순차적으로 급식범위를 확대해 나가는 ‘단계적’ 조치라고 볼 수 없다.

    “왜 우리가 연차별로 늘려나가는 것을 전면실시라고 이야기하는 거죠? 이것이 국어 어법에 맞습니까?”

    곽 교육감이 자신의 트위터에 남긴 말이다.

    ‘전면적’이란 단어를 국어사전에서 찾아봤다.

    ‘일정한 범위 전체에 걸치는’이라는 뜻이다. ‘초등학교라는 일정한 범위 내에서의 학생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무상급식’은 ‘초등학교 전면적 무상급식’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타당하다.

    곽 교육감은 자신의 계획을 ‘보편적 무상급식’이라고 표현하고 싶어한다. 하지만 ‘보편적’의 사전적 의미는 ‘모든 것에 두루 퍼지는 또는 널리 들어맞는’이다.

    즉 초․중․고 및 교육이 이루어지는 여타 모든 기관에서 예외 없이 실행될 때에나 그것이 ‘보편적’ 조치라고 불릴 수 있는 것이다. 예를 들면 유치원과 어린이집, 보습학원 등도 포함해야 한다는 말이다. 복지포퓰리즘 논란은 차치하고라도 현재로선 실현가능성도 요원한 ‘보편적 무상급식’이라는 용어를 투표 문안에 집어넣어야 할까?

    누가 국어 어법을 헷갈리고 있는지 자문해 볼 일이다.

  • ▲ 서울시교육청의 내부결제 문서. 이 자료에는 서울시교육청이 전면 무상급식을 추진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자료사진
    ▲ 서울시교육청의 내부결제 문서. 이 자료에는 서울시교육청이 전면 무상급식을 추진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자료사진

    특히 곽 교육감은 작년 12월 6일 "의무교육인 초·중학교 학생에 대한 친환경 무상급식은 내 공약이었다. 그리고 초중등 학교정책을 책임지는 교육감 선거에서 서울시민 다수가 지지함으로써 ‘시민적 합의’가 이뤄진 사항"이라고 주장한다. 이에 따르면 곽 교육감은 선거 당시 자신이 제안한 ‘무상급식 전면실시’에 대해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무상급식 주민투표 발의가 임박해지자 곽 교육감은 돌연 말을 바꿨다.

    주민투표 문안이 공개된 후인 지난 7월 29일, 서울시교육청은 “2010. 8. 17. ‘친환경 무상급식 추진 계획안’을 마련해, 소득 구분 없이 2011학년도에 초등학교, 2012학년도에 중학교에 대하여 매년 1개 학년씩 연차적으로 무상급식을 확대하여 2014년까지 친환경 무상급식을 단계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위 주민투표 문구가 자신들의 계획과는 전혀 다르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곽 교육감은 자신이 공약한 ‘전면 무상급식’이 ‘사회적 합의가 이뤄진 사항’이므로 주민투표가 필요 없다고 주장하면서도, 동시에 그 ‘전면 무상급식’은 자신의 주장이 아니라고 말하는 자가당착에 빠져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는 공약 당시에 ‘엄마의 마음을 담았다’며 전격적이고 혁신적인 이미지로 자신을 포장하기 위해 ‘전면 무상급식’을 주장하다가, 상황이 불리해지자 슬그머니 공약집과 추진계획 상의 ‘전면’이라는 표현을 부정하는 기회주의적 태도라고 볼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