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람시 진지론의 한국판 변형전략...희망-평화 등 투쟁이슈 계속 만들어 인터넷 장악
  • 부산에서 벌어진 세차례 희망버스 난동에 더해 좌파진영은 다른 국내 최고의 휴양지에서 대규모 시위를 준비하고 있다. 바로 제주도다.

    ‘어두운 그림자’ 몰려드는 제주도

    지난 5월 30일 21세기한국대학생연합(이하 한대련), KYC 한국청년연합, 나눔문화, 녹색연합, 문화연대, 민주언론시민연합(이하 민언련), 실천불교전국승가회, 언론소비자주권 국민캠페인(이하 언소주), 원불교사회개벽교무단, 전국농민회총연맹(이하 전농),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노총), 전국여성연대, 조국통일범민족연합 남측본부(이하 범민련), 참여연대, 평통사, 평화네트워크, 한국아나뱁티스트센터(KAC),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한국진보연대, 한국YMCA전국연맹, 환경운동연합 등 44개 좌파 단체는 제주도 강정마을에 건설될 ‘제주해군기지’ 건설 백지화를 위한 연대체 설립에 합의했다.

    이들은 ‘제주해군기지 건설 저지를 위한 전국대책회의(이하 해군기지 대책회의)’라는 연대단체를 설립한 뒤 제주도에 본격 개입하려 하고 있다.

    지난 6월 8일 서울 중구 정동 동양빌딩의 ‘레이첼카슨홀’에서 111개 단체(단체 대표 및 관계자 417명) 명의의 성명을 발표한 뒤 제주해군기지 건설 저지에 나서겠다고 공개선언 했다. 이들은 ‘제주해군기지 건설이 생태자연환경을 파괴하는 행동으로 주민동의 절차를 무시한 것’이라며 ‘기지건설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한 ‘평화의 섬 제주를 군사갈등과 패권경쟁의 섬으로 전락시킬 수 있다’며 ‘미국의 군사력 확장에 제주해군기지가 이용될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한 국제평화단체도 111개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 지난 6월 8일 좌파 진영은 111개 단체가 모여 '제주해군기지 건설 저지를 위한 전국대책회의'라는 단체를 만들고 7월과 8월을 총력투쟁 기간으로 선포했다. 이들은 심지어 해외단체들까지 끌어들이고 있다.
    ▲ 지난 6월 8일 좌파 진영은 111개 단체가 모여 '제주해군기지 건설 저지를 위한 전국대책회의'라는 단체를 만들고 7월과 8월을 총력투쟁 기간으로 선포했다. 이들은 심지어 해외단체들까지 끌어들이고 있다.


    이들 좌파단체 주장에 동조하는 이들은 ‘해군기지가 들어설 제주 강정마을은 올레 7길이 있는 곳으로 천혜의 자연경관을 자랑하는 곳인데 왜 파괴하느냐’고 주장한다. ‘세계 7대 자연유산 선정활동을 벌이고 있는 마당에 해군기지가 들어서면 이런 활동도 의미가 없다’는 주장도 한다.

    지난 6월 16일에는 모금활동도 벌였다.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 명의의 이 광고에는 제주해군기지 반대를 위한 광고비 모금, 플래카드 1개에 3만 원 씩 1,000여 개 플래카드 보내기 운동, 강정마을 주민 후원 명목의 모금, 해군기지건설 저지에 이미 투입된 ‘활동가’를 위한 텐트 100개 보내기 운동 등을 6월 24일까지 한다고 밝혔다.

    관련 단체의 사이트와 카페, 블로그 등에 따르면 제주해군기지 부지인 강정마을에는 2~3년 전부터 좌파 활동가들로 구성된 ‘개척자’라는 단체 회원들이 전입신고를 마친 후 공사를 방해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들이 주민들 사이에서 불화를 일으키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좌파 진영은 활동가들이 ‘제주 평화를 위해 헌신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강정마을 대책위 회원과 ‘개척자’들만 있다면 공권력을 투입하면 된다. 하지만 최근 이 지역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부산이 세 차례에 걸친 ‘희망버스’로 난장판이 된 사이 ‘해군기지 대책회의’는 지난 7월 1일 배를 빌려 회원 100여 명을 태우고 제주로 향했다. 이들은 배에 ‘평화 크루즈’라는 이름을 붙이고 자신들이 제주를 방문하는 7월 1일부터 2일까지를 ‘해군기지 건설 백지화 촉구 전국시민행동의 날’로 선포했다.

  • 지난 7월 1일 인천항을 출발해 제주해군기지를 방문했던 '평화크루즈' 선전 자보.
    ▲ 지난 7월 1일 인천항을 출발해 제주해군기지를 방문했던 '평화크루즈' 선전 자보.

    이들은 제주 강정마을을 방문해 ‘해군기지 백지화’를 주장하고 제주시청 앞에서 ‘시가행진’을 벌였다. 오후 7시30분엔 다시 강정마을로 돌아와 촛불집회를 가졌다. 행사 당시 김희순 참여연대 간사는 “대책회의 출범 이후 꾸준히 제주 강정마을을 방문해 왔지만 집중적으로 방문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앞으로) 전국에서 모여 강정마을에 해군기지를 강행하고 있는 해군과 제주지사를 규탄하게 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노무현 정권이 결정한 후보지가 ‘강정마을’

    ‘해군기지 대책회의’를 중심으로 한 좌파 진영은 ‘제주해군기지가 평화를 위협하고 자연환경을 파괴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우리가 ‘제주해군기지’라고 부르는 신항만의 정식명칭은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이다.

    해군과 정부는 2014년까지 7,000억 원을 투입해 전투함 20여 척과 15만 톤급 크루즈선 2척이 동시에 정박할 수 있는 49만㎡ 규모의 ‘민·군 복합형 관광미항’으로 건설하려 했다. 항만의 상주 인원은 장병과 가족을 포함해 7,500여 명 정도 된다.

    제주 해군기지 필요성은 1993년 해군본부 합동참모회의에서 처음 제기됐다. 남중국해와 말라카 해협을 지나는 우리나라 자원 수송 항로의 안전을 확보해야 한다는 논리였다. 하지만 후보지 선정 과정에서 논란이 계속됐다. ‘민관복합미항’의 당초 예정지는 화순항이었다. 하지만 화순주민들과 좌파 진영의 반대로 다른 후보지를 찾게 됐다. 이에 제주 지역 몇몇 마을이 ‘해군기지 유치’를 희망했다. 2006년 5월 18일 인터넷 매체 <제주의 소리>는 “남제주군 남원읍 위미지역 주민들이 해군기지 유치에 적극 나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보도했다.

    당시 보도에 따르면 “해군기지 위미지역 유치추진위원회(공동위원장 김봉규·김영근, 이하 해군기지추진위)는 17일 오전 10시50분 남제주군청 소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같이 밝혔다”고 한다. 위미리 주민들은 이때 “남원읍은 특별한 관광자원이 없을 뿐 아니라 제주도의 개발계획에도 제외돼 있다”며 “이에 따라 대승적 차원에서 지역의 혁신적인 발전과 후손들의 번영을 위해 해군기지를 유치하고자 한다”고 전했다.

    위미리 해군기지 추진위원회는 언론에서는 해군기지가 특정지역으로 선정된 듯한 인상을 주는 용어를 자제하고 중립적 표현인 '제주해군기지' 용어를 사용해줄 것과 해군기지와 관련된 직접적 이해당사자는 지역주민이기에 외부단체나 세력이 위미 지역의 유치활동에 왈가왈부하며 간섭이나 개입을 하지 말 것, 지역 국회의원, 도지사 후보를 포한함 지역 도의원 후보들은 남원읍 전체의 여론에 귀를 기울여 적극적인 지원을 해달라는 요구사항을 발표했다.

  • 제주해군기지 완공 시의 모습. 좌파 진영이 건설을 반대하는 제주해군기지의 공식 명칭은 '민군복합미항'이다.
    ▲ 제주해군기지 완공 시의 모습. 좌파 진영이 건설을 반대하는 제주해군기지의 공식 명칭은 '민군복합미항'이다.

    이 같은 위미리 주민들의 요청이 알려지자 다른 지역도 ‘유치위원회’를 만들었다. 제주 서귀포시 강정마을도 유치위원회를 만들어 ‘유치 건의서’를 제출했다. 당국은 평가 끝에 2007년 6월 강정마을에 해군기지를 건설하기로 결정했다. 이같은 결정은 좌파정권인 노무현정부의 주도로 결정된 사안이다.

    이후 정부는 해군기지 건설을 ‘민관복합시설’로 건설하기로 결정하고 총리실의 조율 아래 국토해양부, 행정안전부, 국방부가 함께 짓는 ‘국책사업’으로 승격시켰다. 당시 예상 사업비는 7,000억 원. 강정마을 주민들에 대한 지원금은 별개였다. 또한 2007년 2월 통과된 ‘제주특별자치도 특별법’을 일부 개정해 법률로 강정마을을 지원할 수 있도록 고쳤다.

    노무현 대통령은 2007년 6월 22일 제주에서 열린 평화포럼에 참석해 “제주 해군기지는 국가 안보를 위한 필수 요소”라고 강조했다. 좌파정권 수장 노무현 대통령으로선 모처렁의 명언도 남겼다.

    "평화의 섬에 왜 군사기지가 있느냐고 하는 분들이 있는데 비무장 평화는 미래의 이상이고 무장 없이 평화를 지킬 수 없다. 국가 없이 평화를 지킬 수 없고, 무장 없이 국가를 지킬 수 없다."
    "반대하는 분에게 국가가 필요로 하는 필수적 요소라고 말하고 싶다. 제주해상에 어떤 사태가 발생했을 때 예닐곱 시간 걸리는 남해안에서 올 수 있느냐? 제주를 지키는 데도 해군력이 필요하다."
    "예방적 군사기지라고 볼 수 있다. 국방력 없이는 사회를 유지할 수 없다, 너그럽게 봐달라."
    "제주해군기지는 바다로부터 손상될 수 있는 국민의 자존심 훼손을 막기 위한 것이다."

    당시 총리 또한 제주해군기지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후에도 강정마을과 제주도를 지원하기 위한 법적·행정적 절차는 계속 진행됐다.

    그로부터 4년이 지난 2011년 7월. 제주해군기지 공사는 중단된 상태다. 강정마을 입구에는 ‘해군기지 결사반대’와 같은 현수막이 걸려 있고 기지건설에 반대하는 좌파 활동가들은 공사차량을 가로 막으며 방해하고 있다.

  • 제주해군기지 건설현장 입구에는 이런 현수막이 설치돼 있다. 좌파 진영은 이런 현수막 1,000장을 강정마을로 보낼 예정이다.
    ▲ 제주해군기지 건설현장 입구에는 이런 현수막이 설치돼 있다. 좌파 진영은 이런 현수막 1,000장을 강정마을로 보낼 예정이다.

    해군기지 공사현장 주변에는 천막이 쳐져 있다. 천막에는 일상생활에 필요한 가재도구와 회의시설이 설치돼 있다. 올레길로 가는 길목엔 해군기지 건설을 비난하는 설치물이 있다. 이 지역은 항만 공사 예정지로 땅 주인은 국방부다. 하지만 좌파 활동가 30여 명이 이곳을 차지하면서 공사는 지지부진이다. 당초 예상했던 공사비는 7,000억 원이었지만 해군기지사업단 측은 9,000억 원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2010년 말 공사가 시작되면 반대 운동도 수그러들 것으로 예상했지만 이는 착각이었다. 그동안에는 강정마을 주민과 소수의 ‘활동가’ 중심으로 ‘반대투쟁’을 하다 지난 3월부터 서울, 인천 등에서 몰려든 좌파 활동가들이 아예 주민으로 전입신고를 하고 합류했다고 한다. 이들은 공사 차량 앞에 누워 공사장 진입을 가로막고, 바지선의 준설 작업을 방해했다.

    이들 때문에 해군기지 공사는 방파제용 테트라포드와 케이슨(방파제 구조물)만 제작한 상태에서 6월부터 중단됐다. ‘환경단체’들의 주장에 따라 희귀 수중생물의 입식을 위한 조사만 진행하고 있다. 이들 때문에 지금까지의 공정률은 14%에 불과하다. 공사 중단으로 한 달 낭비되는 비용은 60억 원 수준이다.

    좌파 진영이 제주와 부산을 노리는 이유

    좌파 진영들은 지난 7월 초부터 공세의 수위를 높이기 시작했다. 지난 15일에는 강정마을 대책위원장 등 3명이 공사를 방해한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다. 좌파 진영은 이에 굴하지 않고 지난 18일 ‘해군기지 건설저지 7·8월 비상 투쟁’을 선언했다. 지난 25일엔 좌파 성향의 5개 야당이 공사 현장 인근에 천막을 치고 초·중·고교생을 대상으로 ‘강정평화캠프’를 열어 선전-선동전을 강화하기 시작했다.

    이들이 4년 동안 잠잠하다 올해 여름부터 공세의 수위를 부쩍 높이는 이유는 뭘까. 좌파 진영은 표면적으로는 ‘제주에 해군기지를 건설할 경우 미군의 핵추진 항공모함과 핵잠수함 기지로 사용될 것이다. 따라서 중국과의 무력충돌 가능성이 극도로 높아진다’고 주장한다.

  • 좌파 야당 정치인들이 제주해군기지 저지 측의 의견을 듣고 현장을 방문했다. 이중 대부분은 '희망버스'에도 참여했다.
    ▲ 좌파 야당 정치인들이 제주해군기지 저지 측의 의견을 듣고 현장을 방문했다. 이중 대부분은 '희망버스'에도 참여했다.

    미군 항공모함과 잠수함이 제주해군기지에 기항하게 되면 중국이 이를 자국에 대한 위협으로 간주해 공격하겠다고 협박할 것이고, 제주 지역은 관광과 투자 유치를 못해 피폐해질 것이라는 이유를 대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주장은 설득력이 높지 않다. 2010년 북한의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도발 이후 美태평양함대 항공모함과 이지스 구축함이 중국이 ‘내해(內海)’라고 주장하던 서해에서 연합훈련을 했다. 하지만 중국 공산당 정부는 항의 성명 외에는 실제적인 군사적 저항은 하지 않고 있다.

    좌파 진영의 움직임을 잘 아는 이들과 제주해군기지 건설을 촉구해 온 단체 관계자들은, 이들이 노리는 것은 내년 총선-대선을 노린 지역분쟁 이슈 만들기라고 분석하고 있다. 부산에선 고공 크레인에서 농성중인 김진숙 민노총 지도위원을 이른바 '열사'로 만들어 가는 전략을 추진중이며, 제주에선 신부-수녀-목사-승려-외국인 등을 전면에 내세워 '효선-미순 촛불시위→'광우병 촛불난동'→'반값등록금-무상급식 복지 포퓰리즘 선동'→'부산 김진숙 열사화책동'으로 이어지는 '투쟁전선'의 외연을 넓히려 한다는 것이다.

    부산과 제주는 대표적인 국내 휴양지다. 부산은 송정, 해운대, 광안리, 송도, 다대포 등의 해수욕장이 즐비해 있고 고속선만 타면 50분 만에 대마도 여행까지 가능한 휴양지다. 여름철 부산에 몰리는 인파는 300만 명이 넘는다. 제주는 1년 내내 관광객이 몰리는 국내 최고의 휴양지다. 여름철에도 바닷바람이 불고 해안도로는 최고의 드라이브코스 중 하나라 가족여행, 커플여행지로 제 격이다. 반면 두 곳 모두 도로망이 좁고 경찰 인력이 부족하다.  이곳에서 1만 명 이상이 몰리는 대규모 불법시위가 벌어질 경우 지역 경찰력으로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지역 주민은 물론 휴가객까지 큰 불편을 겪게 된다. 부산 '희망버스 난동'을 막기 위해 실제로 전국에서 경찰병력이 부산으로 이동했었고, 부산시민과 휴가객들이 많은 불편을 겪었다.

    이들은 이런 소동을 통해 그들이 원하는 '이슈'를 정치쟁점화 하고, 이를 인터넷상에 무차별적으로 퍼트리는 선전-선동전을 수행하는 과정을 착착 밟아가고 있다. 부산 영도 고공 크레인에 참호를 파고 '희망'이란 가장막을 두른 진지를 구축하는 데 성공한 좌파진영은 이제 제주에 '평화'란 가장막을 두른 또 다른 진지 구축에 전력을 쏟아 부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탈리아 공산혁명 전략가 안토니오 그람시가 주창한 '진지전 이론'의 한국적 변형판이 지금 부산에 이어 제주서 착착 구체화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