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정배의 구역질나는 위선

    본 회퍼와 볼테르 입에 올리면서 '미친 운전자' 김정일에 대해 침묵하고, 비판언론 탄압 정권에 몸담아

    강철군화(조갑제닷컴 회원)



    천정배 민주당 최고위원이 프레시안과 인터뷰를 했다. 비슷한 성향의 정치인과 인터넷 매체가 만나서 한 얘기에 대해 일일이 왈가왈부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두 가지는 얘기해야겠다.

    이명박이 히틀러인가?

    하나는 천정배가 나치에 저항했던 본 회퍼 목사에 대해 언급한 대목이다. 스스로 기독교 신자라고 말하는 그는 본 회퍼가 "미친 운전자가 운전을 해서 많은 사람을 치어 죽이고 있을 때 그 사람을 끌어내는 것이 사랑이지, 그 사람이 그렇게 하도록 내버려두는 것은 진정한 의미의 사랑이 아니다"라는 말을 인용하면서 "이명박 정권, 확 죽여버려야"운운했던 자신의 입장을 두둔했다. 그런 자신의 벌거벗은 분노를 '공적 분노'라는 말로 포장하면서 말이다.

    본 회퍼가 말한 '미친 운전자'는 히틀러였다. 그렇다면 이명박이 히틀러에 비견할만한 독재자란 말인가? 지금 대한민국이 나치체제와 같은 전체주의 체제란 말인가?

    만일 그렇게 생각한다면 천정배는 대통령에게 그런 인격모독적인 독설을 퍼부은 자신이 지금 아우슈비츠의 개스실이 아니라 여의도 의사당에 있을 수 있는 이유부터 설명해야 할 것이다.

    아무리 천정배가 야당 의원이고, 이명박을 증오한다고 해도, 대한민국의 대통령을 히틀러에 비유하는 것은 망발이다. 자살한 노무현의 비리 연루 사실을 입에 올리기만 해도 "패륜적 망언"이라며 펄펄 뛰는 자들이, 현직 대통령에게는 갖은 패륜적 망언을 서슴지 않는 것은 정말 웃기는 작태가 아닐 수 없다.

    진짜 '미친 운전자'에게는 침묵

    그리고 지금 한반도에서 제일가는 '미친 운전자'는 누구인가. 바로 김정일이다. 하지만 천정배나 그 동패들은 김정일을 운전대에서 끌어내리려는 노력을 한 번이라도 해 본 적이 있는가?
    아니, 김정일을 운전대에서 끌어내리는 것은 고사하고, 김정일을 향해 '미친 운전자'라고 지적해 본 적이나 있나?

    오히려 천정배와 그 동류들은 '미친 운전자'를 끌어내리려는 사람들을 향해 삿대질을 하면서 이렇게 주장하곤 했다.
    "그 사람 잘못 건드리면 더 큰 사고가 나고, 우리 모두 죽을 수 있으니, 살살 달래야 한다. 그 사람보고 '미친 운전자'라고 말하는 것 자체가 그 사람을 자극할 수 있으니, 그런 소리는 입밖에 내서도 안 된다."

    그러면서 그들은 그런 자신의 처신을 아주 현명한 것이라고 우겨댄다. 한 걸음 더 나아가 그들은 김정일을 '미친 운전자'라고 지적하는 사람들, '미친 운전자'를 비호하는 그들의 위선과 비겁을 비판하는 사람들을 '미친 사람' 취급하곤 했다.

    본 회퍼는 자신의 삶을 통해 자신의 신념을 실천한 진짜 양심적인 지식인이었다. 그는 '미친 운전자'를 운전대에서 끌어내려다가 자신의 목숨까지 던졌다.

    김정일의 위협이 전혀 미치지 않는 대한민국에서,그것도 국회의원이라는 신분에 있으면서, 김정일을 두고 '미친 운전자'라는 소리조차 못하는 자가, 아니 김정일이라는 '미친 운전자'를 운전대에서 끌어내리려 애쓰는 인사들을 적대시하는 자가, 감히 본 회퍼를 입에 올리면서 자신을 정당화한다? 정말 구역질 나는 위선이 아닐 수 없다.

    비판언론 탄압했던 정권의 법무장관이 볼테르를 인용해?

    천정배는 국가보안법 폐지를 주장하면서 "나는 당신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만일 당신이 그 의견 때문에 박해를 받는다면 나는 당신의 말할 자유를 위해 끝까지 싸울 것입니다"라고 했던 볼테르의 말을 인용했다.

    우리 사회가 그 정도로 관용의 사회가 되어야 한다는 얘기였다. 우리의 자유 자체를 부정하는 자들까지 관용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서로 생각이 다르니, 논외로 치자.

    천정배가 법무부 장관으로 몸담았던, 그리고 지금도 그가 마음에서부터 지지하고 있는 노무현 정권은 자신과 생각이 다른 자들에 대해 얼마나 관용적이었나?

    노무현과 그 패당들은 자신들에 대해 비판적인 언론과는 인터뷰조차 하지 않았다. 그 뿐이 아니었다.
    대통령이란 자가 앞장서서 조중동을 적대시하는 발언을 공공연히 했다. 조중동과 인터뷰를 한 공직자는 인사조치를 당했다.
    노무현 정권의 홍보수석이었던 여자는 "나는 아침에 눈 뜨자마자 하는 생각이 조선일보를 어떻게 죽일까 하는 거다"라고 떠들고 돌아다녔다.
    대통령이 하도 조중동에 대해 야단을 하는 바람에, 한국은행까지도 그들이 응당 공개해야 하는 기본적인 통계자료조차 조중동에 제공하기를 거부했다.

    그 시절, 천정배는 볼테르가 말한 것 같은 관용을 실천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나? 노무현에게 볼테르의 말을 인용하면서 비판언론에게 관용을 표시하라고 간언한 적이 있나?

    과문의 탓인지는 몰라도, 천정배가 그런 볼테르적 관용의 실천자였다는 얘기는 한 번도 들어보지 못했다.

     자신들과 생각이 다른 비판언론을 야비하게 탄압했던 정권의 법무부 장관을 지냈던 자가 볼테르의 말을 입에 올리면서 '사상의 자유'와 '관용'을 이야기한다?
    이보다 역겨운 위선이 또 있을까?

    자칭 '진보'와의 싸움은 위선과의 싸움

    나는 천정배처럼 위선을 떨지는 않겠다. 그래서 솔직하게 얘기하겠다. 나는 나와는 다른 그들의 생각이 싫다. 역사와 북한과 대한민국의 현실을 보는 그들의 시각이 싫다.

    하지만 그보다 더 싫은 것이 있다. 바로 그들의 위선이다. 본 회퍼나 볼테르의 말과는 전혀 다른 인생을 사는 자들이, 그들의 이름을 입에 올리는 그 위선이 정말 구역질나게 싫다.

    그리고 그 위선자들이 내가 사랑하는 연인 대한민국을 능욕하는 것을 두고 볼 수가 없다. 그게 내가 자칭 '진보'들과 싸우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