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제주서 분쟁일으켜 서울 올라오는 전략...중앙언론 무관심에 인터넷 선전선동 먹혀
  • 좌파 진영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지난해부터 ‘100만 민란 프로젝트’(문성근 중심), ‘진보의 합창’(민노총 중심), ‘내가 꿈꾸는 나라’(참여연대 중심) 등 거대 연대단체를 만들어 진영을 갖춘 좌파들은 최근 ‘이슈별 투쟁 전선’을 만들기 시작했다. 이들이 벌이고 있고 또 준비중인 ‘투쟁’들을 분석해보면 좌파 진영의 총공세가 시작되었음을 알 수 있다.

  • 3차 희망버스 모집 웹자보. 이들에겐 '휴가'일지 몰라도 부산 시민과 한진중공업 노사에는 공포와 절망이다.
    ▲ 3차 희망버스 모집 웹자보. 이들에겐 '휴가'일지 몰라도 부산 시민과 한진중공업 노사에는 공포와 절망이다.

    ‘언론’이 주목하지 않는 ‘여론’ 흐름

    정권과 여당에 대한 민심이반이 상당한 수준에 달하고 있음을 감지한 좌파 진영은 감각적 대중적 이슈를 찾아 대중 감성에 호소하는 전략전술로 2012년 권력 탈환을 위한 대장정의 첫 전선을 만들어 가고 있다. 이들이 그 발화점을 서울이 아닌 지방에서 찾고 있는 것도 예사롭지 않다.

    취재를 위해 찾은 호남, 영남, 강원 등 ‘지역 민심’은 한 마디로 ‘엉망’이었다. 가장 큰 불만은 ‘당장의 생활이 어렵고 미래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취재 중 만난 ‘보통 시민들’은 식료품, 주거비, 통신비, 교통비 등 최소한의 비용이 크게 높아져 생활이 어렵다는 이야기를 많이 했다. 자녀를 둔 이들과 대학생들은 교육비 때문에 미칠 지경이라는 말까지 했다. 30대 이하의 젊은 세대 중 대기업에 근무하는 이가 아닌 경우에는 ‘월세’와 학자금 대출상환 부담이 어렵다고 답했다.

    이런 어려움 속에서 터진 각종 비리는 민심 이반을 재촉했다. 보해저축은행과 전일저축은행 불법대출 피해를 고스란히 입은 목포 광주 전주 등 호남권, 도민저축은행 부실 피해를 입은 강원권, 단군이래 사상 최대-최악의 금융사기사건 부산저축은행비리의 진원지인 부산권, 이들 지역 민심은 ‘범죄자’들 뿐만 아니라 이들의 범죄를 지난 4년 동안 방치한 현 정권과 금융 당국에 대한 불신과 비난으로 부글부글 끓고 있다.

    저축은행 피해자 비상대책위 회원들은 영호남을 가리지 않고 "이렇게 될 때까지 방치한 금융감독당국과 정치권, 현 정부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소리 높이고 있다. 특히 부산에서 현 정권에 대한 불신은 지난 정권에 대한 비난과 비슷한 수준까지 올라갔다. 호남 지역은 야당에 대한 실망이 크게 높아진 상태다.

    좌파 진영의 ‘지방 투쟁’은 이런 민심을 십분 활용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좌파의 ‘투쟁’, 이번엔 왜 지방일까

    현 정권으로부터 이반되어가는 ‘지역 민심’을 파악한 좌파 진영은 지방에서부터 ‘투쟁의 불씨’를 지피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지난해 3대 연대단체를 만들었던 좌파 진영은 서울에서 무상급식과 반값등록금으로 이슈 만들기에는 성공했지만, 그 동력을 광우병 촛불난동 수준으로 이끌어내는 데는 실패했다. ‘중앙 언론’의 관심-견제-비판으로 ‘선전선동’이 희석됐기 때문이다.


  • 반면 지방에서 일어난 일은 ‘중앙 언론’의 눈길을 끌지 못한다. 실제 부산저축은행 사건은 <올인코리아> <조갑제닷컴> <뉴데일리> 등 인터넷신문들이 보도하기 전까지는 주요 일간지와 방송에서 광주일고 인맥을 기반으로한 로비와  PF대출사기 등에 대해 제대로 보도하지 않았다. 보해저축은행(목포, 광주)이나 전일저축은행(전주), 도민저축은행(춘천) 등에서 벌어진 ‘사기대출’이나 대주주가 이 저축은행을 인수하는 과정에서의 불법과 로비 등은 거의 다루지 않았다. 대신 박근혜 의원의 친인척 연루설이 나도는 삼화저축은행에 대한 이야기만 여의도 중심 정치인들 ‘멘트’를 받아 열심히 보도하는 수준이었다.

    한진중공업 사태도 그랬다. 지난 6월 1차 희망버스 시위가 벌어진 후에도 주요 언론들은 김진숙 민노총 지도위원과 한진중공업이 어떤 관계인지, 한진중공업 노사와 민노총 간의 갈등, 부산 시민들의 실제 민심 등에 대해서는 거의 보도하지 않았다. 대부분 정치인 ‘멘트’ 받아쓰는데 그쳤다. 현재 122개 좌파 단체가 모여 준비 중인 ‘제주해군기지 건설반대 운동’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이처럼 초기에 사건의 원인이나 전말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을 경우, ‘사실’보다는 ‘선전선동’이 더 설득력을 얻게 된다. ‘사실’보다 ‘선전선동’이 더욱 설득력을 얻게 되면, 수도권 여론은 ‘실제 지역 민심’과는 정반대로 흐르게 된다.

    좌파 진영은 이런 점을 노려 지방에서 민심이반을 일으키고 그 힘을 바탕으로 마지막에 서울에서 최후의 일격을 가하겠다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들의 목표는 물론 내년 있을 총선과 대선에서 승리를 거둬 좌파 정권이 재집권토록 하는 것이다.

    첫 번째 타겟은 부산과 제주

    좌파 진영이 ‘투쟁’을 벌이려는 부산과 제주 지역은 시기적으로도 현 정권을 비난하는 여론을 조성하기에 딱 알맞은 곳이다. 장마철이 끝나는 7월 하순부터 8월 하순까지는 본격적인 휴가철이다. 실물 경기가 나쁜 탓에 올해는 해외여행보다 국내여행을 떠나려는 사람들이 많다. 국내여행객들이 여름에 가장 많이 찾는 곳이 부산과 제주다.

  • 여름철이 되면 부산 해운대에는 최대 100만 명의 인파가 몰려든다. 다른 해수욕장까지 합치면 수백만 명이다. 이들이 '희망버스 시위'때문에 휴가를 망치게 되면 누가 피해를 입게 될까.
    ▲ 여름철이 되면 부산 해운대에는 최대 100만 명의 인파가 몰려든다. 다른 해수욕장까지 합치면 수백만 명이다. 이들이 '희망버스 시위'때문에 휴가를 망치게 되면 누가 피해를 입게 될까.

    부산 한진중공업에 들이닥칠 좌파 진영의 ‘3차 희망버스’ 방문일은 7월 30일이다. ‘제주해군기지 반대 운동’도 8월 중에 본격적인 시위가 벌어질 것으로 관망되고 있다. 민노총 중심의 비정규직 조직화 운동 세력도 이른바 '희망버스' 투쟁을 시작했다. 7월 18일부터 5박 6일간 버스를 타고  전국 10개 도시 12개 공장을 찾아 비정규직 근로자 조직화를 꾀했다. 제 2의 유성기업을 원하고 있는 것이다.

    여름 휴가철을 맞아 불을 지피는 좌파 진영의 ‘지방 투쟁’이 가시적 성과를 올리게 되면, 그들은 반드시 서울에서 제 2의 광우병 난동을 재현하려 할 것이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