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구라, 노무현 정권 때 정치참여로 대박 터뜨려신경민, 미국 방송구조도 모르며 궤변
  • 미국에 김여진의 '떴다방'식 사회참여는 없다

    한겨레와 한국일보의 무지, 미국의 연예구조 한국과 달라


    스크린쿼터 축소 반대, 4대강사업 반대투쟁, 대북 지원, 홍대 청소부 노동자, 전두환 정권과 5.18의 관계, 반값 등록금, 한진중공업 사태 등등은 매일 같이 언론지상에 보도되는 굵직한 시사 이슈들이다. 이들 영역은 문화와 통상정책, 국가 SOC 투자사업, 통일정책, 노동정책, 교육정책, 한국현대사 등을 모두 포괄한다.

    언론인과 폴리페서들도 김여진 만큼 다양한 분야 판단 내리기 어려워

    각 부서를 옮겨다니는 언론인들도 이렇게 다양한 영역에서 자기 판단을 내리기는 힘들다. 선진국과 달리 자신의 전공은 내팽겨치고 이슈만 되면 쫓아다니는 이른바 폴리페서들 내에서도 이런 분야들에 다 뛰어드는 인물은, 진중권과 서울대 법대 조국 교수 정도 뿐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연예인이라는 김여진은 이 모든 영역에서 투쟁의 선두에 서있다.

    6월 16일자 한국일보 채지은 기자는 ‘제인폰다는 되고 김여진은 안 된다?’라는 제목의 기자칼럼으로 김여진을 소셜테이너로 추켜세웠다. 그 이전에 2011년 4월 6일자 한겨레신문에는 세명대 광고홍보학과 정연우 교수가 ‘리즈 테일러는 되고 김미화는 안 돼?’라는 칼럼을 게재하기도 했다. 이들의 논리는 미국의 연예인들은 자유롭게 사회참여를 하는데, 왜 한국의 김여진, 김미화 같은 연예인들에게는 다른 잣대를 들이대냐는 것이다. 한국일보 채지은 기자는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보수신문도 나서 '견해가 첨예하게 갈리는 정파적인 문제보다 보편적인 공감대가 형성된 이슈부터 관심을 가지라'고 점잖게 거들며 '아슬아슬'하다고 경고를 보낸다. 반전운동가인 제인 폰다, 수단 다푸르 지역의 인권 문제를 제기해 온 조지 클루니, 빈곤 퇴치와 평화를 위한 활동을 해 온 록그룹 U2의 보노 등 외국 유명 연예인들의 사회활동과 정치참여는 높게 평가하면서 우리 연예인들의 사회 활동은 고까운 눈으로 보는 것이다”

    채지은 기자가 언급한 보수신문은 조선일보이다. 김민철 사회정책부 차장은 조선 칼럼 ‘아슬아슬한 소셜테이너들’에서 김여진, 박혜경, 김제동 등을 거론하며 “고공 크레인 시위 등 최근 일부 소셜테이너들의 언행은 어쩐지 좀 아슬아슬하다”며 “민감하고 복잡한 이슈에 대한 자기주장을 즉각 즉각 트위터에 올리고, 곧바로 현장에 뛰어드는 것은 좀 성급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주장했다.

    김민철 차장은 “견해가 첨예하게 갈리는 정파적인 문제보다는 보편적인 공감대가 형성된 이슈부터 관심을 갖는 것은 어떨까”라며 “소셜테이너들이 이슈 선택과 언행에서 절제력을 보일수록 대중의 사랑을 잃지 않고 ‘진짜 개념 있다’는 말도 들을 것 같다”고 주장했다.

    채지은 기자가 예를 든 제인폰다의 베트남 반전 운동, 조지 클루니의 아프리카 지역 인권 운동, U2의 보노의 빈곤 퇴치 운동 등등은 바로 김민철 차장이 지적한 대로 미국 내에서 보편적 공감대가 형성된 사안이었다.

    물론 제인폰다가 베트남에 직접 들어가 월맹군들 앞에서 노래를 부르고 사진을 찍은 파격적 행위는 당시에도 논란이 되긴 했었다. 그러나 제인폰다가 베트남 반전 운동에 뛰어든 1973년도에는 이미 미국 내에서는 베트남전 중단 여론이 압도적이었을 때이다. 1년 전 1972년 대선에서 민주당의 케네디 후계자 린드B 존슨을 공화당의 닉슨이 바로 베트남전을 이슈 삼아 승리했을 정도였다. 제인폰다는 그 이후 주로 환경운동 분야에서 활약했다.

    정연우 교수가 한겨레신문에서 언급한 리즈 테일러도 마찬가지이다. 정연우 교수 스스로 언급한 대로 리즈 테일러는 절친한 친구인 록허드슨이 에이즈로 사망한 것을 계기로 에이즈 퇴치 운동에 뛰어들었다. 사회운동 역시 한우물만 판 리즈 테일러는 에이즈 전문가 수준에 올랐다.

    오드리햅법은 유니세프 인권 대사로 임명되면서 죽을 때까지 아동인권 운동에 전념했다. 리처드기어는 80년대 초부터 티벳의 불교문화에 심취하여 무려 30여년 간 티벳 독립운동을 지원했고, 피아트그룹의 티벳 관련 광고 모델로도 출연했다. 이외에도 말론브란도는 아메리카 인디언 인권 보호 운동, 팀 로빈슨은 반전 운동 등등 미국의 연예인들의 사회참여 방식은 한두 가지 분야를 선정해 최소 10년 이상 꾸준히 지속한다는 것과 대부분 당파적 논쟁과 한발 떨어진 보편적 공감대가 형성된 분야를 택한다는 특징이 있다. 그래서 첨예한 쟁점 사안에 뛰어들어 집회 한번 참여했다고 언론에서 이슈를 타는 한국 연예인과 같은 경우는 좀처럼 없다.

    김여진이 빈민아동 봉사활동을 했어도 ‘소셜테이너’로 각광받았을까

    빈민운동가 출신인 한나라당 강명순 의원은 정치권의 반값등록금 논란을 비판하며 “지역아동센터에는 아이들이 구멍 난 신발을 신고 오고 가방도 기워서 쓴다. 이런 아이들이 무슨 미래를 그릴 수 있겠느냐.”, “반값 등록금을 실현하려면 연간 3조~4조원이 필요하지만 어려운 아이들, 청소년들을 위한 예산은 연간 1조원이 안 된다”며 분개했다. 정치권이 표에 도움이 되고 이슈가 되는 사안만 쫓아다니다 보니, 진짜 도움이 필요한 부분의 예산 지원이 논의조차 되지 않는 현실을 질타한 것이다.

    김여진이 만약 방송사와 신문사 카메라가 줄줄이 대기한 반값 등록금 집회 현장이 아니라 강명순 의원이 지적한 대로 지역아동센터에서 봉사활동을 했다면, 지금처럼 이슈가 될 수 있었을까. 오드리햅번처럼 아동인권 운동 혹은 리즈 테일러처럼 에이즈 퇴치운동에 나섰어도 온갖 친노좌파 매체로부터 ‘소셜테이너’라 각광받을 수 있었을까. 지금까지의 김여진의 사회참여 방식은 미국의 연예인들과 전혀 달리, 이른바 한국식 ‘떴다방’ 수준이다. 최소한 필자가 아는 한에서 미국의 연예인들이 이런 식의 단타성 사회운동을 하여 이슈가 된 사례도 없다.

    최근 친노좌파 매체에서는 김여진, 김제동, 김미화 등등을 ‘소셜테이너’라 규정하고 있다. 그리곤 이들에게 정치성은 없다고 강조한다. 이상한 일이다. 이들이 끊임없이 비교하는 미국의 경우 연예인들이 자유롭게 정치적 성향을 밝힌다. 특히 지난 2008년 대선에서 최고조에 달했다.

    윌 스미스, 에디머피, 할리 베리, 시드니 포이티어 등 대다수의 흑인 스타는 물론 벤 애플렉ㆍ제니퍼 가너 부부, 팀 로빈스ㆍ수전 서랜든 부부, 로버트 드니로, 톰 행크스, 맷 데이먼, 조지 클루니, 샬리즈 시어런, 앤 해서웨이, 귀네스 팰트로, 스칼릿 조핸슨 등 백인 스타들도 오바마 지지 대열에 합류했다. 스칼렛 요한슨은 일찌감치 “부시 정권이 빨리 끝나기를 바란다”고 발언했을 정도이다.

    이런 미국의 스타들과 달리 한국의 연예인들은 왜 극구 자신들의 정치성을 부정하고 있는 것일까. 김흥국이 선거운동에 참여했다고 MBC 라디오에서 강제 하차하는 반면, 김미화, 김여진, 김제동 등등은 “나는 정치가 아니라 사회참여만 했을 뿐”이라며 빠져나간다.

    시민사회와 정치권이 철저히 거리를 두는 미국과 달리 한국의 시민사회, 특히 친노좌파 시민사회는 정치권과 한몸처럼 결합되어있다. 이번에 야권단일화에 시민단체들이 참여하는 모습은 미국 정치권에서 절대 볼 수 없는 광경이다. 김여진, 김제동이 참여한 반값등록금 집회에도 민주당, 민노당, 진보신당 지도부가 총출동했다. 역시 미국에서 볼 수 없는 광경이다.

    문제는 또 있다. 미국은 한국으로 치면 KTV 수준의 유명무실한 공영방송 PBS를 제외하고는 모두 민영방송이다. 한국의 KBS, MBC, EBS, YTN 등과는 비교할 수도 없는 수준이다. 민주당이든 공화당이든 어느 쪽에 줄을 선다 해도 정권에 따라 이익이나 불이익을 받을 일이 없다.

    “맥케인이 집권했으면 오프라 윈프리 퇴출시키겠냐”는 신경민의 궤변

    정치권 데뷔를 앞두고 있는 MBC 신경민 전 앵커는 "오바마가 맥케인 지지한 연예인에게 해코지 했나요? 맥케인이 당선됐다면 오바마 지지자인 오프라 윈프리를 자를까요?"라는 글을 트위터에 남기며 또 다시 선동에 나섰다. 최근 종영된 오프라윈프리쇼는 미국 내에서도 가장 상업성이 강한 CBS의 것이다. 오프라윈프리쇼의 시청률만 높으면, 그가 누구를 지지하든 방송사에 퇴출시킬 이유가 없다. 연예인도 아닌 신경민 스스로도 MBC 9시뉴스데스크에서 하차한 뒤 정권 탄압설을 주장하지만, 만약 신경민이 미국의 CBS 앵커였으면, KBS는 물론 경쟁사인 SBS보다도 시청률이 떨어진 책임을 지고, 그 즉시 사퇴했어야 할 것이다.

    미국의 연예인들이나 방송 앵커들이 한국에 비해 훨씬 더 정치적 입장표명에 자유로운 이유는 미국의 민영방송 주도 시스템 때문인 것이다. 그러나 미국의 예를 들며 선동에 나서는 신경민은 민간방송 출현을 절대적으로 반대하고 있다.

    노무현 정권 당시 정치 참여로 대박을 터뜨린 연예인은 뭐니뭐니 해도 김구라이다. 김구라는 인터넷방송을 통해 한나라당 정치인은 물론, 당시 이명박 서울시장에까지 욕설을 퍼부으며 친노세력의 눈에 들었다. 그는 노정권 출범 이후 아무런 경력도 없이 공영방송 KBS의 정규 음악프로그램 사회자로 캐스팅 된다. 역시 미국에서는 절대 벌어질 수 없는 일이다.

    제대로 된 언론이라면, 연예인들의 사회참여의 폭을 넓히기 위해, 선거 때마다 정치권을 기웃거리는 한국 시민사회세력들부터 비판해야 한다. 시민운동 자체가 정치화되었기 때문에 한국에서 ‘폴리테이너’와 ‘소셜테이너’의 구분은 의미가 없다. 또한 김구라 등의 사례에서 드러나듯이 정치권에 줄 선 연예인들이 공영방송에 마구잡이로 진출하는 일을 막기 위해서는 민간방송 시장을 미국 수준으로 확대해야 한다.

    김여진 등 사회참여를 하고 싶어서 미치겠다는 연예인이 있다면, 바로 시민사회와 정치권의 분리, 민간 방송 시장 활성화와 관련된 봉사활동을 해보면 어떨까. 이것이야말로 동료 연예인들의 사회참여와 정치적 자유를 가장 확실하게 보장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기 때문이다.

    <변희재 / 미디어워치 대표/뉴데일리 객원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