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장 6.25 ⑩  

    트루만이 즉각 미군의 개입을 결정했다. 그러나 UN의 일원으로 침략국을 응징한다는 명분을 세웠다.
    무초 대사로부터 북한의 전면 남침 보고를 받은 트루만은 즉시 국무장관 에치슨에게 국제연합안전보장이사회 소집을 지시했던 것이다.

    타이완이 중국을 대표하여 안보이사회 의석을 차지한 것에 대해 국제연합을 보이콧하고 있던 소련을 제외하고 안보이사회는 찬성 9표, 기권 1표로 대한민국의 원조를 승인했다.

    북한 공산주의자들은 이번에도 어김없이 전쟁은 남한이 유발시켰다는 억지 주장을 폈다.
    그러나 한국에 와있던 국제연합 위원단이 북으로부터의 침공이며 비밀리에 준비된 계획적이고 총체적인 공격이라고 국제연합 사무국에 보고함으로써 침략은 확인되었다.

    6월 28일 오전, 충남 도지사실에서 소집된 비상 각료 회의에서 내가 그 사실을 각료들에게 말해주면서 덧붙였다.
    「미국이 에치슨라인으로 대한민국을 방위권 밖으로 내놓는 것처럼 보였지만 미국은 국민 여론을 중시하는 민주주의 국가요.」

    나는 수십 년간 독립을 위한 외교 로비를 해온 사람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정서를 각료들에게 말해주는 내 가슴이 미어졌지만 어쩔 수 없다. 각료들도 인간이다. 사기를 일으켜야 국민을 이끌 것이 아닌가? 내가 말을 이었다.

    「지금 미국 정부는 중국대륙을 그야말로 허망하게 공산주의자들에게 넘겨준 것에 대해서 비난 여론에 시달리고 있소. 막대한 지원을 해놓고는 국공(國共) 합작이라는 괴상한 정책으로 일본에 대항 시켰다가 공산당에 뒤통수를 맞은 것에 대해서 말이오.」
    모두 잠자코 듣는다.

    「이번에도 에치슨 라인이네 뭐네 하고 현실과 동떨어진 정책을 내놓았다가 공산당 놈들이 오판해서 남침하게 되었으니 미국 정부는 또 한 번의 정책 실패를 저지른 셈이 되었소. 그러니 서둘러 나선 것이오.」

    나는 소리죽여 숨을 뱉었다. 약소국의 설움이다. 언제나 자력으로 국방을 할 수 있는가?
    「다른 한 가지는 대한민국은 국제연합의 지지를 받고 건국되었소. 이번 공산당의 침략을 국제연합이 방관한다면 국제연합 존속의 의미가 없어질 것이오.」

    한반도가 공산화 된다면 일본도 무사하지 못할 것이었다. 루즈벨트 시절부터 국무성 등 여러 곳에 박혀서 소련을 돕고 눈치를 보던 자들이 대한민국에 대한 군사적 보장을 미루고 군사 원조를 지연시킨 결과가 이것이다.

    6월 27일, 트루만은 맥아더에게 미군의 한국 파견 명령을 내렸고 미7함대가 대한해협으로 파견 되었다.
    6월 28일, 인민군은 마침내 서울에 입성했으며 트루만은 유엔군 사령관으로 맥아더를 임명했다. 유엔의 안전보장이사회가 대한민국에 파병하는 모든 회원국 군대를 미국 사령관 휘하에 둘 것을 권고했기 때문이다.

    회의를 마치고 잠깐 쉬고 있을 때 이철상이 들어섰다. 이철상은 서울에 남아 있다가 조금 전에야 대전에 도착했는데 옷은 겨우 갈아 있었지만 피로한 기색이 역력했다. 내 앞에 선 이철상이 손에 든 메모지를 보면서 말했다.

    「김일성이 6월 26일 인민군에게 방송한 내용입니다.」
    이철상이 메모지를 읽는다.
    「파괴분자와 간첩 용의자는 가차 없이 숙청하라. 국군 장교, 판검사는 무조건 사형에 처하고 공무원은 모두 잡아서 인민재판으로 처단하라.---」

    내가 손을 들었으므로 이철상이 입을 다물었다.
    공산당 세상에서 중립이란 없다. 동조 세력이 아니면 다 죽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