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기국가

    일본이 아무리 지금은 경제적으로 침체되어 있고 또 최근 최악의 쓰나미로 곤경에 처해 있지만, 다시 동양 최대의 국가가 되리라고 말 한 사람이 있습니다.
    “경제가 크고,
    교육수준이 높고,
    정부를 따르는 국민이 있는 나라가 왜 쇠퇴 하겠는가?
    일본은 무서운 단결력이 있어 아세아 최강국으로 복귀할 것이다.”

    국제정보전문가(International Intelligence Expert)로 명성이 높은 프리드만(George Friedman)의 말입니다.
    그의 연구소에는 20명이 넘는 연구원들이 세계 각지의 정치 정보와 미래 흐름에 대해 연구를 하고 미 국방부 회의 때는 그의 연구서가 틀림없이 참고서로 이용된다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일본이 재기하기 힘들 거라고 말하지만 그건 너무 일본인들을 모르는 소리라 일축하며, 그 근본이 바로 일본인들의 정부를 따르는 단결심이라 하였습니다.

    “정부를 믿고 따르는 국민이 왜 쇠퇴하겠는가?”
    이것이야말로 한 국가의 흥망성쇠를 좌지우지 하는 힘의 근원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집트를 비롯해 리비아, 사우디, 시리아, 예맨 등. 현재 아랍지역에 무섭게 일고 있는 민주화시위는 국민이 정부를 믿지 못하기 때문에 일어난 것입니다. 개발 국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이런 봉기는 국민이 정부를 따르지 않기 때문이고, 국민이 정부를 따르지 않는 이유는 부패한 지도층 때문인 것입니다.

    파키스탄의 유명한 칼럼니스트인 알미다(Cyril Almeida)는 “우리나라는 무능한 국가이거나, 아니면 사기 국가이다.” 라고 탄식 했습니다.
    빈 라덴이 잡힌 아보타바드(Abbottabad)라는 도시는 수도에서 불과 75마일 떨어져 있으며 파키스탄 육군사관학교가 근방에 있고 또한 은퇴한 군인들이 많이 살고 있는 곳입니다. 그곳에 빈 라덴이 숨어서 무난하게 살고 있었다는 것을 정말 정부가 몰랐다면 무능하기 짝 없는 정부이고,  알면서도 모른 척 하면서 미국에게 그의 행방 찾기를 도와준다는 명목으로 막대한 금액을 계속 받고 있었다면 그야말로 '사기 국가'라는 것입니다.

    어찌하여 정부가 이런 소리를 들을 정도로 허수아비인가?
    파키스탄의 예비역 장성 마수드(Talat Masood)는 그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습니다.
    “민간정부가 군부에게 꼼짝 못하는 이유는 군부가 그들 개개인의 부정 부패 그리고 스캔들까지 정보를 낱낱이 다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라고.
    그의 지적처럼 미국이 파키스탄 정부가 무능한 정부임을 잘 알면서도 그저 속고 있는 척 하는 것은, 그들에게 핵무기가 있기 때문입니다. 만약 파키스탄에 핵이 없다면, 오랫동안 우방국이던 이집트의 무바라크(Mubarak)를 하루아침에 외면하듯, 미국은 결코 파키스탄의 이중 플레이를 묵인하지 않을 것입니다.

    정부와 지도층의 부정부패나 스캔들은 미국이든 중국이든 러시아든 프랑스든 그 어느 국가에도 존재하기 마련입니다. 물론 프리드만이 그토록 칭찬한 일본도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부패한 지도층이 다수인가 소수인가의 차이가 있고, 만약 부정이 드러났을 때 그의 정치적 생명이 끝나는가, 아닌가의 차이가 있습니다.

    한국처럼 권력형 비리로 감옥살이까지 했던 사람이 버젓이 다시 국회의원 배지를 달고 마치 감옥에 다녀온 것이 무슨 자랑이라도 되는 듯, 감투까지 쓰는 나라는 미개국이 아닌 한 보기 드문 괴이한 현상입니다.

    대한민국 역시 “경제가 크고, 교육수준이 높습니다.”
    최근 5월호 타임지에 의하면 대한민국 젊은 세대의 대학 졸업자들이 58%로 세계 제 1위라 합니다.
    현대자동차가 미국에서 처음으로 도요타를 앞섰다는 건 이제 놀라운 소식도 아닙니다. 미국인들이 자동차를 비롯한 각종 물품 구입시 가장 신뢰하는 컨슈머 리포트(Consumer Report) 잡지에 베스트 상품 소개 면을 보면 삼성, LG 제품이 눈에 띄게 많이 있습니다.
    경제 성장도 대단하고 교육수준 또한 이토록 높으니 이제 한 가지만 더 갖춘다면 우리도  세계 최강국 수준에 올라설 수 있습니다.

    한가지, 바로 그 한 가지가 정부를 따르는 국민입니다.
    사사건건 반대만 하면 애국인 듯 착각하는 의식도 문제지만, 그보다 더 큰 문제는 지도층들의 부정, 부패입니다. 

    최근 불거져 확산되고 있는 저축은행 비리사건. 
    여야를 막론하고 너도 나도 그 사람도 이 사람도 다 비리에 연루되어있는 듯 싶습니다. 한참 수사가 진행되는 와중에 국회 사법개혁 특별위원회가 대검 중수부 폐지안에 합의를 했다니! 법치국가에서 과연 있을 수 있는 일인지 믿어지지 않습니다.
     
    “우리는 사기국가인가.” 라고 탄식한 파키스탄 칼럼니스트의 말이 새삼 남의 나라 국민의  탄식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김유미 작가의 홈페이지 www.kimyume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