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장 6.25 ④  

    「대통령한테 보고를 했습니다.」
    맥아더의 목소리가 수화구를 울렸다.
    「각하, 나도 현 상황을 파악하고 있습니다.」
    「장군, 인민군은 소련제 탱크를 앞세우고 소련 제트기가 폭격을 하고 있소.」

    목이 잠겨 있었으므로 나는 침을 삼켰다.
    「국군이 용감하게 대항하고는 있지만 밀리고 있습니다.」
    26일이 되자 인민군의 전면 남침은 분명해졌고 아군의 반격도 활발해졌지만 상황은 좋지 않았다. 개성의 아군 1사단 12연대에서 생포한 인민군 작전장교는 「남조선 점령계획서」를 소지하고 있었는데 그것으로 북한의 치밀한 계획이 드러났다.

    「남조선 점령 계획서」는 4단계까지 나뉘어졌고 8월 15일까지 남한을 점령하도록 작성되었다. 그 1단계 계획 중 첫 번째가 38도선 한강 북쪽에 배치된 남한군 주력 격멸이었고 두 번째 국군 퇴로 차단과 후방에 주둔한 3개 사단의 증원을 차단하며 세 번째가 서울을 점령하고 수원, 원주, 삼척을 잇는 선까지 진출하는 것이었는데 지금 1단계가 진행 중이다.

    내가 전화로 그 내용을 읽어 주었더니 맥아더가 소리치듯 말했다.
    「각하, 미국은 우방을 배신하지 않습니다. 트루만이 곧 결정을 내릴 테니 기다려 주시오.」
    나는 그 순간에도 미국에 대한 고마움보다 약소국의 처지가 가슴이 찢어지는 것처럼 고통스러웠다. 부끄럽고 분했다.

    전화기를 내려놓은 내가 머리를 들었더니 국방장관 신성모와 시선이 마주쳤다. 어제 국무회의에서 이번 교전이 이주하, 김상룡을 돌려보내라는 북한의 시위라고 했던 채병덕은 보이지 않았다.
    「각하, 국군은 용전분투하고 있습니다.」
    내 시선을 받은 신성모가 말했다.
    「국군은 일당백의 기세로 적을 무찌르고 있습니다.」

    나는 대꾸하지 않았다. 당시의 사단장 대부분은 일본군 출신이다. 일부 중국군 출신도 섞여 있었지만 국방장관에 일본군 출신을 임명하는 것이 정서에 맞지 않았다.  그래서 신성모의 국방장관 임명을 군 지휘관들도 납득했다.

    전쟁이 일어나자 신성모는 내 옆을 떠나지 않으려고 했는데 그것이 또 내 가슴을 아프게 했다. 인간은 역량이 다르지만 나는 순수한 사람을 아낀다. 내가 다 할 수 있다고 자만했기 때문은 아니다. 전시(戰時)와 평상시에 필요한 인재가 각각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내 눈치를 살핀 신성모가 집무실을 나갔을 때 프란체스카가 들어섰다. 평시에는 근무시간에 들어오지 않던 프란체스카여서 내가 물었다.
    「매미, 무슨 일이야?」
    「파파, 피하셔야 되는 게 아녜요?」

    프란체스카의 말에 나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 그래서 시선만 주었더니 프란체스카는 말을 잇는다.
    「북한군이 벌써 남한 영토로 깊숙이 진입했다는데, 대통령인 당신은 피해야 될 것 같아서요.」
    나는 심호흡을 하고나서 프란체스카를 향해 웃어보였다.

    「매미, 내가 지금 몇 살이지?」
    「그건, ---」
    프란체스카는 눈만 깜박였다. 내가 갑자기 나이를 물은 이유를 생각하고 있을 것이었다. 내가 내말에 대답했다.

    「76살이야, 늙었지, 오래 살았어. 매미.」
    「----」
    「그런 늙은이가 전쟁이 일어났다고 국민을 버리고 먼저 도망가다니, 그럴 바에는 내가 자결하는 것이 나아.」

    나는 내 가슴이 거칠게 뛰는 것을 느꼈다.
    그렇다. 이제 공산당한테 나라를 빼앗긴다면 그때야말로 죽으리라.
    어떻게 건국한 대한민국인데 공산당한테 빼앗기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