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장 6.25 ③  

    오후 4시에 이철상이 서둘러 집무실로 들어섰다. 이철상은 아침 8시에 남침 보고를 듣자마자 전선으로 달려갔다가 돌아온 것이다. 경무대 경찰 둘을 데리고 떠난 이철상은 격전이 벌어지는 최전선까지 보고 돌아왔다.

    그때까지도 전선 상황은 불투명했다. 그만큼 보고 체계가 혼란에 싸인 데다 정확하지 않았던 것이다.
    땀과 먼지에 젖은 얼굴을 들고 이철상이 말했다.

    「각하, 황해도 옹진, 개성, 문산, 그리고 의정부와 춘천까지 전(全) 전선(戰線)에서 북한 인민군이 남침해오고 있습니다.」
    내 시선을 받은 이철상이 길게 숨을 뱉는다.

    「전 전선에서 아군이 밀리고 있습니다.」
    「옹진의 17연대는?」
    「예, 그 쪽도 같습니다.」
    채연덕은 17연대가 북진하고 있다고 했다. 어깨를 늘어뜨린 이철상이 말을 잇는다.

    「인민군은 오늘 새벽 4시경에 일제히 전 전선에서 남침을 했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적의 병력과 장비는 아군을 압도하고 있습니다.」
    「----」
    「아군은 휴가로 병력이 빠져 나간 데다 일요일 새벽에 기습 공격을 받은 터라 전 전선이 무너지고 있습니다.」
    「자네는 어디까지 다녀왔나?」
    「의정부 지역입니다.」

    잇사이로 말한 이철상의 얼굴이 붉게 상기되었다.
    「제7사단을 둘러봤더니 전 병력의 절반이 외출 외박을 나갔기 때문에 부대가 비어 있었습니다.」
    이철상이 사흘 전에 말한 우려가 사실이 되었다.
    나는 숨이 막히는 느낌을 받고는 심호흡을 하고나서 물었다.

    「적은?」
    「포로를 한명 잡았 길래 물어 보았더니 인문군은 의정부 방면에만 수 백 대의 탱크에 수 만 명의 병력을 투입했다고 합니다.」
    나중에 확인 되었지만 의정부 지역에 투입된 인민군은 2개 전차 연대의 탱크와 2개 사단 병력으로 3만 여 명이었다. 압도적인 장비와 병력이다.

    「적은 소련제 T-34 탱크를 앞세우고 있어서 방어선이 쉽게 무너지고 있습니다.」
    이철상의 목소리는 가라앉아 있었다.
    이것도 후에 확인 되었지만 옹진 지역에는 한국군 17연대 3천 여 명을 향해 인민군 6사단과 전차대 등 1만 5천여명이,
    개성 문산 지구에서는 아군 1사단 등 1만 여 명을 향해 인민군 1사단, 6사단, 203 전차연대, 206기갑보병연대 등 2만 1천 여 명이,
    의정부지구에는 아군 7사단 등 1만 여 명을 향해 인민군 3사단, 4사단, 105, 107 전차연대 등 3만 여 명이,
    홍천, 춘천지구에는 아군 6사단 등 1만여명을 향해 인민군 6사단, 7사단, 15사단, 독립전화연대 등 4만 여 명이 일제히 공격해온 것이다.

    「각하, 위험합니다.」
    불쑥 이철상이 말했으므로 나는 머리를 들었다. 이철상이 나를 바라보고 있다.
    「서울 방어선이 뚫릴 것 같습니다.」
    「지켜야지.」
    던지듯이 말한 내가 전화기를 쥐고 황규만 비서를 부르고나서 이철상을 향해 웃어 보였다.
    「이것이 또 기회가 될지도 모르지 않는가? 대한미국의 건국도 얼마나 어려웠는지 자네도 알지 않는가?」

    이철상이 대답대신 긴 숨을 뱉었을 때 황규만이 들어섰다.
    「동경의 맥아더 사령관을 바꿔주게.」
    황규만에게 말한 내가 덧붙였다.
    「소련 놈들을 38선 이북으로 끌어들인 책임, 그래서 이렇게 만든 책임을 물어야겠네.」
    그렇게 허세는 부렸지만 내 가슴은 미어졌다. 국운이 경각에 달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