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장 6.25 ②  

    「아직 파악이 안 되었습니다.」
    9시 40분, 동경엽합사 최고사령부의 참모가 말했다. 나는 경무대에서 동경으로 전화를 한 것이다.

    「우리들도 정보를 모으고 있습니다. 각하, 조금만 기다려 주십시오.」
    「알겠소, 부탁하오.」
    전화기를 내려놓은 내가 주위를 둘러보았다.

    신성모로부터 김장흥, 참모총장 채병덕까지 모여와 있었지만 아직 전황은 확실하지가 않다.
    「이럴 수가 있나?」
    내가 탄식했다.
    「전면 남침인지 부분 공격인지도 모르고 있단 말인가?」

    그 때 집무실로 소령 계급장을 붙인 장교가 서둘러 들어오더니 채병덕의 귀에 대고 소근 거렸다. 그러자 채병덕이 비대한 몸을 솟구치듯 들면서 말했다.
    「각하, 옹진에서 우리 17연대가 북괴군을 격파하고 북진하고 있답니다!」
    「만세!」
    뒤쪽에서 누군가가 만세를 불렀다가 시선을 받더니 숨었다. 그러나 얼굴을 활짝 편 채병덕이 말을 잇는다.

    「우리 국군은 애국심으로 무장되어 있습니다. 적의 어떠한 도발도 물리칠 것입니다.」
    「그렇다면 다행 아닌가?」
    조금 마음이 녹인 내가 신성모를 보았다.

    신성모는 전쟁이 일어난다면 점심은 평양에서 먹고 저녁은 신의주에서 먹는다고 호언을 해왔다.
    남북한 내막을 아는 사람들한테는 그야말로 과대망상이며 허풍으로 들렸겠지만 국민들한테는 믿음직한 국방장관이었다. 내가 채병덕에게 물었다.

    「휴가 나온 군인들은 귀대 조치를 했는가?」
    「예, 각하.」
    오늘이 25일인 것이다. 사흘 전에 들었던 이철상의 말이 김장흥한테서 첫 남침 보고를 받았을 때부터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는다.

    그리고 나서 11시 반에 국무회의가 열렸지만 그때까지도 전황이 불분명했다.
    새벽 4시경부터 포성이 들렸다는 보고가 있는가 하면 17연대는 북진중이라는 보고도 있다.
    국무회의에서 참모총장 채병덕이 큰 상체를 세우며 말했다.

    「제 판단입니다만 남로당 간첩 김상룡, 이주하를 돌려보내라고 시위를 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는 좌우를 둘러보며 자신 있게 말을 이었다.
    「전면전은 아닙니다. 지금까지 옹진반도에서 해왔던 것처럼 무력시위로 긴장을 고조시키고 내부 단속을 하려는 의도입니다.」

    아직 정보가 종합되지 않았기 때문에 반론을 제기하는 장관도 없다.
    다만 내무장관 조병옥이 채병덕에게 그렇다면 조만식 선생은 어떻게 되었느냐고 따지듯이 물었을 뿐이다.

    그 때 국무회의장에서도 비행기의 폭음이 울렸다. 프로펠러 비행기가 아닌 날카로운 폭음이어서 처음에는 포탄이 지나는 소음으로 알았다. 나를 포함한 국무위원들이 일순간 입을 다물었고 잠시 후에 소음이 그쳤을 때 서로를 보았다. 채병덕과 신성모는 내 시선을 받지 않으려고 외면하고 있다.

    그때 비서 김시윤이 서둘러 내 옆으로 다가오더니 귀에 입을 가깝게 대고 말했다.
    「각하, 미고문관 립튼 대위가 방금 소련 제트기가 지나갔다고 합니다.」
    그 때 다시 폭음이 울리더니 이제는 기관포 발사음이 울렸다.

    국무의원들의 얼굴에 당황한 기색이 덮여졌다. 나는 그 때서야 가슴이 무너지는 느낌을 받았다.
    그때까지도 남침이 아니기를 기대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