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장 대한민국 (24)

    「각하, 6월 중순부터 군 지휘관 인사이동이 많아졌습니다.」
    하고 이철상이 말했으므로 나는 머리를 들었다.

    6월 중순의 한낮이다. 일요일이어서 나는 경무대 뒷산에 올라 톱으로 넘어진 고목을 자르는 중이었는데 이철성이 따라 나왔다.

    이철상이 말을 이었다.
    「정기 인사라고 하지만 수상합니다. 이런 때는 야전 지휘관을 옮기면 안 되거든요.」
    톱질을 멈춘 내가 앞쪽에 앉은 이철상에게 물었다.

    「누가 그런 것 같나?」
    「나타나지 않습니다.」
    머리를 저은 이철상이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웃는다.
    「오래전부터 계획된 것입니다. 6월 중순의 야전지휘관 대폭 인사는 예정되어 있었기 때문에 누구도 의심하지 않습니다.」

    「----」
    「저는 그것이 더 의심스럽습니다.」
    「----」
    「치밀하게 계획된 냄새가 납니다. 각하.」
    그리고는 이철상이 주머니에서 접혀진 서류를 꺼내 내 앞에 내밀었다.

    「이것 보십시오. 6월 18일, 6월 25일, 일요일에는 전군의 사기 진작 차원에서 부대원의 외박을 허가하라는 행정 보도가 나갔습니다.」
    「이건 참모총장이 보낸 건가?」
    내가 서류를 보면서 물었다. 눈이 흐려서 잘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닙니다. 이건 참모총장이 결재할 필요도 없는 행정 보도입니다. 총참모부에서 하루에도 몇 건씩 하달하는 행정 보도지만 이런 것을 보고 외출 외박을 안 하는 부대는 없습니다.」
    「----」
    「지난 6월 18일에도 전방 부대원의 절반가량이 외박을 나왔다가 저녁때나 귀대했다고 합니다.」
    나는 들고 있던 서류를 이철상에게 건네주었다. 이래서 가장 효율적인 방어는 공격이라는 말이 있는가 보다. 적의 위협을 샅샅이 파악할 수는 없는 것이다. 따라서 아무리 방비를 한다고 해도 치려고 작심을 한 상대에게는 허점이 보이기 마련이다.

    내가 다시 손에 톱을 쥐면서 이철상에게 물었다.
    「북한이 남침해오겠나?」
    「예, 각하.」
    이철상이 기다렸다는 듯이 대답했으므로 톱질을 하려던 내가 움직임을 멈췄다.
    「막을 수는 없겠나?」
    「없습니다. 각하.」

    나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은 채 이철상이 말을 잇는다.
    「이미 남북으로 분단이 되었을 때부터 예견된 상황이었습니다. 각하.」
    「공산주의와 민주주의.」
    「지금까지 공산당이 싫어서 월남한 북한주민이 2백만입니다. 북한주민 1할이 넘게 월남 했습니다.」

    그때 내가 길게 숨을 뱉었다.
    「김일성, 이놈.」
    나는 다시 톱질을 시작하며 말을 이었다.
    「동족상잔의 만인공노 할 대역죄를 짓겠다는 말이냐?」

    소나무는 질겨서 잘 베어지지 않았다. 10여 번 톱질을 했더니 금방 땀이 났고 팔의 힘이 떨어졌다. 우두커니 서서 그 것을 보던 이철상이 다시 입을 떼었다.
    「각하, 무리하지 마시지요.」
    「난 살 거다.」

    숨을 헐떡이며 내가 말을 이었다.
    「월남한 2백만 동포가 안돈을 할 때까지 살아 있어야겠다.」
    손등으로 이마의 땀을 씻은 내가 이철상을 바라보며 웃었다.
    「김일성이 보다 오래 살고 싶은데 그건 욕심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