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정일도 탈북할 수 있다!  
     비행기가 무서우면 열차 타고 탈북해도 좋다.
    장진성 (탈북 시인/ 뉴데일리 객원논설위원)   
     
    어제 김정일씨가 방중했다. 열차 타고 강을 넘었단다. 그래. 나도 탈북할 때 두만강을 넘었지. 그래서 김정일씨가 강을 넘었다는 뉴스가 예사롭지 않다. 아니 좀 안쓰럽기까지 하다.

     왜냐면 나도 북한을 탈출했을 때 중국 공안을 피하느라 엄청 고생이 많았거든. 김정일씨도 현재 테러가 무서워 대륙을 숨어 다니는데 이게 어디 남의 일 같아야 말이지. 국방위원장이나 보통 서민이나 인생 뭐 다른게 없다는 생각이 지금 금방 내 뒤통수를 세게 쳤다,

     그 타박상 속에서 불쑥 이런 생각도 든다.
    그렇구나! 김정일씨도 탈북자 가족이었구나. 이쯤에서 기분이 묘하다.
    북한의 엄격한 그 3대멸족 연좌제로 따지면 난 김정일씨보다 실은 출신성분이 몇 배나 더 좋았던 놈이 아니었던가? 나는 기껏 혼자 탈북했지만 김정일씨는 일가족이 대부분 탈북자가 아닌가.

    그 숱한 처들 중에서도 우선 본처부터 그랬다. 성혜림은 병치료로 러시아엘 가서 그 땅에서 아예 맘 편히 사망했다. 평양으로만은 시체로도 돌아가지 않겠다는 오! 시체의 영원한 자존심이었다.
    세번째 처 고영희도 마찬가지다. 자기 대신 동생 고영숙을 미국으로 망명시켜 세계혁명은 무슨 개뿔! 세계도피 일가의 저력을 보여줬다.

     장남 김정남은 역시 장남답게 차원이 달랐다. 튀다 못해 아예 대놓고 일본기자, 남조선 기자 만나서 인터뷰한다며? 그래서 세상 사람들이 죄다 알고 있다. 그 친구가 김정일씨보다 키가 더 크다는 것을!
    어디 그 뿐인가? 처조카 이한영은 서울에서 요란한 책도 냈다.

     그 책속엔 탈북만 안했을 뿐인지 남한에서 이미 성공적으로 정착한 것같은 김정일의 사치스런 일상이 들어있다. 어느 잡지를 보니 아버지 김일성도 은밀히 대단한 분이시더라. 김우중 대우그릅 전 회장을 만나 망명지를 조심히 부탁하며 황혼 탈북을 점쳤다던데?

     그런데도 요즘 북한은 장난 아니라며? 탈북자 가족들을 지방으로 추방시키거나 수용소로 보낸다며 국가보위부가 난리 친다던데. 참으로 눈치없는 것들! 그렇게 철없으니 며칠 전엔 보위국장 류경군도 숙청당했잖아, 김정일씨가 오죽 발이 저리다못해 더는 못 참아 그 야단 쳤을까. 

     아무튼 김일성의 그 탈북미수까지 합치면 김정일 이 양반은?
    갑자기 껌을 씹는 내 이빨 속도가 빨라진다. 전번주 치과 가서 땜질했던 어금니위로 기분좋게 껌이 착착 붙는 느낌이다. 이 껌은 그렇다치고 좀 전에 끊어졌던 말인데 김정일 이 양반 정말 위대하긴 위대한가봐.

     북한에서 최고사령관이 아니라 완전 최고위법자인데도 여전히 직업이 국방위원장인 것을 보니깐.
    그게 어디 보통 사람으로 가능한 경력 기만술이던가. 그것도 군 미필자가 말이다.
    하지만 꼬리가 길면 잡히는 법이다. 김정일씨가 오늘처럼 많이 걱정 돼 보긴 처음이다, 그래서 하는 충고인데 살벌한 북한 땅에서 그가 좀 더 살 수 있는 길은 딱 하나다.

     중국으로 출장나온 이 참에 한국 대사관으로 뛰어들어가면 천만다행인데. 혹은 비행기가 무서우면 폼나게 열차 타고 탈북해도 좋을텐데 말이다. 탈북할 때 고급정보따윈 필요없다. 핵폰탄을 제발 던지지도 말고 손수 안고 오면 정착금까지 줄 수 있다. 평양엔 세습할 수록 더 악독해지는 김정은 정권이 남아있는데 그 형편에 탈북이 뭐가 대수인가.

     (김정일에 이어 김정은까지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으로 호칭하는 우리 언론의 행태를 보고;;;)
     장진성 /탈북 시인, '내딸을 백원에 팝니다'저자/ 뉴데일리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