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호씨 전기 출간..."포기 모르는 끈기가 성공 비결"
  • 빈털터리 전쟁고아에서 노르웨이 라면시장을 장악한 유명인이 된 '라면왕' 이철호 씨의 일대기가 이씨의 셋째딸 이리나 리 씨의 손으로 재구성돼 나왔다.

    지난해 노르웨이에서 먼저 출간됐던 전기 '그래도 끝까지 포기하지마'(지니넷 펴냄)의 국내 출간에 맞춰 방한한 이씨 부녀는 18일 서울 성북동의 노르웨이 대사관저에서 기자들과 만나 출간 소감을 전했다.

    "세 딸 중 누군가가 아버지의 이야기를 써야 한다면 언론인인 내가 가장 적합할 것이라고 오래전부터 생각을 해왔어요. 마음만 먹고 실천을 못하다가 내 자신이 엄마가 되고 나서 아이들에게 할아버지 이야기를 들려주기 위해서는 당장 쓰기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했죠. 한국어판 출간은 꿈도 꾸지 못했는데 이렇게 책을 내고 한국에 와있다는 게 믿어지지 않네요."(이리나 리)
    "전 그냥 제가 겪었던 일을 얘기만 해줬습니다. 우리 아버님이 항상 재산은 있다가도 없고, 없다가도 있는 것이지만 배움은 평생의 자산이라고 늘 말씀하셨는데 저도 그 가르침을 따라 아이들에게 늘 배우기 위해 노력하고 꿈을 좇아가라고 말했습니다."(이철호)

    1937년 충남 천안에서 태어난 이씨는 전쟁통에 가족들과 헤어져 미군부대에 살다가 수류탄 파편에 맞아 큰 상처를 입고 치료를 위해 노르웨이로 건너갔다.

    노르웨이 한국인 1호였던 그는 맨바닥에서 시작해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미스터 리'라는 브랜드로 한국 라면을 소개해 노르웨이인들을 사로잡았다.

    이씨는 직접 광고와 방송 등에 출연하면서 유명세를 쌓아 노르웨이 초등학교와 고등학교 교과서에도 실리는 유명인이 됐고, 노르웨이 최대 식품회사로 판매권을 넘긴 '미스터 리'는 라면의 대명사처럼 인식되며 여전히 95%라는 압도적인 시장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이리나 씨는 이러한 아버지의 성공 비결을 실패하더라도 절대로 포기하지 않는 끈기와 아무것도 공짜로 이뤄지길 기대하지 않는 성실함에서 찾았다.

    "라면으로 성공을 거두기 전에 아버지는 수차례 실패를 했어요. 한번은 한국에서 발가락 양말을 들여와 노르웨이에 보급했는데 성공을 거두지 못해서 온 집안이 발가락 양말로 넘쳐나기도 했죠.(웃음) 아버지는 항상 넘어져도 털고 일어나서 다른 길로 가면 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지금은 라면사업에서는 한걸음 물러나 자문 역할 정도만 하고 있는 이철호 씨는 민간외교관을 자처하며 한국과 노르웨이 사이의 관계를 증진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한국에서 안 좋은 일만 겪다가 노르웨이에 갈 때는 어린 마음에 '다시는 오지 않을 것'이라고 결심을 했습니다. 그러나 나이가 들다보니 나쁜 기억은 다 잊게 되고 고국이 너무 그리워지더군요. 앞으로 제가 사랑하는 한국과 노르웨이의 관계가 더욱 가까워지는 데 기여하고 싶습니다."
    손화수 옮김. 264쪽. 1만3천8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