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장 대한민국(6)

    이제 북한은 양쪽에 날개를 단 독사나 같다.
    해방된 후부터 공산당 일당 독재 체제를 굳힌지 만 4년, 인민군은 소련의 적극적인 군사 지원을 받아 중화기로 무장되었고 병력도 한국군의 2배가 넘는다. 더욱이 중국과 소련 양대(兩大) 공산국가각 위쪽에 나란히 붙어 있었으니 김일성의 기세는 하늘을 찌르고 있을 것이었다. 그 당시의 북한은 김일성의 공산주의 독재국가다.
    그러나 나는 북한을 그저 김일성의 독재국가로만 생각했다.
    김일성을 만들어준 할애비 스탈린도 공산주의 사상에 무지했기 때문이다.
    북한이 정식 공산주의 국가로 불리려면 남한에서 월북한 박헌영이 북한을 통치해야 옳다. 박헌영은 공산주의 사상에 투철한 독립운동가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한민국에 대해서는 반역자며 역적이다. 그것도 분명히 해야 대한민국이 성립된다.
    1949년 11월 나는 중앙청집무실에서 존, 화이트를 만났다. 존은 내가 워싱터의 대미외교위원회 위원장 시절부터 알고 지내던 지인으로 당시에는 대한민국의 로비스트로 활동하고 있었다. 60대 중반의 존은 또한 스텐포드대 후배이기도 해서 나를 따른다.

    집무시에서 돌이 마주보고 앉았을 때 존이 말했다.
    「각하, 내년 초에 애치슨이 미국의 극동방위선을 발표할 것 같습니다.」
    나는 시선만 주었다. 워싱턴 정세를 알려면 존과 같은 로비스트가 필요한다.
    나는 천금 같은 국비를 들여 존을 고용하고 있는 것이다. 다시 존의 말이 이어졌다.
    「극동방위선에 한반도는 빠져있습니다.」
    「---」
    「군사전략상 도서방위선 전략을 채택하려는 것입니다.」
    딘 굿더함 에치슨(Dean Gooderham Acheson)은 미국 국무장관이다.
    이제 미국 철수는 완료되어가는 중이고 군사고문단 6백여명만 남게될 것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미국의 극동 방위선이 알류산열도에서 일본, 오키나와, 필리핀을 잇는 선으로 물러나며 한국과 대만, 인도차이나와 인도네시아는 제외된다.

    내 눈앞에 아직 대면한적도 없는 김일성이 모습이 흐릿하게 떠올랐다.
    김일성은 절호의 기회를 만나게 된 것이다.
    아니 기다리고 있었다고 해야 맞다. 끊임없이 남한에서 군사반란, 폭동을 일으키던 좌익 세력은 환호할 것이다.
    미국이 대한민국을 버렸다고 할테니까. 내가 존에게 말했다.
    「존, 그렇다면 대한민국은 UN에 넘겨졌다고 해야 맞겠군, 그렇지?」
    「그렇습니다. 각하.」
    존이 주름진 얼굴을 펴고 쓴 웃을 지어 보였다.
    「UN 관할이고 미국도 그 UN에 포함되는 형식입니다. 미국 단독 행동은 안된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
    「각하, 이곳 정황은 어떻습니까?」
    존이 그렇게 묻는 순간 내 등에 찬바람이 스치고 지나는 느낌을 받았다. 대한민국의 로비스트인 존도 남북한 상황을 자세히 모르고 있는 것이다. 이러니 워싱턴의 관리들은 오죽 하겠는가?

    2차 세계대전이 끝난후 여서 전쟁 기피증이 만연된 상황이기도 하다.
    나는 급해진다. 자리에서 일어나 문을 열고 소리쳐 비서를 부른 다음 동경의 맥아더에게 직통전화 연결을 지시했다. 나는 이제 대한민국의 대통령이어서 누구의 허락을 받거나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
    긴장한 존이 소파에 앉은채로 굳어져 있었고 이윽고 통화 연결이 되었다. 전화기를 귀에 붙인 내가 정중하게 말했다.
    「장군, 한국의 리 올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