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계, 공천학살 악몽 되살아나기 전에…‘초강수’친이계, 당혹감…“무엇을 배제했다는 건지”
  • “최악의 경우에도 대비하고 있다. 강요당했을 때 망설일 수는 없는 것 아니냐.”
    친박(친박근혜)계 중진인 홍사덕 한나라당 의원이 1일 분당(分黨) 가능성을 열어뒀다. 4.27 재보선 패배 이후 새 지도부 구성에서 친박계가 배제될 경우 갈라설 수 있다는 입장으로 이미 분당을 각오하며 ‘대비 시나리오’를 준비했다는 분위기다.

    홍 의원은 이날 ‘중앙선데이’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비상대책위원회에서 큰 그림이 나와야 하는데 다음 지도부와 주요 당직만 보면 (주류와 비주류가) 서로 뜻을 읽을 수 있다”며 “내년 총선 공천 때까지 갈 필요도 없다”고 단언했다.

  • ▲ 14일 오후 충남 공주시 백제체육관에서 열린 '충청미래정책포럼(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지지모임) 창립대회에 참석한 홍사덕 의원이 축사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 14일 오후 충남 공주시 백제체육관에서 열린 '충청미래정책포럼(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지지모임) 창립대회에 참석한 홍사덕 의원이 축사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그는 “분당되더라도 대선에서 승산이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물론이다. 늘 대비하면서 포섭과 토론을 거듭하고 있다”면서도 “박 전 대표와 상의하지 않았으며 내 생각일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다만 “그것이 박 전 대표의 생각이냐”는 질문에는 “이것은 내 생각이며 박 전 대표와 상의하지는 않았다”고 한 발 물러서기도 했다.

    홍 의원은 재보선 패인과 관련해서는 “실적이 워낙 부족했고 희망과 꿈을 주는데 실패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일본의 자민당이 55년간 장기집권한 이유는 사회당과 사민당이 좋은 아이디어를 내면 안면몰수하고 자기 정책으로 바꿨기 때문인데 우리에겐 그런 유연성과 적응 능력이 보이지 않는다”고 진단했다.

    그는 차기 대선에서 박 전 대표의 야권 대항마로 손학규 민주당 대표를 꼽으며 “우여곡절이 있겠지만 결국 손 대표라고 본다”고 전망했다.

    또한 박 전 대표가 안전지대에만 숨으려한다는 비판과 관련해 “침묵의 정치라는 비판을 듣지만 침묵을 지키지 않는다면 분란이나 분쟁으로 비춰질 것”이라고 항변했다.

    당 안팎에서 ‘젊은 당 대표론’이 나오는 것을 두고 “나이가 젊은 게 아니고 정부와 청와대를 대하는 태도에서 철학에서 젊음이 배어나는 용기를 갖춰야 한다”면서 “그런 의미에서는 젊은 대표론은 그럴듯한 주장”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아울러 그는 이재오 특임장관의 당 대표직 도전 여부에 대해 “분당에서 투표하던 날에도 호남에 가서 개헌과 관련된 얘기를 하는 그런 접근 방식으로 곤란하다”면서 “그런 태도를 고치는게 먼저”라며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홍 의원의 이 같은 핵폭탄급 발언에 친이계는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특히, 의원‧당원협의회 연찬회 및 원내대표 선출이 줄줄이 잡혀있는 가운데 홍의원의 진의 파악에 분주했다.

    한 친이계 의원은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왔다니 당황스럽다”면서도 “무엇을 어떻게 배제하지 말라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정치권에서는 홍 의원이 ‘분당(分黨)’카드까지 빼들고 새 지도부 구성에 집착하는 것은 18대 총선에 자신을 포함한 친박계가 당한 공천학살의 악몽 때문인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과거 구사일생으로 살아 돌아온 자로서 내년 총선에 큰 영향력을 끼칠 지도부 구성을 두고 일종의 ‘경고’를 보낸 것으로 해석된다.

    또 다른 친이계 의원은 “지금은 박 전 대표가 대세라지만 대권은 그때 가봐야 아는 일”이라며 “친이, 친박 다 합쳐도 어려울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