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탓, 내 탓’ 하는 정치인 대상 ‘경고의 메시지’ 친이 직계 “특정 대상은 없다”
  • “남의 탓을 하는 정치인들이 성공하는 것 못 봤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을 두고 정가가 ‘설왕설래’ 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29일 오전 동국대 창업센터에서 열린 제85차 국민경제대책회의를 주재하면서 묘한 여운을 남겼다.

    “정부 기업, 모든 부분에서 실패한 사람들을 보면 남의 탓을 많이 한다. 자기 탓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틀림없이 다시 성공한다. 남의 탓으로 돌리는 사람은 성공 못하더라.”

    이 대통령이 경제 관련 회의를 주재하면서 정치적 언급을 한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기 때문에 더욱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 ▲ 이명박 대통령이 29일 오전 서울 중구 필동 동국대 창업보육센터 내 벤처기업을 방문, 창업인의 신기술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 이명박 대통령이 29일 오전 서울 중구 필동 동국대 창업보육센터 내 벤처기업을 방문, 창업인의 신기술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그렇다면 이 대통령의 의중은 무엇일까.

    4.27 재보선 패배를 두고 여권 일각에서 나오는 비판적 시각에 대해 우회적으로 불쾌감을 드러낸 것일까. 특정 국회의원들의 발언을 겨냥한 것일까.

    정치권에서는 이 대통령이 말한 ‘남 탓하는 정치인’의 함축적 의미를 크게 세 가지로 구분하고 있다.

    첫 번째는 누군가를 콕 집어서 말한 건 아니라는 것이다. 일반적인 정치인들의 속성과 태도를 두고 쓴 소리를 던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현안이 터지면 서로를 향해 삿대질을 하며 ‘네 탓, 내 탓’ 하는 정치인들을 향해 ‘경고의 메시지’를 날렸다는 설(說)이다. 

    4.27 재보선 패배와 관련해 불거진 ‘친이(親李)계 책임론’을 시작으로 대규모 국책사업 유치 공방, 공천 파동, 예산문제 등 틈만나면 벌어지는 ‘떠밀기식 정치’를 염두에 두고 언급했다는 분석이다.

    두 번째는 특정 국회의원을 겨냥했다는 가설이다. 

    전날 김형오 전 국회의장은 이명박 대통령을 향해 “레임덕은 필연이다. 오늘부터 시작됐다. 불가피하다면 인정하고 들어가야 한다”고 날선 비판을 쏟아냈다.

    김 전 의장은 정부를 향해서도 “책임지지 않는 사람이 오히려 살아남는 (이렇게) 이상한 정부가 하늘 아래 또 있는가”라고 비난했다.

    초선 모임인 ‘민본21’의 김성식 의원은 당 원내대표 경선과 관련 “청와대가 호루라기를 불면 다 된다는 호루라기 정치는 끝내야 한다”면서 “원내대표로 ‘주류 아바타’를 뽑는 경선은 이제 안 된다”고 지적했다.

    정두언 최고위원도 정부에 수차례 직격탄을 날린 바 있다. 이밖에도 특정 현안과 관련해 이 대통령을 향해 터져 나온 불만 발언은 부지기수다.

    그리고 결국 참다못한 이 대통령이 선을 그은 것이라는 해석이다.

    마지막으로는 듣는 이로 하여금 ‘혹시 나를 염두에 두고 발언한 것이 아닐까’란 생각이 들도록 하는 ‘특유의 화법’을 구사한 것이라는 설이 나온다.  

    재보선 패배 이후 발언을 사전에 준비했을 수도 있다. 비판이 여기저기서 쏟아지는 시점에서 누구 하나를 지목하는 것보다, 말 한마디로 모든 이를 대상토록 하는 화법이 필요했을 상황이다.

    친이 직계인 한나라당 이춘식 의원은 이날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아무래도 대통령께서 특정 인물을 겨냥한 것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원론적인 측면에서 바라봐야 한다. 남 탓을 하기보다 스스로 나서서 행동하라는 뉘앙스가 강하다”고 덧붙였다.

    같은 친이 직계 강승규 의원도 기자의 질문에 “특정 인물보다는 최근 비판 목소리를 낸 모두에게 해당하는 발언”이라면서 “자기 할 일은 안하고 남 탓만 하면 성공할리 없다. 대통령이 그 정도 말은 할 수 있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