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김태호 차기 대권 입지 ‘굳히기’유시민, 승부수 추락…야권단일화 ‘가능성’
  • 1대 2. 한나라당은 완패했다. 민주당은 압승을 거뒀다. 국민참여당은 실패했다. 27일 치러진 4.27 재보선 결과다.

    이번 선거의 투표율은 39.4%로 지난 2006년 이후 최고치다. 특히, 분당을 투표율은 49.1%로 지난 18대 총선(45%)보다 훨씬 높았다. 강원도 역시 47.5%를 기록, 전국 평균을 상회했다.

    민주당은 '이른바 빅4' 중 후보를 낸 분당과 강원도지사에서 모두 승리를 거뒀다. 한나라당은 중앙당의 지원을 한사코 거절, ‘나홀로’ 선거에 집중해온 김태호 후보가 김해을에서 승전보를 울리며 겨우 체면치레를 했다.

    하지만 텃밭으로 분류, 당력까지 총동원한 분당에서 손학규 민주당 대표에게 크게 졌다. 줄곧 여론조사에서 앞서왔던 강원도지사까지 민주당 최문순 후보에게 내줘 ‘참패’라는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이에 따라 이번 선거를 총괄책임진 한나라당 지도부는 책임론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한나라당 일각에서 불던 '판 뒤집기' 개혁 바람이 곳곳에서 폭풍처럼 밀려올 것으로 보인다. 현 지도부 체제로 내년 총선과 대선을 치를 수 없다는 초-재선의 개혁성향 의원들의 목소리에 힘이 실릴 전망이다.

    손학규, 젊은층에 변화 희망 안겼다

    경기 성남 분당을에 출마한 손학규 민주당 후보는 51%를 얻어 강재섭 한나라당 후보(48.31%)를 눌렀다.

    특히, 민주당은 ‘당 대표가 1년짜리 국회의원직에 목멘다’는 비판 여론까지 감수하면서 뒤늦게 뛰어든 경기 성남 분당을 선거에서 손학규 대표가 승리를 거둬 ‘이기는 장사’를 했다.

    이번 재보선의 승기는 분당에 달렸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여야는 분당에 공을 들였다. 특히, 선거를 하루 앞둔 26일에는 현역 국회의원 가운데 절반 수준인 150여명이 분당 지역을 찾아 세몰이에 집중했다.

    손학규 후보 당선의 결정적 요인은 젊은층의 마음을 움직인 것으로 보인다. 젊은 중산층으로 대표되는 분당의 넥타이부대에게 '분당에서 변화를 시작하겠다, 보여주겠다'는 손 후보의 전략은 그대로 맞아 떨어졌다. 손 대표는 이번 선거 승리로 원내진출 외에도 차기 대권후보로서의 탄탄대로를 걷게 됐다.

    거꾸로 이 이야기는 한나라당에 대한 ‘외면’을 뜻하기도 한다. 한나라당은 분당을 진앙지로 한 여진이 지지기반인 수도권 전역에 퍼지는 일을 막아야 한다. 수도권의 한 재선의원은 "분당이 무너지면 강남 3구로 타격이 바로 이어진다. 이는 서울과 수도권 전역으로 뻗칠 것"이라며 분당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흙탕물 전쟁…‘콜센터 사건’ 뼈아팠다

    비방, 고발로 얼룩진 강원도지사에도 결국 민주당이 웃었다. 최문순 민주당 후보가 51.08%를 얻어 46.56%의 지지를 받은 엄기영 후보를 제쳤다.  

    민주당 소속 이광재 전 강원도지사의 대법원 판결로 다시 치르게 된 이번 선거에서 한나라당 엄 후보는 정치 신인다운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며 높은 인기를 누렸으나 막판 ‘콜센터 사건’이 뼈아팠다.

    엄 후보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단 한 차례도 최 후보에게 선두를 내주지 않았다. 최 후보와의 격차도 줄곧 10%p 이상으로 집계돼 한나라당은 엄 후보의 무난한 당선을 예측해왔다.

    다만 강릉의 한 펜션에 엄 후보 측이 선관위에 등록되지 않은 전화홍보원을 투입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판세가 요동치기 시작했다. 또 최문순 후보도 22만명에게 ‘엄기영 후보와 1%차 초박빙’이라는 허위문자 메시지를 보낸 사실이 알려지면서 서로 검찰에 맞고발 하는 등 전 MBC 사장 간의 대결은 흙탕물 싸움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엄 후보측은 '콜센터사건'을 두고 "지지자들의 자발적인 움직임"이었다고 발언한데 반해 실제 이들은 범죄자인 마냥 얼굴을 감추고 경찰에 인계되는 모습이 그대로 전파를 타면서 '내 이웃을 범죄자로 만들었다'는 분위기가 번지기도 했다.

    ‘나홀로’ 김태호, 차기 대권주자 ‘우뚝’

    김태호 한나라당 후보는 51.01%를 얻어 야권단일후보인 이봉수 국민참여당 후보(48.98%)를 따돌렸다.

    특히, 김 후보는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고향인 경남 김해 지역에서 최종으로 승리하며 차기 대권주자로 우뚝 섰다. 김 후보는 지난해 40대 국무총리 후보자로 세대교체의 상징으로 떠올랐으나 내정 21일만에 자진 사퇴하는 아픔을 겪었다.

    노 전 대통령의 서거 이후부터 영남 지지기반이 상당부분 이탈했다는 평을 듣는 김해에서 출마를 결정한 것부터 큰 이슈로 작용했다. 또한 중앙당의 지원사격을 한사코 거절, ‘나홀로 선거’를 완주한 김 후보는 향후 정치적 행보에도 상당한 원동력을 얻게 됐다.

    반면 국민참여당 유시민 대표는 이날 패배로 깊은 상처를 입게 됐다. 유 대표는 보궐선거에서 야권단일화를 이뤄냈다. 그래서 후보 이봉수가 아닌 유시민의 선거라는 얘기도 나왔다. 그런데 ‘친노(親盧) 정당’이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고향이 있는 김해을 선거에서 패했다.

    당장 야권 내 차기 잠룡 중 유일하게 두 자릿수 지지율을 보이던 그의 대권행보에도 빨간불이 들어왔다. 라이벌 민주당 손학규 대표가 한나라당 텃밭인 분당에서 여당의 거물을 꺾은 것과 비교했을 때 그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순천, 민노당의 첫 전라도 배지

    민주당이 후보를 내지 않은 전남 순천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선 야권 단일후보로 출마한 민주노동당 김선동 후보(36.24)가 최종 배지를 달게 됐다.  무소속 후보만 무려 6명이 출마한 이번 선거에서 민노당은 호남에서 처음으로 국회의원을 배출하는 쾌거를 일궜다. 

    김 후보가 당선은 야권후보 단일화의 힘이었다. 김 후보와 경쟁한 무소속 후보들은 참여정부에서 활약한 사실상 민주당 소속 인사들로 민주당의 무공천에 반발, 모두 무소속으로 나가면서 힘이 분산됐다.

    이로써 민노당의 기반이 호남 지역까지 확대, 진보신당과의 통합이 이뤄질 경우 내년 총선에서 '원내교섭단체' 구성까지 노릴 수 있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