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의 모범’이 될 선거를 치러야 할 경력 가진 후보들멋진 한판 승부 아니라 선거판의 '아귀'처럼 다투다니
  • [기자수첩] 참으로 민망하다. 안쓰럽기까지 하다. 보고 있자니 부화도 치민다.

    흐드러지게 꽃피는 좋은 시절, 왜 부화가 치밀까. 강원도에서 벌어지는 낯 뜨거운 일 탓이다. MBC 전 사장들끼리 맞붙은 강원 선거 판 때문이다. 추태도 이런 추태가 없다.

    묻고 싶다. MBC 전 사장들의 수준이 겨우 이 정도인가. 한나라당 엄기영 후보와 민주당 최문순 후보는 답하라. 이렇게 묻는 이에게 답하라는 게 아니다.

    강원 도민들에게 답하라. 그들이 MBC 사장이었음을 기억하는 국민들에게 답하라.

    그들이 누구였던가. MBC 보도국 기자들이었다. 공영방송이라고 자칭하는 MBC의 수장들이었다. 그들 나름 과거 갖가지 선거를 취재했을 것이고 그들이 사장이었을 때 선거보도를 했을 것이다.

    그 때는 뭐라고 했을까 궁금하다. 불법 선거 운동을 하는 후보들에게 뭐라고 했을 지 궁금하다. 잘한다고 했을까. 선거는 본시 그렇게, 정법(正法)이건 불법(不法)이건 온갖 궁리를 다해 치러야 하는 것이라고 맞장구 쳤을까. 그들의 선배들로부터 그렇게 보도하는 것이라고 배우고, 후배들에게 또 그렇게 가르쳤을까.

  • ▲ 강원도지사 보궐선거에 출마한 한나라당 엄기영(좌), 민주당 최문순 후보
    ▲ 강원도지사 보궐선거에 출마한 한나라당 엄기영(좌), 민주당 최문순 후보

    지금 강원도에서 벌어지는 꼴을 보자면 딱 그 짝이다. 가관이 따로 없다.

    엄 후보를 지지하는 측에서 펜션에 전화방을 차렸다. 경포대 인근이다. 거기서 여성 선거운동원들이 나서 엄 후보를 지지해달라는 전화 홍보를 하다 들켰다. 줄줄이 끌려 나오는 모습이 참으로 민망하다. 언론들은 ‘불법 전화방(콜센터)’이라고 비꼬기까지 한다.

    엄 후보의 해명을 들어보자. “열성지지자들이 자원 봉사에 나선 것”이라고 한다. “콜센터는 나와 무관하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최 후보에게 삿대질 한다. “민주당의 네거티브 공세가 오히려 역풍을 부를 것”이라고 말이다.

    민주당 최 후보는 어떠한가. 그는 깨끗하게 하고 있나.

    그도 정법의 룰을 벗어난 사례를 털지는 못한다. ‘[선거정보] 1% 초박빙 (SBS 4/15 8시뉴스) 강원도 꿈, 미래 기호2번 최문순’이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가 발송됐음이 확인됐다. 허위 사실이다. 22만 명에게 뿌려진 점이 한나라당에 들켰다.

    최 후보측 해명은 “실무자가 착각해 발송한 실수”라는 것이다. 선거법상 5차례까지 허용된 범위 내에서 발송한 것인데 실제 방송여부를 확인하지 못한 실수라고 주장한다. “고의성은 전혀 없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양측 다 깨끗한 선거를 다짐하고 있다. 마지막까지 깨끗한 선거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것이다.

    이쯤에서 궁금해진다. 엄 후보와 최 후보, 이들은 원래부터 정치판에서 놀던 정치꾼이었던가. 평생 정치판을 기웃거리면서 국회의원 한 자리라도 해먹으려고 했던 '꾼'이었던가 말이다.

    그것이 아닌 바에야 멋지게 한 판 싸워야 할 것 아닌가. 더구나 MBC 선후배 사이인 그들이다. 평기자나 고참 출신 기자들도 아니다. MBC 사장을 나란히 한 사람들이다. 말 그대로 ‘타의 모범’이 될 선거를 치러야 할 경력을 가진 후보들이다.

    그러나 작금에 벌어지고 있는 일들만 놓고 본다면 선거 판의 '아귀'들이 따로 없다. 남들이 ‘바람 풍’을 외칠 때 나는 ‘바담 풍” 하더라도 오직 이기기만 하겠다는 식이다. 그러고서 선거 끝에는 뭐라고 말할까 싶다.

    엄, 최! 이런 소리 듣기 싫다면 정신 차리라. 명색이 방송사 사장 출신들로 배알이라도 있다면, 정신 차리라. 청정지역 강원을 더 이상 선거 오염물로 덮지 말라. 강원도는 그대들만의 것이 아님을 명심하라.

    크게 볼 것도 없다. 양식 있는 MBC 구성원들에게 부끄럽지도 않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