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접대 고충 토로 문건…'장자연 친필' 확인""제보자, 복역 중 연예계 소식에 과도한 집착"
  • ◆한달 전 '장자연 자필 편지' 소문 퍼져 = 지난 2009년 3월 자살한 고(故) 장자연의 자필 편지가 공개돼 파문이 일고 있는 가운데 편지를 언론에 제보한 인물이 장자연의 생전 애인이라는 루머가 연예가에 확산되고 있다.

    한 소식통은 "지난 달 고인의 애인을 자처한 전모씨가 OO당 A모 의원 측에 장자연으로부터 받은 친필 편지를 보냈다는 소문이 연예가에 파다하다"면서 "전씨가 청송교도소에 수감 중일 때, 고인이 전씨에게 '고위층 인사와의 술자리 등을 강요 받아 괴롭다'는 내용을 담은 수십통의 편지를 보냈다는 게 관련 루머의 핵심"이라고 7일 전했다.

  • 이 소식통은 "장자연의 애인이 친필 문건을 확보, 정치권에 보냈다는 루머가 소위 '사설 정보지' 형태로 각지에 퍼진 상태"라며 "전씨가 정치권에 보낸 편지에는 장자연 수사가 시작되자 전씨가 당시 수사를 담당한 경찰 측에 수사에 협조하겠다는 뜻을 내비쳤으나 묵살 당했다는 내용과 함께, 수사 당시 언론에 공개된 내용 외에 다른 비하인드 스토리가 많이 담겨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연예가에 돌고 있는 '사설 정보지'에는 전씨의 제보를 받은 정치권이 조만간 관련 내역을 폭로할 계획이라는 내용까지 포함돼 있어 '장자연 사건'이 또 다시 수면 위로 부상할 것임을 예고하기도 했다.

    그러나 상기한 괴소문이 정가에 퍼진지 정확히 2주일 뒤 장자연의 자필 편지는 정계가 아닌 방송 보도를 통해 세간에 알려졌다.

    ◆SBS "장자연 50통 자필 편지 입수" = SBS '8시 뉴스'는 6일자 방송을 통해 "고 장자연이 남긴 50통의 자필 편지를 단독 입수했다"며 "고인은 '눈꽃-설화'라는 별명으로 한 지인에게 지속적으로 편지를 보냈다"고 밝혔다.

    SBS는 "지난 2005년부터 죽기 직전까지 일기처럼 씌여진, 230쪽에 달하는 고인의 편지에는 장자연이 김모 씨의 기획사와 전속 계약을 맺을 무렵인 2007년 10월 이후 '술접대'와 '성상납'을 강요 받았다는 내용이 자주 등장한다"고 밝혔다.

    또한 "장자연은 자신이 접대한 상대가 31명이라며 이들의 직업과 이름을 기록했는데, 연예기획사와 제작사 관계자 뿐 아니라 대기업, 금융기관, 언론사 관계자까지 열거돼 있다"고 SBS는 전했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SBS가 "해당 편지를 장자연 본인이 작성했는지 확인하기 위해 공인 전문가에게 필적 감정을 의뢰한 결과 장자연의 필체가 맞다는 결과를 얻었다"고 보도한 것.

    하지만 SBS는 "경찰이 편지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도 은폐했다"며 "사건 당시 장자연의 지인이 친필 편지를 언론사에 제보, 경찰이 수사관 2명을 급파했지만 (제보자가)편지를 달라는 요구를 거부했다는 이유로, 편지를 확보하려는 노력도 하지 않은 채 '해당 편지는 날조됐다'고 공식 발표했다"고 밝혔다.

    SBS의 보도는 한달 전 연예가에 떠돌던 괴소문과 정확히 일치하고 있다. 편지를 제보한 인물이 장자연과 어떤 관계인지는 공개되지 않았으나 ▲수년 간 고인으로부터 친필 편지를 받아온 점 ▲편지 안에 원치 않는 성접대를 강요 받아 괴롭다는 내용이 담긴 점 ▲전씨가 당시 수사를 담당한 경찰 측에 수사에 협조하겠다는 뜻을 내비쳤으나 묵살 당했다는 주장 등 관련 루머와 유사한 내용을 띠고 있어 양측 주장이 동일한 출처에서 나온 것임을 짐잠케 하고 있다.

    ◆경기지방경찰청 "재수사 검토" 시사…이번엔? = 한편 수년 전 장자연 사건을 수사했던 경기지방경찰청은 6일 SBS 보도 직후 제보자와 SBS로부터 편지를 확보, 사실 여부를 확인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당시 경찰은 ▲장자연의 가족들이 제보자의 존재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고 ▲제보자가 문건을 달라는 요구에 응하지 않았으며 ▲제보자가 이전부터 정신병 치료를 받아온 점 등에 비쳐볼 때 해당 주장에 설득력이 없다고 판단한 바 있어, 과연 이번 재수사에서 종전 수사 결과를 뒤집고 문제의 편지가 장자연의 '자필 편지'임을 인정하고 나설지는 미지수다.

    경찰은 2009년 3월 중순 '왕첸첸(가명)'이라는 남성이 장자연으로부터 받았다고 주장하는 편지를 언론에 공개하자 수사관 2명을 보내 '편지를 넘겨달라'는 요구를 했으나 이 남성이 응하지 않자 관련 주장에 신빙성이 없다고 판단, "장자연의 편지는 날조됐다"고 공식 발표한 바 있다.

    당시 경찰 조사에 따르면 장자연의 자필 편지를 제보한 남성은 10년 이상 고인과 알고 지낸 사이라고 밝혔으나 실제로는 2003년부터 강간죄로 복역 중인 인물로 수감 중 정신병 치료를 받은 전력이 있으며 연예계 소식에 과도한 집착을 보여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장자연의 집에서 제보자와 관련된 증거물이 전혀 나오지 않았고 교도소 우편 수신 내역에도 장자연으로부터 제보자가 관련 편지를 받은 사실이 기록되지 않아 경찰 내부에서 제보자의 주장이 허구일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 대두됐었던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