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주 폭음 소리... 다양한 가능성 갑론을박온갖 억측 속 ‘북한 땅굴 가능성’에 주민 불안
  • 경찰 엽총 실험...참관 주민 “이 소리 아냐”
    “뭐, 얼음깨지는 소리?” 남양주 주민들, 코웃음 

     
    온갖 억측 속 ‘북한 땅굴가능성’에 불안감
    80대 할머니 “소리가 무섭나, 빨갱이가 무섭지”


    남양주 폭음소리가 계속되자, 경찰, 군, 수자원공사, 한전 등 관련 기관이 지난 1월부터 조사에 나섰었다. 그러나 누구도 결정적인 주장을 못 내놓는 상황이다.
    현재까지 ‘과학적’인 결과라고 하는 것은 고작 숭실대 소리공학과 배명진 교수의 주장이다. 배 교수는 “땅속에서 나는 소리는 50hz의 저음인데, 녹음된 소리는 3000hz의 고음으로 공기중으로부터 나는 소리”라고 밝혔다. 땅굴 굴착소음은 아니라는 것이다.

    언론도 두가지 시각이다. 일부 매체는 땅굴 굴착 폭발음 가능성을 시사하는가 하면 SBS등 일부 언론은 녹음된 소리의 파장 분석결과를 근거로 땅굴관련성에 무게를 싣지 않았다.
    그런 상황이 되자 주민들은 더 불안해하고 있다. 땅굴이건 땅굴이 아니건 과학적으로 밝혀져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폭음과 관련된 주장은 ‘[땅굴관련설’, ‘엽총소리’, ‘얼음깨지는 소리’, ‘폭죽소리’, ‘옹벽깨지는 소리’ 등으로 압축된다.

  • 폭음소리 경험을 이야기하며 땅굴 걱정을 하는 주민들. 오른쪽 주민(84)은
    ▲ 폭음소리 경험을 이야기하며 땅굴 걱정을 하는 주민들. 오른쪽 주민(84)은 "전쟁도 겪었는데 총소리 못알아듣겠냐. 분명 남포소리 같았다"고 말했다.

    ◆엽총 소리설?
    최근 녹음된 폭음을 두고 숭실대 배명진 교수가 지하가 아닌 공중에서 나는 소리라고 밝히자, 엽총 소리를 의심했다. 12일에는 폭음을 들은 주민이 참여한 가운데 엽총 5발을 발사하며 소리를 비교했다. 그러나 실험을 참관한 한 주민은 “엽총소리는 매일 듣는 폭음보다 훨씬 작았다”고 밝혔다. 엽총 소리설은 가능성이 낮은 셈이다.
    폭음이 크게 들린다는 C빌라 다동에 사는 할머니(82)는 엽총소리설과 관련 “내가 이 나이에 포수 총소리 못들어봤겠느냐”며 엽총소리 가능성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 땅굴 여부를 확일할 때 사용하는 시추장비(지름55cm). 암반에 충격을 줘 가루를 내며 지하 수십m이상 내려갈 수 있다.
    ▲ 땅굴 여부를 확일할 때 사용하는 시추장비(지름55cm). 암반에 충격을 줘 가루를 내며 지하 수십m이상 내려갈 수 있다.

    얼음깨지는 소리?
    일부에서 계곡 얼음깨지는 소리나, 깨진 얼음이 떨어지는 소리라는 주장도 있었다. 경찰은 이때문에 최근 인근 천마산 계곡에 170명의 병력을 투입 얼음 흔적 등을 찾았으나 뾰족한 결과를 얻지 못했다.
    이에 대해서도 한 주민은 “얼음 깨지는 소리도 못들어봤냐? 얼음은 쩌~엉, 쩡, 쿵 하고 깨지는 특유의 소리가 있다. 한번 나지 않고 길게 나기도 한다”며 얼음소리는 터무니없다고 했다.

    폭죽소리?
    폭음 인근 주민들이 불안해하며 증언하는 사이, 이웃마을에 산다는 한 주민은 “학교 운동장에서 폭죽 터뜨리는 학생들을 봤다”며 폭죽소리라는 주장을 내놨다. 그러나 남양주공고 3년 한종기 군은 “폭죽소리는 잘 안다. 폭죽 한 사람이 없었다. 분명히 땅바닥을 울리는 소리였다”고 말했다. 실제 아침 7시대, 오전 11시대, 저녁, 한밤중, 새벽 등 폭음 발생시간을 볼 때도 폭죽소리의 가능성은 떨어진다.

    옹벽깨지는 소리?
    소리가 집중적으로 난다고 주민들이 지목하는 지점엔 신축건물이 있다. 3층짜리 철근콘크리트 건물로, 규모는 작지만 3년간 공사를 할 정도로 견고하게 지어졌다는 것이 주민들의 평가다. 일부 주민은 소리가 나는 위치상으로 이 집의 옹벽이 갈라지는 소리가 아닐까 의심하고 있다.
    노인회장 구종회씨는 “신축건물의 수축하는데 따른 소음으로 추정된다”는 입장이다. 주민 이해봉씨도 “수축작용 소리가 총소리같이 들린다. 지금 나오는 소리들은 괜한 말들”이라고 했다. 경찰도 주민들에게 “날씨 영향이 큰 것 같다”고 얘기한다.
    그러나 건축회사 대표인 황목천 씨는 “옹벽이 수축작용을 한다고 폭음소리로 들리지는 않는다. 여러 가능성을 두고 살펴봐야지 단정적으로 무엇이라고 결론 내려선 안된다”고 다른 입장을 보였다.

    현재까지 폭음의 정체는 오리무중이다. 그러나 소리의 위치는 대략 많은 사람의 주장이 모아진다. 신축주택과 옛 단층주택 인근이라는 것이다. 경찰이 최근 단층주택에서 잠복근무 중 폭음이 들렸을 때도 “저기다!” 하고 달려 나간 곳이 신축주택 방향이었다. 그러나 소리 발생 즉시 경찰이 그 집에 들어갔지만 가스, 전기, 수도 등 짐작할 만한 원인은 못 찾았다.

    그럼 남는 가능성은 땅굴?

    여러 가능성에 대해 인터뷰에 응한 주민들은 모두 부정적이다. 일부 가능성 등에는 터무니없는 소리라며 펄쩍뛰기도 했다. ‘결정적인 증거’이 없다보니 땅굴 가능성을 더 신빙성있게 여기고 불안감을 갖고 있었다.
    한 할머니(84세)는 옹벽 금가는 소리 가능성에 대해 “그 소리가 옆집 옹벽 깨지는 소리면 그집은 다 부서졌게~”라며 일축했다. 근처에서 들리는 소리가 그렇게 클 정도라면 정작 그 집은 부서졌어야 맞다는 것이다.
    할머니는 또 “난 이 나이에 전쟁도 겪었어. 훈련소리도 많이 듣고. 총소리, 포소리 모르나? 분명히 바위 깰 때 쓰는 남포소리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 소리는 안 무섭다. 빨갱이가 무섭지”라며 땅굴 가능성 걱정을 했다. 소리 발생 일지를 써 경찰에 신고한 김 모씨(51)의 어머니(75)는 “다른 이유가 없다면 북한이 여기까지 파고 들어온 거냐”며 매우 불안해했다.

    남침땅굴을 찾는 사람들 대표인 김진철 목사는 “모든 가능성을 과학적으로 조사하고, 의심지역은 시추장비를 이용해 직접 땅속을 파 봐야 한다. 지금 상황을 그냥 덮고 지나가면 의혹과 불안감만 쌓일 것”이라며 국가차원의 조사를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