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군사력·경제력 이전에 절실한 것은 도덕力이다.  
      
     북한주민 전체가 잠재적 수인(囚人)...그곳엔 사랑이 없다. 
    金成昱   
     
     북한 정치범수용소에는 양말이 없다. 1년에 두 번씩 신발과 작업복이 나올 뿐 속옷도 없다. 술, 담배도 없다. 공장, 농장, 학교와 엉성한 병원만 있을 뿐 가게도, 미용실도, 안경점도 없다.
     
     하루엔 옥수수 600g, 염장 배추와 소금이 식량의 전부다. 감자·보리·밀 수확 철에 약간의 배분이 있고 나머지는 야생에서 조달한다. 쥐 고기는 물론 메뚜기·잠자리·방아깨비도 구워 먹어 배를 채운다. 15시간 중노동과 채찍을 견디기 위해선 어쩔 수 없다.
     
     전기는 새벽에 잠깐, 밤늦은 10시쯤 잠깐 나온다. 7시, 12시에 사이렌을 울리고 30분마다 종소리를 알려 시계를 대신한다.
     
     도주(逃走)하면 총살이다. 시설물을 파괴하고, 보위원 선생님(?)께 불성실해도, 승인 없이 남녀 간 접촉해도 총살이다. 밤에는 3인 이상 어울려 다니지 못한다. 십자가에 달린 채 화형을 당하거나, 증기롤러 밑에 깔려 숨을 거두는 곳. 도주하던 친구의 공개처형 된 주검 위로 돌을 던져야 목숨을 부지하는 곳. 살아있는 것 자체가 가장 큰 고통이고 치욕인 곳. 그곳이 개천(14호)이고, 요덕(15호)이고, 화성(16호)이며, 회령(22호)이고, 청진(25호)이다.
     
     아이들은 3~4m 높이의 4중, 5중 철책 안에서 구박과 매질을 받으며 자란다. 한 학기 주어진 문방구는 옥수수 노트와 엉성한 연필 몇 자루. 국어, 수학, 체육 과목만 있는 학교엔 교과서도 없다. 곱셈·나눗셈마저 가르치지 않는 형식적 수업이 끝나면 노력동원이다. 10살도 안 된 아이들이 석탄차를 민다. 조금 자란 소녀들은 보위원들 노리개가 일쑤다.
     
     북한의 수용소 시설은 정치범수용소 말고도 로동교화소, 노동단련대, 집결소, 구류장 등 다양하다. 하지만 지옥 같은 모습은 다르지 않다. 남한에서 36년 옥살이를 한 비전향좌익수 이인모는 북한에서 로동교화소를 돌아본 뒤 “나 같으면 한 달 안에 죽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다.
     
     수용소 시설에 갇힌 이들만 가련한 것일까? 아니다. 압록강, 두만강엔 50m마다 국경경비대가 세워져 있다. 북한 전체가 거대한 수용소고 북한주민 전체가 잠재적 수인(囚人)들이다. 현대판 노예제 사회인 곳이 북한이고 지상의 지옥이 북한인 것이다.
     
     북한 정치범수용소에서 탈출한 신동혁은 자신의 책 ‘세상 밖으로 나오다’에서 이렇게 말했다.
     
     <세상은 절대로 공평하지 못하다. 앞으로도 영원히, 지구가 없어질 때까지 하나님이 존재한다고 하여도 절대로 공평해질 수가 없다. 내가 수용소 생활을 한 23년 동안 수용소 안에서는 수많은 공개처형과 비공개 처형이 있었다. 그곳은 지옥과 같은 땅.
     
     수용소를 탈출하려고 시도한 사람은 수 없이 많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모두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모두 아까운 목숨들이다. 만일 그들이 한국에 왔다면 수재들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불운하게도 하나님은 그들을 돕지 않았다. 왜일까? 북한사회가 종교를 차별한다고 하여서 그들을 돕지 않으신 걸까?>
     
     절반의 동족이 외치는 비명에 귀 막은 채 떠드는 한국인의 ‘정의’엔 힘이 실리지 않는다. 유린당하는 자들을 내팽개치고 말하는 종교인의 ‘인도적 지원’은 가식적이다. 우리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군사력, 경제력 이전에 양심과 정의의 힘, 도덕력이다. 도덕력을 회복하지 않는 한 대한민국의 선진화는 공허한 독백일 뿐이다. 신동혁의 눈물 섞인 한탄이 귓가에 맴돈다.
     
    <김성욱 /객원논설위원, 리버티헤랄드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