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현장엔 정말 필요하고 시급한 문제들 산적”“수술 받을 환자가 맛있는 밥 먹는다고 좋아지나?”
  • “‘무상급식’을 추진하시는 의원님들, 정말 어린 학생들을 사랑하십니까?”
    3월에 한국외국어대학교 입학을 앞두고 있는 고교생 김규현군이 지난 1월 20일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한 통의 편지를 보냈다.
    곽노현 서울시 교육감과 야당이 주장하는 ‘전면 무상급식’에 대해 고교생의 입장에서 밝힌 글이다.

  • ▲ 김규현 군이 민주당 서울시의회 의원들에게 보낸 편지.ⓒ뉴데일리
    ▲ 김규현 군이 민주당 서울시의회 의원들에게 보낸 편지.ⓒ뉴데일리

    김 군은 편지 서두에서 오 시장에게 “민주당 의원님들께 전달하고픈 메시지를 동봉하였습니다. 제가 직접 보내면 골고루 읽히지 않을 듯 해서요. 부탁드립니다”라고 밝혔다.
    사실상 김 군의 편지 수신인은 민주당 서울시의회 의원들이었다.

    김 군은 편지에서 “지역사회뿐만 아니라 국가 전체를 떠들썩하게 만드신 ‘무상급식’ 정책에 대해선 실망이 가득하다”며 “정말 어린 학생들을 사랑하십니까? 저는 아니라고 느꼈다”고 적었다. 이어 “정말로 학생들을 위하고 아껴준다면 학생들이 정말 필요로 하는 것들, 당장 해결해주길 바라는 문제들을 해결하려고 노력해주셔야 했던 것은 아닌가”라고 물었다.

    김 군은 “저희 학생들은 출신 대학이 아니라 능력과 지혜로 평가받는 사회를 원한다”고 적었다. 그렇게 된다면 지나친 대입 스트레스가 어느 정도 해소될 수 있다며 학교 내외 범죄 문제(폭력이나 따돌림 등)도 빨리 해결되길 원한다고 밝혔다.
    김 군은 “이런 문제들이 매우 심각하고 정상적인 생활에 지장을 준다”며 “하지만 이게 뭔가요? 교육 부문의 최대 화두가 ‘공짜 밥을 주느냐, 마느냐’라니요?”라고 한탄했다. 김 군은 “이것이 저희가 정말로 원하는 것입니까? 저흰 필요가 없습니다”라고 주장했다.

    김 군은 “물론 ‘무상급식’이 필요한 급우들이 있지만 소수이고 그 아이들도 이 정책이 굳이 시행되지 않아도 무료로 식사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김 군은 “한국 학교 급식실에 한 번 와 보셨습니까”라며 “음식이 너무 많이 남아서 문제”라고 학교 실정을 얘기했다.
    김 군은 “(야당 시의원들이)학생들이 정말로 필요로 하는 것들에 쓰여야 할 예산을 별로 필요치 않은 곳에 쏟아 부으려고 한다”며 “저는 의원님들을 의사에, 그리고 저희 학생들을 의사 표현을 할 능력이 없는 환자들에 비유하고 싶다”고 비판했다.
    김 군은 “지금 정말 아픈 곳이 많은데, 수술이 급히 필요한데, 의사는 아픔을 치유할 능력이 없어, 맛있는 밥이랑 비타민제만 제공하고 환자의 부모에게 ‘상태가 좋아지고 있다’고 속이는 격”이라고 신랄하게 공박했다.

    김 군은 “의원님들이 젊으셨을 때 배우신 정치적 이론들을 현실에서 구현하는 것만이 최선이며 최고의 목표로만 여기시는 것처럼 보인다”라며 “이론이 현실을 위해야지 현실이 이론을 위해 고통을 겪고 모순을 발생시킨다면 그것은 누굴 위한 정치일까요”라고 아쉬움을 표시했다.
     
    다음은 김 군의 편지 전문이다.

  • ▲ 김규현 군이 민주당 서울시의회 의원들에게 보낸 편지.ⓒ뉴데일리
    ▲ 김규현 군이 민주당 서울시의회 의원들에게 보낸 편지.ⓒ뉴데일리

    존경하는 시장님께.
    시장님 안녕하십니까? 저는 김규현이라고 합니다.
    민주당 의원님들께 전달하고픈 메시지를 동봉하였습니다.
    제가 직접 보내면 골고루 읽히지 않을 듯 해서요. 부탁드립니다. 예산을 지켜주세요.

    김규현 올림

    민주당 서울시의회 의원님들께.

    안녕하십니까? 저는 올해 대학생이 되는 김규현이라고 합니다.
    의원님들께서 하시고 계신 일에 대한 저의 의견을 전해드리고자 펜을 잡았습니다.
    소통을 그렇게도 강조하는 민주당의 의원님들이시니 이 편지가 휴지통이 아니라 의원님들의 책상 위에 올려져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존경하는 민주당 서울시의회 의원님들은 우리 대한민국의 수도의 살림을 맡고 계시고 작년 6월이나 지금이나 한결 같이 시민들을 위해 봉사하고 계시리라고 믿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역사회뿐만 아니라 국가 전체를 떠들썩하게 만드신 ‘무상급식’ 정책에 대해선 실망이 가득합니다.
    ‘무상급식’을 추진하시는 의원님들은 마치 학생들을 사랑해서 그런 정책을 펼치시는 것처럼 비춰지더군요.
    정말 어린 학생들을 사랑하십니까? 저는 아니라고 느꼈습니다.
    정말로 저희 학생들을 위하시고 아껴주신다면 저희가 정말 필요로 하는 것들, 당장 해결해주길 바라는 문제들을 해결하려고 노력해주셔야 했던 것은 아닌지요?
    저희 학생들은 출신 대학이 아니라 능력과 지혜로 평가받는 사회를 원합니다.
    그렇게만 된다면 지나친 대입 스트레스가 어느 정도 해소될 수 있습니다.
    학교 내외 범죄 문제(폭력이나 따돌림 등)도 빨리 해결되길 원합니다.
    저희는 위의 문제들이 매우 심각하고 정상적인 생활에 지장을 줍니다.
    하지만 이게 뭔가요? 교육 부문의 최대 화두가 ‘공짜밥을 주느냐, 마느냐’라니요?
    이것이 저희가 정말로 원하는 것입니까? 저흰 필요가 없습니다.
    물론 ‘무상급식’이 필요한 급우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소수이고 그 아이들도 이 정책이 굳이 시행되지 않아도 무료로 식사하고 있습니다. 아니면 학교 측에서 알아서 적당히 해결합니다.
    한국 학교 급식실에는 한 번 와 보셨습니까? 음식이 너무 많이 남아서 문제입니다.
    저희 학생들이 정말로 필요로 하는 것들에 쓰여야 할 예산을 별로 필요치 않은 곳에 쏟아 부으려고 하십니다.
    저는 의원님들을 의사에, 그리고 저희 학생들을 의사 표현을 할 능력이 없는 환자들에 비유하고 싶습니다.
    저희들은 지금 정말 아픈 곳이 많은데, 수술이 급히 필요한데, 의사는 저희의 아픔을 치유할 능력이 없어, 맛있는 밥이랑 비타민제만 제공하고 환자의 부모에게 ‘상태가 좋아지고 있다’고 속이는 격입니다.
    정말 무능력하고 나쁜 의사 아닙니까? 참고로 의사 표현을 할 능력이 없다는 것은 저희 학생들이 선거권도 없고 정치에 무관심, 무지하단 것을 비유한 것입니다.
    의원님들이 이 정책을 추진하신 과정도 실망스러웠습니다.
    압도적인 표차로 자리를 빼앗긴 행정부와 입법부에는 당당하게 자신들의 의견을 반영시킬 것을 요구하고 뜻대로 안 되자 시대에 뒤떨어지게 소통하지 않는 정치인들이라고 비난하면서, 국민 다수의 지지도 얻지 못하면서 국민의 소리, 시대의 요구를 자칭하셨던 정당이면서  이번 정책을 추진하시면서 다른 당원, 서울시청, 학교 측 분위기, 납세자들의 의견 등은 어떻게, 어느 정도 반영시키신 건가요? 들어보고 둘러보긴 하셨는지요?
    좋은 말로는 ‘모순’, 격한 말로는 ‘위선’이라는 단어가 떠오릅니다.
    의원님들이 젊으셨을 때 배우신 정치적 이론들을 현실에서 구현하는 것만이 최선이며 최고의 목표로만 여기시는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이론이 현실을 위해야지 현실이 이론을 위해 고통을 겪고 모순을 발생시킨다면 그것은 누굴 위한 정치일까요?
    시민을 위한 정치, 기대합니다.

    2011년 1월 20일
    김규현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