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ellow Monkey' 보복인가 조롱인가?
  • 2009년 7월 24일 오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금호타이어컵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코리아 투어 2009에서 맨유 마케다가 팀의 두번째 골을 성공시킨 뒤 기뻐하고 있다. 왼쪽은 긱스.
    ▲ 2009년 7월 24일 오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금호타이어컵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코리아 투어 2009에서 맨유 마케다가 팀의 두번째 골을 성공시킨 뒤 기뻐하고 있다. 왼쪽은 긱스.

    한국시간으로 25일 오후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2011 아시안컵 4강전 '대한민국 vs 일본' 경기에 출전한 기성용이 전반 23분 '원숭이 세리머니'를 펼쳐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몇 년 전 한국을 방문, 동일한 행동을 저질러 구설수에 올랐던 맨유의 페데리코 마케다가 다시금 네티즌의 주목을 끌고 있다.

    2009년 7월 24일 FC서울과의 친선경기를 위해 서울 상암월드컵 경기장을 찾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는 압도적인 경기력을 펼치며 선진 축구의 진수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그런데 후반 경기 중 동점골을 터뜨린 마케다가 별안간 자신의 양 귀를 잡아당기고 혀를 내미는 볼썽사나운 세리머니를 펼쳤다.

    이에 맨유의 노장, 라이언 긱스가 마케다를 말리는 동작을 취했으나 이미 마케다의 원숭이 세리머니는 전파를 타고 전국으로 생중계 된 뒤였다.

    경기 직후 마케다의 경솔한 행동에 대해 거센 비난이 일자 맨유는 28일 한국 공식 사이트를 통해 "마케다의 골 세레모니는 경기장의 분위기를 띄우기 위한 시도였다"며 "결정적인 순간에 터진 골에 더 크게 환호해 달라는 의미였다"고 해명했다.

  • 사진 출처 : 연합뉴스
    ▲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이어 "마케다를 비롯한 클럽의 모든 이들이 서울에서 팬들인 보내준 편의와 열정적인 성원에 감사하고 있고, 팬들로 하여금 오해의 소지를 제공한 것에 대해 사과를 드린다"고 덧붙였다.

    맨유의 공식 사과 및 입장 표명이 있었지만 한동안 국내 팬들은 맨유를 향한 '싸늘한 시선'을 거두지 않았다. 특히 박지성의 '팀 동료'라는 점 때문에 마케다를 응원해 왔던 일부 국내 팬들은 그 사건 이후 자취를 감췄다.

    당시 마케다가 한 행위는 서양인이 동양인을 비하할 때 사용하는 '노란 원숭이(Yellow Monkey)'라는 제스처다. 이처럼 원숭이를 빗댄 조롱은 비단 일본 사람에게만 국한되는 행동이 아닌 아시아 전체를 겨냥한 것이기도 하다. 따라서 지난 25일 일본과의 경기에서 페널티킥을 성공시킨 후 기성용이 원숭이 세리머니를 펼친 것은 "스스로의 얼굴에 먹칠을 한 셈"이라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한 네티즌은 "몇 년 전 마케다를 향해 입에 담기조차 힘든 악성 댓글을 퍼부은 적이 있는데 이번엔 거꾸로 기성용이 이런 일을 저질러 낯이 뜨거워진 느낌"이라고 밝혔고 또 다른 네티즌은 "남을 비판하기 전에 자신부터 되돌아 보라는 어른들의 말이 실감나는 순간이었다"고 비꼬았다.

    한편 기성용은 경기가 끝난 이후 믹스트존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원숭이 골세리머니에 대한 질문이 이어지자 "여러 가지 의미가 함축돼 있다"며 애매한 태도를 취했다.

    또한 자신의 트위터에 "관중석 욱일승천기를 보는 내 가슴에는 눈물만 났다"고 밝혀 자신의 행동이 조롱이 아닌 보복이었다는 뉘앙스를 강하게 풍겼다.

  • 25일 오후(한국시간) 카타르 도하 알 가라파 스타디움에서 열린 아시안컵 4강전 한국 대 일본 경기에서 기성용이 박지성이 얻어낸 패널티킥을 성공시킨 후 묘한(?) 표정을 짓고 있다.
    ▲ 25일 오후(한국시간) 카타르 도하 알 가라파 스타디움에서 열린 아시안컵 4강전 한국 대 일본 경기에서 기성용이 박지성이 얻어낸 패널티킥을 성공시킨 후 묘한(?) 표정을 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