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투표 무기한 연기 백지화 가능성사실상 노선 변경, 상황 악화 불가피
  • 서울시는 18일 시의회가 직권 공포한 '친환경 무상급식 등 지원 조례'에 대한 재의결 무효 확인 소송을 대법원에 제기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시는 오 시장이 직접 제안안 주민투표를 요청하는 동의요구안 시의회 제출을 무기한 연기키로 했다.

    앞서 서울시는 당초 지난 12일 시의회에 주민투표 청구서를 낼 계획을 계속 미루다가 이날 최종 제출을 계획했지만 결국 이마저도 실행하지 못한 셈이다.

    이에 대해 이종현 서울시 대변인은 민주당 시의원들이 주민투표 동의요구안이 제출되더라도 상정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직ㆍ간접적으로 표해왔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동의요구안이 무한정 계류되면 시의회와의 갈등이 끝없이 이어져 시민 혼란이 심화될 것이라는 생각이다.

  • 오세훈 서울시장과 허광태 서울시의회 의장이 지난 1월 14일 서울시사회복지협의회에서 열린 신년인사회에서 서로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는 모습.ⓒ연합뉴스
    ▲ 오세훈 서울시장과 허광태 서울시의회 의장이 지난 1월 14일 서울시사회복지협의회에서 열린 신년인사회에서 서로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는 모습.ⓒ연합뉴스

    ◇ 사실상 노선 변경, 상황 악화 불가피

    서울시의 이 같은 설명에도 불구하고 이날 서울시의 입장 발표는 '망국적 포퓰리즘', '정치 생명을 걸고 물러서지 않겠다'고 강경노선 일변도였던 오세훈 시장이 한발 물러섰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이미 전면 무상급식에 대한 예산안이 편성된 시점에서 오 시장이 마지막 히든카드로 빼들었던 주민투표가 연기되면 이후 상황은 시의회에게 급격히 유리하게 돌아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편성된 무상급식 예산안을 서울시가 집행하지 않는다면 당위성이나 적법성에서도 계속 불리한 입장에 설 수 밖에 없으며, 시가 이날 제출한 대법원 제소의 결과를 기다리기에는 시일도 촉박하다.

    여기에 이번 무상급식 파문이 이어지면서 오 시장은 '대권을 위한 정치쇼'라는 세간의 눈총까지 받은 상태여서 자칫 사태가 이대로 흘러갈 경우 향후 임기 내내 불편한 꼬리표를 달고 시의회에 이끌려갈 수밖에 없어 보인다.

    이에 대해 이종현 대변인은 "물러섬은 없다. 어떤 입장 변화도 없으며 다만 시민 혼란을 최소화하겠다는 의지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 "포퓰리즘에서 나라를 구하겠다" 吳 시장 왜 물러섰나?

    오세훈 시장의 갑작스러운 입장 변화는 한나라당 일각에서 주민투표 성사 가능성과 향후 파장을 우려하며 뜨뜻미지근한 반응을 보인 게 상당 부분 작용했다는 분석이 있다.

    시의회 민주당의 동의없이 오 시장의 선별적 무상급식을 관철시키기 위해서는 주민투표가 마지막 방법이었으며 이를 위해서는 시민 총수의 5% 이상 서명이 필요하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한나라당의 전폭적 지지가 없이는 시민 41만명의 서명을 받는 일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오 시장은 지난 14일부터 한나라당 서울시당을 돌아다니며 지역 당원들에게 주민투표 협조를 구했지만, 반응은 신통치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협의회 안팎에서 오 시장의 주민투표 방안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주민투표가 실시된다 해도 유효 투표율인 3분의 1 이상을 넘기가 어렵고, 투표 결과 행여 민주당이 승리할 경우 이후 총선과 대선까지 엄청난 파장이 미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다.

    여기에 오 시장의 측근이라 할 수 있는 권영진 의원이 전날 "오세훈 시장은 지금 허수아비"라며 주민투표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밝힌 것도 큰 영향을 끼쳤다는 의견도 있다.

    때문에 서울시 안팎에서는 "칼을 꺼내들었다가 무도 베지 않고 도로 칼집에 넣는 형국이 되는게 아니냐"는 전망이 솔솔 나오고 있다.

    서울시가 시의회와의 추가 협상을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이변이 없는 한 양측 간 의견 조율이 불가능한 점을 감안하면 대외적으로 주민투표 동의요구서 제출을 무기한 미루면서 내부적으로는 사실상 계획을 백지화하는 수순을 밟고 있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