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리뷰> 리사 시 지음 ‘상하이 걸즈’
  • 상하이의 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난 자매는 아버지의 파산으로 파란만장한 운명의 길을 걷게 된다. 빚을 갚으라며 집으로 들이닥쳐 행패를 부리는 조직폭력배들, 게다가 하필이면 일본군의 침략으로 야기된 중일전쟁까지 겹친다. 그 와중에 일본군에게 집단 강간을 당하는 언니 펄, 그리고 언니가 사모하는 무명 화가와의 불장난으로 뜻하지 않게 임신하는 동생 메이.

  • ‘상하이 걸즈’.ⓒ뉴데일리
    ▲ ‘상하이 걸즈’.ⓒ뉴데일리

    결국 인신매매나 다름없이 계획된 미국 거주 중국인과의 ‘중매결혼’을 위해 상하이를 떠나 로스앤젤레스로 갈 수밖에 없었던 두 자매의 앞길에는 예기치 못한 숱한 난관이 구렁이처럼 똬리를 틀고 있다. 까다롭기 짝이 없는 입국 심사를 통과하느라 기다려야했던 임시 수용소에서의 기나긴 날들, 입국 심사관을 속이느라 메이가 낳은 사생아를 자신의 아이로 위장해야 했던 펄. 천신만고 끝에 간신히 새로운 삶을 의탁하게 된 차이나타운, 그리고 똑같은 시부모를 모시며 살아가는 두 자매의 묘한 시집살이.

    당시 로스앤젤레스에는 차이나타운이 네 곳 있었다. 브로드웨이의 ‘뉴 차이나타운’에서는 화려하게 색칠된 건물들이 네온 불빛을 번쩍거렸고, ‘시티마켓 차이나타운’은 농산물 판매자들이 가족과 함께 사는 곳이었다. 그 밖에 유니언 역을 지을 때 철거되지 않고 살아남은 소수의 건물들로 이루어진 ‘구(舊) 차이나타운’과 오드, 스프링, 메인, 메이시 거리에 둘러싸인 관광지인 ‘차이나시티’가 있었다. 펄과 메이는 지금은 중국계 미국인 박물관이 자리 잡은 구 차이나타운의 시댁과, 가게가 있는 차이나시티를 오가며 고달픈 나날을 보낸다.

    기파랑 펴냄, 468쪽, 1만 35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