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임덕 가속화…당청 ‧ 당내 갈등 ‘점화’후유증 수습에 총력…“반성할 건 하고”
  •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자가 내정 12일 만에 자진사퇴한 가운데 그 후폭풍이 여권을 강하게 내리치고 있다. 여권의 갈등은 지난 10일 한나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정 감사원장 후보자의 ‘부적격’ 판정을 안상수 대표가 이끈 것에 대해 김무성 원내대표와 일부 중진의원들이 문제제기를 한 것에서 비롯됐다. 이에 따라 ‘한 지붕 두 가족’ 모양새가 된 한나라당이 홍역을 앓고 있다.

    ◇ 레임덕 가속화…당청 ‧ 당내 갈등 ‘점화’

    여당 지도부가 대통령의 인사에 ‘보이콧’을 선언한 것은 초유의 일로 특히, 감사원장의 경우 2000년 인사청문회가 도입된 이래 청문회장에서 서지도 못한 첫 사례로 기록되게 됐다.

  • ▲ 정동기 감사원장 내정자가 사퇴의 변을 밝히며 고개숙이며
    ▲ 정동기 감사원장 내정자가 사퇴의 변을 밝히며 고개숙이며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 연합뉴스

    한나라당으로서는 정 후보자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확산되자 시간을 끌수록 자칫 여권 전체가 타격을 받아 당장 4월로 다가온 분당‧김해을 재보선은 물론 내년 총선까지도 어려워질 수 있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절차상의 문제제기는 좀처럼 진화되지 않고 있다. 김무성 원내대표가 11일 중국에서 귀국 “성급함에 아쉬움이 남는다”고 밝힌데 대해 이재오 특임장관도 한나라당 지도부의 ‘사퇴의사 촉구’ 몇 시간 전인 새벽 “2~3일 시간을 갖고 당청 간 조율을 하자”는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친이계를 중심으로 그 바람은 더욱 거세다. 한나라당 지도부의 인사권 반발이 청와대의 레임덕을 가속화 시킬 수 있다는 관측에서다.

    친이계 중진인 안경률 의원은 12일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 “(안 대표의 결정이) 결과적으로 절차가 매끄럽지 못했다”며 “크게 봤을 때 당과 청와대가 둘이 아니고 하나인데 사전에 좀 더 충분히 밀도 있게 협의를 했더라면 더 좋았을 것”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 소장파․수도권 의원들 “안 대표 결단력 지지”

    그러나 소장파 의원들의 생각은 다르다. 한 초선 의원은 “안 대표가 청와대에 이 같은 결정은 사전에 전달했다면 자진사퇴로 이어지긴 더욱 어려웠을 것”이라고 밝혔다.

    초선의원들과 소장파 의원들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여론을 거슬러선 안된다’는 기류가 강하게 형성돼 있는 것도 한몫했다. 정 후보자가 병역 및 탈법 문제는 없었으나 이른바 ‘국민정서법’으로 분류되는 재산증식과정의 전관예우논란이 여론의 추의를 크게 움직인 것으로 보고 있다.

    한 당내 고위 관계자는 “당 지도부도 수도권 의원들의 의견을 무시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면서도 “안상수 대표도 여러 상황을 맞으면서 뭇매도 많이 맞고 힘들지 않았나. 리더십, 결단력을 보여줘야 할 때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고 평가했다.

    ◇ 후유증 수습에 총력…“반성할 건 하고”

    당청갈등의 ‘촉매제’로 작용한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자는 자진사퇴로 일단락 됐으나 후유증은 가시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당청 고위 관계자들은 여러 경로로 접촉을 갖고 파장 차단에 온 힘을 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 ▲ 12일 한나라당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김무성 원내대표(왼쪽)과 안상수(오른쪽) 대표가 의견을 교환하고 있다. ⓒ 연합뉴스
    ▲ 12일 한나라당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김무성 원내대표(왼쪽)과 안상수(오른쪽) 대표가 의견을 교환하고 있다. ⓒ 연합뉴스

    반면 당내에서는 ‘자성론’이 곳곳에서 튀어나오고 있다. 이날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는 정몽준 전 대표는 청와대와 안 대표에 화살을 겨눴다. 그는 “청와대가 정동기 감사원장을 지명하면서 국민 마음을 얼마나 헤아렸는지, (인사검증을)더 잘 해줘야 한다고 많은 분들이 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안 대표를 향해서도 “한나라당은 집권여당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면서 “당은 잘못한 것이 없는지 자중자애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김형오 전 국회의장도 “당청 간이나 우리 모두 신중해야 하고 전달과정도 신중해야 한다는 느낌을 받았다”면서 “레임덕을 막기 위해 스스로 해야할 부분을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당청관계의 중요성을 피력하기도 했다.

    이해봉 의원도 “우리가 여러 가지 상황을 보면 옛날로 본다면 임금한테 간언을 하는, 바른 소리를 하는, 쓴 소리를 하는, 이런 역할이 바로 한나라당, 여당이고 또 국회라고 본다”면서 “한나라당이 해야 될 일과 또 국회가 해야 될 일이 분명히 있을 것이라고 생각이 된다”며 여당의 역할론을 부각시키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