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생님을 때린다?

    지난 9월 서울의 한 중학교 교사는 학생에게 치마가 너무 짧다고 주의를 주었다 합니다. 그런데 다음날 그 학생 어머니가 학교로 찾아와 학생들이 보는 앞에서 선생님 얼굴을 때리고 '매 값'이라며 수표를 내밀었다 합니다.
    얼마 전 어느 재벌의 아들이 사람을 구타하고 매 값이라며 돈을 건넸다는 기사를 읽었을 때 어떻게 사람의 탈을 쓰고 이렇게까지 막 될 수가 있는가 싶었는데, 이번에는 학생들 보는 앞에서 학생 어머니가 선생님을 때리고 매 값을 내놓았다니!

    체벌 금지이후, 여기저기서 선생님을 때리는 학생들이 늘어나고 있다니 참으로 기막힙니다.
    동방예의지국이라는 한국.
    “선생님의 그림자도 안 밟는다.”는 한국이 어쩌다 이 지경에까지 다다랐을까!
    미국에서 20여년 교직에 있던 사람으로서 한국 신문의 이런 기사를 접하며 참으로 심정이 착잡합니다. 

    오래 전 미국 공립학교에 교사생활을 시작할 때, 나는 학생들에게 이런저런 많은 시련을 겪었습니다. 최근에는 미국 각 도시, 각 학교에 한국인 교사들이 많이 있지만 70년 초반만 해도 미국학교의 한국인 선생이란 아주 희귀한 존재였습니다. 내가 최초로 재직하던 학교에 50여명이 넘는 교사진에 동양계는 딱 한명이었으니까요.
    나는 20년 동안 시카고 공립학교 네 곳을 전근 다녔습니다.
    학교에 한국에서 이민 온 학생들이 20명이 넘을 때는 한국학생들만으로 구성된 Bilingual 교실, 한국 학생들이 20여명이 안될 때는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모든 외국계 학생들로 구성된 ESL 교실, 그리고 때로는 일반 교실 담임을 많기도 하였습니다. 
    일반 교실을 맡을 때 첫날 교실에 들어가면 학생들 반응은 놀랍다 할까? 자기 반 담임이 동양 여자라는 게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이었습니다.
    “어느 나라 사람이냐?”
    “왜 당신은 남의 나라에 와서 선생을 하느냐?”
    “칭크가 어떻게 선생이냐?” (칭크는 중국인을 가르치는 속어로 동양인 모두를 의미함)
    아예 큰소리로 이렇게 외치는 학생도 있었습니다.
    때로는 수업을 진행하기 힘들 정도로 분위기가 어수선 할 때도 있었지만 선생인 나에게 욕설을 퍼붓거나, 주먹질이나 발길질을 하는 경우는 20여 년 동안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교실에서 불량한 행동을 하는 학생은 곧바로 부모에게 연락이 되고, 부모는 거의 대부분, 학교에 오면 무조건 사과를 합니다. 그러고도 학생의 불손한 행위가 계속된다면 정학을 맞게 되고 개선이 안 될 경우, 퇴학에 처해집니다.

    아무리 미국이 고등학교까지 의무교육이고 자유분방한 나라라 하지만 선생님을 때리는 학생에게까지 관대하지 않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임신한 학생은 국가에서 책임지고 임신모 학교가 따로 있어 의무 교육을 실시하지만 불량학생은 퇴학을 시킵니다.
    물론 말썽을 일으킨 학생일지라도 반성문을 쓰고, 용서를 청할 경우는 기회가 주어집니다. 그리고 일반 교실에서 수업 받기 어려울 정도로 성격이 과격하다든가, 집중력이 없어 산만하다든가 할 경우, 정서장애, 지적 장애 교실 등등, 여러 형태의 특수 교실에 가서 교육을 받게 됩니다.

    학생의 인권만큼 선생의 인권도 중요합니다.
    선생님에게 물리적 행동을 하는 학생은 당연히 엄하게 처벌을 받아야 하고, 그런 행동이 계속될 경우, 정신심리 진단을 거쳐 특수 교실에 보내져야 합니다. 제자들에게 폭행을 당해가면서까지 선생이 교육을 책임질 의무는 없습니다.

    처벌 제도가 뚜렷하게 확립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조건 학생의 인권을 내세워 체벌금지부터 실시한다는 건 올바른 교육 방침이 아닙니다. 


    <김유미 재미작가 홈페이지 www.kimyume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