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연 지음 '이별전후사의 재인식'
  • ▲ 김도연의 세번째 소설집 '이별전후사의 재인식'ⓒ문학동네 제공
    ▲ 김도연의 세번째 소설집 '이별전후사의 재인식'ⓒ문학동네 제공

    영화 '소와 함께 여행하는 법'의 원작인 동명 소설을 쓴 작가 김도연이 세번째 소설집 '이별전후사의 재인식'을 펴냈다.

     

    이번 소설집에는 2006년, 2008년 각각 이효석 문학상 추천 우수작으로 선정된 '꾸꾸루꾸꾸 빨로마'와 '북대'를 비롯해 총 8편의 단편이 수록됐다. 

    표제작은 연애소설이다. 1997년 외환위기 무렵 헤어졌던 가난한 연인이 각자 기혼자가 되어 8년 만에 재회한다. 다시 만난 그들은 다시 사랑을 나눈다.

    달라진 건 대통령과 모텔 방에 누워 함께 보던 스포츠경기의 주인공이 박찬호에서 박지성으로 바뀌었다는 사실뿐이듯 보이지만 이미 많은 것이 달라져 있다.

    작가는 팍팍한 현실 앞에서 한없이 비루해져가는 남녀의 연정을 씁쓸하게 묘사한다.

    끝도 없이 눈이 내리는 풍경은 김도연 소설의 인장과도 같다. 소설 속 인물들은 눈 내리는 공간에 놓여 있지 않더라도 마치 깊은 겨울밤 폭설 내린 산골에 갇혀 있는 듯 보인다.

    오래오래 타오를 것이라 믿었던 무언가가 잠깐 불꽃을 피웠다가 사그라지는 모습을 응시하는 작가의 시선에선 회한만이 아닌 어떤 순정마저 느껴진다.

    붙잡을 수 없었던 떠나간 사랑과 그 마음과 함께 사라진 옛 시간들.

    김도연 소설의 인물들은 기억과 꿈을 통해 이 모든 것을 한자리로 불러모은다. 그리고 그것은 곧 고독한 존재를 견디게 하는 힘이 된다.
    생의 고통과 누추함을 그대로 인식하되 단순히 현실을 직시하는데 그치지 않고 현실과 환상을 넘나드는 기법을 통해 능청스럽게 눙치는 작가의 솜씨는 이 책을 읽는 재미를 더한다.

    문학동네 펴냄, 288쪽, 1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