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발머리' '동해바다'는 겹말

김충수 전 조선일보 편집국 부국장 | 최종편집 2010.12.04 18:17:26

가수 송창식의 히트곡 '고래사냥' 첫머리는 "자, 떠나자 동해바다로, 삼등삼등 완행열차 기차를 타고~"로 시작됩니다. "우뚝 선 고목이 달빛아래 외롭네"로 끝나는 장욱조와 고인돌의 대표곡 제목은 '고목나무'. 그런가 하면 지난 7월 21일 미디어다음 연예기사 제목 ‘컴백 카라, 백발머리 변신 파격 스틸컷 공개’와 역시 7월 경의선전철 개통 때 발표된 시조시인 김민정 씨의 축시 제목 '경의선 기적소리여' 등에서 동해바다, 고목나무, 백발머리, 기적소리 따위는 모두 겹말입니다.
'아름다운 미모(美貌)'나 '낙엽이 떨어질 때'처럼, 글을 쓰거나 말을 할 때 한 문장에서 같은 표현을 되풀이하는 이중표현 문제도 신경 써야 하겠지만, 위 예문의 '백발머리' ‘동해바다’ ‘고목나무’ ‘기적소리’ 처럼 한 단어에 같은 의미가 중첩되는 겹말들을 우리는 무의식 중에 너무 많이 쓰고 있습니다. 군더더기를 붙여 말이나 글의 세련미와 완성도를 떨어뜨리고 있는 것입니다. ‘백발’ ‘동해’ ‘고목’ ‘기적’ 으로 명료하게 표현해 불필요한


▲ 김충수 전 조선일보 편집국 부국장.ⓒ뉴데일리

겹말을 줄인다면 국어순화와 언어경제에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이중표현은 겹치는 단어나 어절 중에서 하나를 빼버리면 대부분 해결됩니다. 하지만 겹말의 경우는 반드시 단순화해서 될 일이 아닙니다. '낙숫물'이나 '예삿일'처럼 기존 어구에서 의미가 잘 드러나지 않으면서 비슷한 말을 겹쳐 쓴 경우, 또 언중이 이미 널리 사용하고 있는 경우에는 관용으로 인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겹말 문제는 관용으로 인정한 몇몇 단어를 익히고, 뜻글인 한자를 이해하여 조금만 주의를 기울인다면 쉽게 해결될 수 있는 문제이기도 합니다.
예전부터 써오던 언어 습관 때문에 고쳐서 쓰는 것이 더 어색할 수도 있겠습니다. 또 노래가사나 시어(詩語) 등에서 특별히 어떤 어감을 살리고 싶은 경우 등 부득이한 경우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아름다운 우리의 말과 글을 후손에 계승 발전시킬 책임이 우리에게 있다고 생각한다면, 이중표현과 함께 불필요한 '겹말'을 쓰지 않는 노력을 하는 것이 단순한 수고만은 아닐 것입니다.
국립국어원에서 인정하지 않는 수많은 겹말들을 모두 나열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일상생활에서 많이 쓰이는 겹말 중에 반드시 걸러 썼으면 하는 단어들을 살펴보겠습니다.


가사(家事)일 = 가사, 집안 일
경적(警笛)소리 = 경적
기적(氣笛)소리 = 기적
고목(古木)나무 = 고목
과수(果樹)나무 = 과일나무
기적(汽笛)소리 = 기적
노잣돈 = 노자
당일(當日)날 = 당일
동해(東海)바다 = 동해
면도(面刀)칼 = 면도
모래사장 = 사장, 모래밭
백발(白髮)머리 = 백발, 흰머리
백주(白晝)대낮 = 백주, 대낮
베레모 = 베레
분(粉)가루 = 분(粉)
비명(悲鳴)소리 = 비명
사우나탕(湯) = 사우나
사진촬영 = 촬영
상갓집 = 상가, 초상집
새신랑(新郞) = 신랑
생일(生日)날 = 생일, 태어난 날
손녀(孫女)딸 = 손녀
실내체육관(體育館) = 체육관
역전(驛前)앞 = 역전, 역앞
옹기(甕器)그릇 = 옹기, 질그릇
우방국(友邦國) = 우방
전기누전(漏電) = 누전(漏電)
주일(主日)날 = 주일
지프차(車) = 지프
진앙지(震央地) = 진앙
처갓(妻家)집 = 처가
청상(靑孀)과부 = 청상(靑孀), 과부
함성(喊聲)소리 = 함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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