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정계에는 한국에 없는 것이 하나 있다. 종교를 기반으로 한 정치집단, 즉 종교 정당이 그것이다. 공명당(公明党). 당원 40만 명에 국회의원은 중의원 31명, 참의원 21명이다(공명당 인터넷 사이트 2009년 6월 자료). 당원의 절반 이상이 여성이다. 공명 정치연맹으로 출발하여 1964년에 정식으로 창당했으며, 창가학회(創価学会)가 지지 기반이다. 창가학회는 일본 불교 13개 종파의 하나인 일련정종(日蓮正宗) 신도들의 모임으로 1930년에 창립되었다.

  • 일본 공명당의 선거 포스터ⓒ자료사진
    ▲ 일본 공명당의 선거 포스터ⓒ자료사진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각 종교의 신도 숫자처럼 믿을 수 없는 데이터도 없다지만, 영 터무니없지는 않으리라는 전제 아래 창가학회가 운용하는 사이트를 들여다보았다. 회원 수가 일본 국내에만 827만 가구로 나와 있었다. 2000년대 들어서 수치에 별 변화가 없으나 어쨌든 상당한 규모임에는 틀림이 없었다. 이만하면 공명당이 50여 명의 국회의원을 거느리고, 자민당과 더불어 연립 여당의 한 축으로 행세하고도 남겠다.
    창가학회가 발간하는 기관지 <세이쿄(聖教) 신문>도 공산당 기관지 <아카하타>처럼  보통이 아니었다. 1951년에 고작 2페이지짜리, 그것도 한 번에 5천 부, 한 해 4회 발행하는 일종의 미니 소식지로 출발한 것이 1965년에 일간지로 발전했다. 현재는 하루 12페이지를 발행하는데, 그들이 스스로 밝히는 부수가 물경 550만 부로 나와 있었다. 
    공명당의 기본이념은 ‘대중과 더불어 이야기하고, 대중과 더불어 싸우며, 대중 속에서 죽어간다’는 것이라고 한다. 바탕을 모르고 들었더라면 그 어떤 혁신 정당의 슬로건보다 더 과격하게 여겨졌으리라. 그래서인지 일본인들 사이에서 공명당의 정치활동과 창가학회의 연계를 묻는 이들도 더러 있는 모양이었다. 거기에 대한 공명당의 공식 답변은 이런 것이었다.

    “정당과 지지단체의 관계일 뿐이다. 공명당과 창가학회는 부정기적으로 ‘연락협의회’를 개최하며, 협의 내용을 언론에 공개한다. 일부 주간지 등에서 ‘정교(政敎) 일치다’‘헌법 20조에 위배되는 관계다’는 등의 기사가 게재되기도 하지만, 전혀 빗나간 비판에 지나지 않는다.”

    법으로 정해둔 정교분리와 공명당의 정치활동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는 주장이었다. 그것은 일본정부의 공식적인 견해이기도 했다. 한마디로 종교단체가 정치활동을 펼치는 것은 막을 수 없다고 했다.
    한 가지 알다가도 모를 일은 신도들의 모임인 창가학회가 정작 일련정종 본산(=大石寺)과 알력을 빚었다는 사실. 한동안 신문 잡지를 가리지 않고 일본 매스컴이 떠들썩했는데, 요즈음은 잠잠한 걸 보면 화해를 한 것인지 영영 등 돌리고 앉아버린 것인지 궁금하다.
    성탄일도 국경일이고 불탄일도 국경일인 한국의 실정에서야 감(感)이 잡힐 듯 말 듯 알쏭달쏭한 종교 정당 공명당. 2009년 여름에는 일본에 또 하나의 종교정당이 생긴다는 뉴스가 들려왔다. 이름마저 알쏭달쏭한 종교단체 ‘행복의 과학’. 주로 출판을 통해 선교활동을 펼치는 이 종교단체가 조만간 실시될 중의원 총선거에 나서기 위해 ‘행복 실현당’이라는 정당을 결성하여 도쿄도 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을 마쳤다고 했다. 바야흐로 일본에서는 종교 정당 붐이 일어날 것인가?
    그야 어쨌거나 만약 이 땅에도 종교 정당이 생긴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한국에 차라리 불교 정당이나 기독교 정당이 있었더라면, 선거 때마다 세칭 ‘대선 주자’들이 자신이 믿는 종교와는 무관하게 발바닥이 아프도록 산사(山寺)나 교회를 돌아다니면서 굽실거리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하지만 그렇지 않아도 이전투구의 한국 정치, 상상만으로도 온몸에 소름이 돋는다.

    일련정종 : 가마쿠라(鎌倉) 시대의 승려 니치렌(日蓮; 1222-1282년)이 창시했고 십계대만다라(十界大曼茶羅)를 본존으로 삼는다. 본사는 후지산 기슭에 자리한  대석사(大石寺)이다. 니치렌은 처음 천태종을 배웠으나 수행 과정에서 불법의 진수를 법화경에서 깨달아 1253년 일련종을 열었다고 한다. 길거리 설법으로 유명했으나 이단시되어 막부에 의해 유배를 가기도 했다. 


    도서출판 기파랑 펴냄 '일본 상식문답'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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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양욱 일본문화연구소장 : y2cho88@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