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망인
  • 일제 강점기를 거치면서 우리말에는 일본어투가 많이 스며들었습니다. 광복 이후 학계와 언론계의 노력으로 상당히 개선되었지만, 아직도 일본어투 어휘들이 우리말 속에 버젓이 살아남아 있습니다. 국립국어원이 순화하여 쓰기를 권장하는 어휘들을 소개합니다.
     
  • ▲ 김충수 전 조선일보 편집국 부국장ⓒ뉴데일리
    ▲ 김충수 전 조선일보 편집국 부국장ⓒ뉴데일리
    대부분 국어사전은 '미망인(未亡人)'을 표제어로 올려놓고, 남편이 별세한 후 아직 따라 죽지 못한 사람이란 뜻으로 '남편이 죽고 홀로 남은 여자'를 이르는 말이라고 풀이하고 있습니다. 이는 그 동안 일반인들이 원래의 뜻과 다르게 사용하여 왔고, 이를 그대로 국어사전들이 받아 올려놓은 데 문제가 있는 것이지요.
    예전 중국에서는 남편이 죽으면 아내가 따라 죽는 풍습이 있었답니다. 그런데 간혹 이러저러한 사정으로 남편이 사망한 뒤에도 따라 죽지 못하고 살아있는 경우에 당사자는 스스로를 낮추어 '미망인'이라고 했다네요. 이러한 본 뜻과는 사뭇 다르게 남편을 잃은 모든 여자를 미망인의 반열에 올리는 데에 문제가 있는 것이지요. 
    이 말이 처음 기록된 것은 춘추좌씨전(春秋左氏傳) 장공편(莊公篇)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그 내용을 간추려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초(楚)나라 재상인 자원(子元)이 홀로 된 문왕의 부인을 유혹하려고 부인의 집 근처에 누각을 짓고 무악(舞樂)을 했다. 부인은 이를 보고 "돌아가신 왕은 군대를 훈련할 때만 무악을 했는데, 자원은 이 '미망인'옆에서 무악을 하고 있다(而於未亡人側)"하며 눈물을 흘렸다.]
    이를 보면 문왕의 부인이 자신을 스스로 낮추어 '미망인'이라고 함을 알 수 있습니다. 위 예문에서의 '검은 미망인'이나 '전몰군경미망인회'와 같은 단체가 있는데, 이는 남편과 사별한 부인들이 스스로를 가리켜 '미망인'이라 이름 붙인 경우이므로 겸양의 뜻을 지닌다 하겠습니다. 그러나 다른 사람이 남편 잃은 부인을 미망인이라고 이르는 것은 커다란 결례가 되는 것입니다.
    일본에서는 이 말이 성차별을 느끼게 한다하여 세계여성의 해였던 1978년부터 추방운동을 벌이고 있으며, 국내 최고(最古) 일간지 조선일보는 기자매뉴얼(스타일북)에 금기어로 올리고 '부인'등으로 고쳐쓰도록 하고 있습니다.
    김충수 전 조선일보 편집국 부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