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년전 북한 방문기

    김정은이 장군이 되고 김정일의 뒤를 잇는 세습의 드라마를 보면서 저는 요즘 19년 전 방문했던 북한을 자주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 때 저는 북한을 3주간 방문하고 돌아와서 한겨레신문 창간 3주년 기념 특집으로 10회의 기사를 쓰고, "더디 가도 사람 생각하지요"라는 방문기를 책으로 출판했었습니다. "더디 가도 사람 생각하지요"는 꽤 반응이 있어서, 나중에 안 일이지만 당시 대학가 운동권 학생들에게 북한을 이해하는 필독서 가운데 하나가 되었다고 했습니다. 지금 읽어보면 아무것도 아니지만 19년 전에는 상당히 파격적이라는 평을 받았습니다.
    진보계로 부터는 "북한을 재조명하고 북한 시각에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찬사를 받기도 했고, 보수계로 부터는 "북한의 실체를 파악하지 못하고 북한 편향적으로 썼다"는 비판을 받았고, 북한 사람들로 부터는 "지금까지 남조선 사람들이 낸 책 가운데 조 선생이 쓴 책이 가장 민족적인 눈으로 쓴 책이오." 라는 극찬을 받았습니다. 그러니 저는 자연적으로 친북 인사가 됐습니다.

    그 후로 저는 북한을 재차 방문해서 "더디 가도 우리식대로 살지요"하는 두 번째 책을 출판하고, 대기근이 북한을 휘몰아쳤던 1990년대 중반에는 우리민족 서로돕기운동의 미주 집행위원장을 맡고 미국의 각 지역을 방문해서 모금운동을 하고 북한동포를 돕는 일을 했었습니다. 그러나 북한에 대한 이런 제 열정에 변화가 온 것은 크게 3가지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북한의 죄악에 눈 뜨다

    첫 번째는 모금한 식량을 북한으로 가져가는 대표단을 구성하는데서 비롯되었습니다.
    모금을 하려면 큰 교회의 협조를 얻어야 했고, 미국 내 큰 한인 교회는 대부분 보수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들 교회들은 기아 돕기에 적극적으로 협조했습니다.
    그런데 북한 관계자들은 식량을 가지고 가는 일부 보수적인 목사들이 반북적이라는 이유로 제동을 걸었습니다. 저는 이를 항의하면서 그들에게 말했습니다.
    "당신들의 아들딸이 굶어 죽는다면 보수적인 사람들이 주는 식량이기 때문에 거절하겠습니까? 우리가 보내는 식량이 군량미가 될지도 모른다는 비판을 받아가면서도, 한사람의 동포라도 살려야겠다는 생각으로 식량을 모으는 일에 당신들은 찬물을 끼얹고 있습니다. 결국 굶어죽는 사람들은 당신들의 아들딸이 아니라 북한 사회에서 가장 버려진 사람들입니다. 하나가 전체고, 전체가 하나라는 당신들의 구호와 어긋나는 것입니다."
    그 후로 저는 북한 기아 돕기에서 손을 뗐습니다.

    그 후로, 얼마 안 있어 북한에서 광명성 인공위성인지, 대포동 미사일인지를 발사했습니다. 그 소식을 들으면서 저는 북한에 대한 생각을 정리했습니다. 북한은 더 이상 인간적인 눈으로 바라볼 수 있는 집단이 아니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백성이 초근목피로도 연명을 못해 굶어죽는 마당에 인공위성은 무엇이고 미사일이 무엇이냐 하는 것입니다. 지도자의 가장 큰 죄는 백성을 굶주리게 하는 것일 진데 그 굶주림도 모자라 수백만을 굶어 죽이는 죄악을 저지르고 있는 마당에 인공위성과 미사일에 환희하는 북한 지도자는 인간이기를 포기한 이념의 동물들이고, 여기에 박수치는 북한 동포들은 이웃이 굶어죽든 말든 먹고살기 위해 위대한 장군님만 외치는 인면수심(人面獸心)의 이념적 광신도들입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동포들은 꼭두각시처럼 박수를 쳐야하는 공포 속에 사는 무기력한 사람들입니다. 백성을 굶어 죽이면서 군사력을 증강시키고, 중국 거리에서 거지와 창녀만도 못한 인간 이하의 삶을 사는 탈북자들의 모습을 보면서, 김정일 정권은 무너져야 할 집단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바로 그 무렵 남한에서는 김대중 정부가 출현하고, 김대중 대통령은 햇볕정책이라는 환상의 깃발을 들고 김정일 정권을 도왔습니다.

    가면 쓴 진보 '이념의 하수인'

    김정은이 김정일의 뒤를 잇는 3대 세습의 코미디 앞에서, 진보든 보수든, 그것이 진정한 진보이고 진정한 보수라면 양심과 양식의 눈을 떠야 합니다.
    군사독재를 찬양하고 거기에 굴종했던 보수가 진정한 보수가 아닌 것처럼, 동포를 굶어죽이면서 미사일을 발사하는데도 침묵하는 진보는 진정한 진보가 아닙니다. 굶주림으로 탈북한 동포가 중국인들의 발밑에 참혹하게 밟히는데도 외면하는 진보는 진정한 진보가 아닙니다. 그것은 진보의 가면을 쓴 사이비 진보이거나, 진보가 무엇인지도 알지 못하고 북한을 맹목적으로 따르는 종북적인 이념의 하수인들입니다.

    이 문명의 시대에 3대 세습을 자행하면서 김일성 조선을 외치는 이 후안무치한 권력 집단을 향해 침묵하는 진보나 좌파는 진보도 좌파도 아닙니다.

    저는 이념이 좌파든 우파든, 양심적이고 헌신적이고 열정적인 좌파와 우파를 존중하고 존경합니다. 그 생각과 그 열정이 저와 달라도 그 양심과 신념에 진정한 인간의 헌신과 열정이 있기 때문입니다.

    양심과 이성을 가진 진실한 좌파와 우파는 결정적인 순간에 자신의 양심과 이성의 목소리를 거부하지 못합니다. 양심과 이성의 소리가 이념과 정치를 넘어섭니다. 이것이 인간이 동물과 다른 것입니다.

    아무리 박식하고 해박한 논리와 이념으로 무장해도 그 가슴에서 양심과 양식의 소리를 듣지 못하면 그 논리와 이념은 동물들이 물어뜯는 정글의 본능과 다를 것이 없습니다. 아니 그만큼도 못 됩니다. 동물적 본능은 위선으로 포장하지 못하는 단순한 수심에 불과하지만, 이념의 동물들은 궤변과 견강부회(牽强附會)로 분장하는 위선의 탈을 쓰고, 시대와 인간을 기만하고, 자기 자신까지 속이는 이중적인 죄를 범하고 있습니다.

    핵개발 자금으로 쌀을 사라 

    저는 그동안 한국의 진보와 좌파들에게 끊임없이 물어 왔습니다.
    당신들은 왜, 탈북자 동포가 중국 거리에서 동물로 배회하는데도 침묵했습니까?
    북한의 비위를 거스르지 않고, 남북대화를 그르치지 않기 위해서였습니까?
    그렇다면 당신들은 치졸한 위선자들입니다.
    당신들이 외쳤던 민주와 인권은 허구였고 거짓이었습니다.
    독재정부가 안보와 번영을 위해 인권을 유보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했을 때 항거했던 당신들의 용기는 진실이 아니었습니다.
    동포를 수백만씩 굶어죽이면서 미사일을 발사하고, 핵실험을 하는데 침묵하는 당신들의 이념과 신념은 무엇입니까? 남한 정부가 북한에 식량을 보내주지 않는다고 극렬한 비난을 하기 전에, 북한을 향해 미사일과 핵개발 자금으로 북한 동포를 굶기지 말라고 준엄하게 꾸짖어야 합니다.
    미사일을 한번 발사하는 돈으로 10불짜리 결핵약이 없어 병들어 죽는 수많은 북한 동포들을 살릴 수 있다는 계산을 할 수 없을 정도로 당신들 이념의 계산기는 고장 났습니까?
    그러면서도 당신들이 민주와 인권을 외치는 것이 부끄럽지 않습니까?

    당신들은 이명박 독재정부를 타도해야 한다고 외쳤지요?
    저는 이명박 대통령 지지자가 아니지만 당신들의 구호는 잘못 되었습니다.
    이명박 정부는 타도의 대상이 아니라, 당신들이 원한다면 정권 교체를 해야 할 정부입니다.
    자기 체제 정부에 대해서는 그렇게 가혹하고 매정하면서 북한 권력에 대해서는 어찌 그리 관대하고 너그럽습니까? 이명박 정부가 독재이기 때문에 타도해야 한다면 김정일 정권은 타도를 수십 번은 더 해야 했습니다.

    '김일성 조선'을 따르는 자들

    그러니 당신들은 종북이란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면 이제 어떻게 하겠습니까?
    스물일곱 살 김정은이 장군이 되고, 군대 문턱에도 못 가본 김정일 여동생 김경희가 장군이 되는 이 희대의 소극에 당신들은 어떻게 하겠습니까? 독재보다 더 한 가족 세습 권력에 침묵하시겠습니까?
    이 세기적인 웃음거리 드라마에 당신들 대부분은 침묵하거나, 마지못해 형식적인 비판을 하고 있습니다.
    같은 땅, 같은 울타리에서 사는 경쟁자, 반대자에 대해서는 서슬 퍼렇게 휘두르던 그 날카로운 필봉과 언변이 어디로 숨었습니까? 당신들과 함께 사는 정부가 잘못하는 것은 시시콜콜 입에 거품을 물던 그 기개와 광기가 어디로 숨었습니까?

    혹시 당신들 마음에 김정은 세습을 동조하는 것은 아닌지요?

    지금이 절호의 기회입니다. 아직도 늦지 않았습니다.
    종북의 미몽에서 깨어나 이 시대 당신들이 외쳐야 할 진보와 좌파의 깃발이 무엇인지를 터득할 때입니다.
    지금 세계가 얼마나 숨 가쁘게 치열한 물길로 흐르고 있는지 아십니까? 대한민국의 우물 속에 갇힌 당신들 종북 좌파들만이 역사의 시계를 거꾸로 돌리고, 북한과 함께 김일성 조선의 망상과 미몽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금 만큼 당신들이 이성과 양식을 천명할 수 있는 기회도 많지 않습니다.

    당신들의 진보와 좌파의 신념이 순수하고 순결하다면 하루 빨리 북한의 왕조 세습을 규탄하고, 종북의 길을 청산하고 민족을 위한 진정한 진보와 좌파의 길을 택하십시오. 지금을 놓치면 당신들은 후회할 것입니다.
    당신들이 갇힌 이념의 감옥에서 뛰쳐나와 양심선언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지금처럼 명료하고 적시일 때도 많지 않습니다. 지금 기회를 놓치면 남한의 진보와 좌파는 사이비 진보 사이비 좌파의 낙인을 스스로 찍게 될 것입니다.

    보수도 이 기회를 활용하라

    그리고 보수 세력도 지금을 현명하게 이용해야 합니다.
    미국의 보수는 진보 세력보다 열정과 상상력이 넘치는데 한국의 보수 세력은 열정과 창의력이 부족합니다.
    한국의 진보와 좌파는 광우병 촛불처럼 광기로 빗나가기는 하지만 무서운 열정과 에너지가 있으나, 보수와 우파는 늙고 무기력 해 보입니다.
    진보가 젊은 세력을 기르는 것처럼 보수도 젊은 세력을 양성해야 합니다. 건전하고 이성적인 진보와 보수가 형성되어야 나라가 바로 갈 수 있습니다.

    지금의 한국은 이 균형이 깨어지고 있습니다. 진보는 미치광이처럼 광기로 병들고, 보수는 탐욕으로 썩어가고, 진보는 도덕과 윤리를 허무는 무법자들이 되어가고, 보수는 낡은 구호와 무력한 가슴으로 늙은 주먹만 휘두르고 있습니다. 김정은이 김정일의 대를 잇는 3대 세습은 진정한 보수와 순수한 진보가 새로운 이념을 정립하고 역사를 경쟁하는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한국은 김정은의 세습을 결코 웃음거리로만 방관하고 조소해서는 안 됩니다.

    3대 세습은 무서운 악의 요소를 가지고 있습니다. 철부지 김정은이 결국 몰락할 것이라는 안이한 판단을 지양하고 변하지 않는 북한의 전투성과 공격성에 유념해야합니다. 북한이 무너지지 않고 살아남아서 오늘의 위기를 극복하고 경제를 회복시킨다면, 남한에게 무서운 도전이 될 것입니다. 그 도전이 더욱 무서운 것은 남한에는 북한을 지지하고 맹목적으로 따르는 종북적 좌파가 곳곳에 기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계속 독버섯처럼 자랄 것입니다. 이들 독버섯들은 어느 결정적인 순간에 무서운 독소를 뿜어 낼 것입니다.

    종북 좌파 테러리스트 척결의 전기 삼아야

    한국은 이점을 깊이 생각해야 합니다. 이제 종북 좌파들이 한국 땅에서 제 나라와, 자기 체제를 흔들고 헐뜯는 망동을 청산케 해야 합니다. 종북 좌파들은 결국은 남한 체제의 테러리스트가 될 것입니다.

    미국과 유럽이 가장 무서워하는 것이 미국 내 자생적인 테러리스트입니다.
    자기 체제의 자양분을 먹으면서 적을 두호하고 비호하는 테러리스트는 공존의 대상이 아니라 제거의 대상입니다. 현재 남한에서 날뛰고 있는 종북 좌파세력은 자유라는 이름으로 남한체제를 흔들고 있습니다.

    이들을 허용하는 것은 관용이 아닙니다.
    이들을 방치하면 남한의 정신과 이념을 갉아먹는 암세포가 되고, 자기 조국을 향해 비수를 겨냥하는 테러리스트가 될 것입니다.
    대한민국은 김일성 조선, 김정은 세습을 대북 정책과 종북 세력 척결의 새로운 전기로 삼아야 합니다.

    <조광동 /재미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