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사스촌 → 집창촌, 윤락가
  • 일제 강점기를 거치면서 우리말에는 일본어투가 많이 스며들었습니다. 광복 이후에는 각종 외래어들이 무분별하게 들어왔습니다. 학계와 언론계의 노력으로 상당히 개선되었지만, 아직도 일본어투 어휘들과 외래어의 홍수 속에 우리말은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국립국어원이 순화하여 쓰기를 권장하는 어휘들을 소개합니다. [도움 = 국립국어원]
     

  • 지난번 소개한 [터키탕 → 증기탕]과 유사한 경우로 '텍사스촌'이란 말이 있습니다.
    오래전 종합일간지에 “'천호동 텍사스촌'에 초고층 주상복합건물” 기사가 실린 적이 있었습니다. '미아리 텍사스' '동두천 텍사스' 등 오래전부터 우리나라 윤락가의 대명사로, 유래도 모른 채 '텍사스촌'이란 말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서부영화 등에서 보이는 미국 텍사스 술집의 형태가 대부분 1층에선 술을 팔고, 2층에선 여자를 데리고 자는 형식으로 구성이 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이를 보고 미아리에 처음 사창가가 들어섰을 때, 사창가 건물 아래층서 호객을 하고 2층에서 윤락을 하는 건물 형식들이었던데서 ‘미아리 텍사스’라는 말이 생겼다고 합니다.
    텍사스 주는 보수적이며 미국 내에서 다른 주에 비해 자부심이 상당히 강하다고 합니다. 세계적인 암전문병원, 심장전문병원, 미 항공우주국 등이 있으며, 대통령까지 배출한 곳, 집창촌이나 윤락가 같은 퇴폐적인 이미지와는 한참 동떨어진 주입니다. '터키탕'이라는 퇴폐업소가 터키대사관의 항의가 있고 난 후에야 '증기탕'으로 순화됐듯이, 미국 텍사스 주지사의 항의를 받아야만 '텍사스촌'을 순화할 것인지 의문입니다.
    없어져야 마땅한 '텍사스촌'은, 부득이 써야할 경우 '집창촌' '윤락가' 등으로 순화하여 써야 하겠습니다.

    김충수 전 조선일보 편집국 부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