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탕 → 증기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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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제 강점기를 거치면서 우리말에는 일본어투가 많이 스며들었습니다. 광복 이후에는 각종 외래어들이 무분별하게 들어왔습니다. 학계와 언론계의 노력으로 상당히 개선되었지만, 아직도 일본어투 어휘들과 외래어의 홍수 속에 우리말은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국립국어원이 순화하여 쓰기를 권장하는 어휘들을 소개합니다. [도움 = 국립국어원]
     

  • 우리나라에는 1970년대 들어서면서 '터키탕'이라고 하는 퇴폐업소가 줄줄이 생겨났었습니다. 한마디로 방마다 목욕시설을 만들어놓고, 서비스하는 여성을 들여보내 욕조에서 함께 샤워도 하며 퇴폐행위를 시키는 곳이지요. 우리나라에서 '터키탕'이라고 하는 곳, 실제 터키에는 없는 것입니다. 1990년대 말 터키 대사관 측은 한국에서 특정 목욕업을 가리키는 말로 터키 국명을 사용하는 것에 대해 강력한 항의를 제기해 왔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증기탕'이라는 이름으로 순화하여 쓰고 있기는 합니다만 이용하는 사람들은 아직도 '터키탕'을 선호한다는군요. 강남 오피스가(街) 뒤쪽에서는 증기탕들이 '가족탕'이라는 이름으로 성업을 하기도 했습니다. '증기탕'보다 '가족탕'이 어감이 더 좋다나 어쨌다나. 그 바람에 이번엔 진짜 가족탕을 가려는 사람이 많이 헷갈렸다고 합니다. 이런 '증기탕' 간판은 '가족탕' 위쪽에 '성인'이라는 글귀가 적혀 있다더군요.
    '터키탕'이란 말은 바른말이 아니므로 '증기탕'으로 바꾸어 써야 하겠습니다.

    김충수 전 조선일보 편집국 부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