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청, 기술품질원, 생산업체 모두 책임 있어
  • 일명 ‘불량전투화’ 문제는 방위사업청(청장 장수만, 이하 방사청), 국방기술품질원(이하 기품원), 납품업체, 개발업체 모두에 책임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국방부 감사관실은 29일 ‘불량전투화’에 대한 감사결과를 발표했다. 감사관실 측은 “최근 물의를 빚은 신형전투화의 바닥창 분리 등 하자에 대한 원인규명과 대책 강구를 위해 지난 8월 30일부터 9월 6일까지 관련 기관, 업체 등을 대상으로 감사를 실시했으며, 그 결과 신형 전투화에 대한 국방규격 제정의 부적절, 품질검사 활동 소홀 등의 문제점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국방부 감사관실의 조사에 따르면 ‘불량 전투화’는 방사청, 기품원, 납품업체, 개발업체 모두가 원칙을 지키지 않고 규격을 임의대로 변경해 발생한 일이었다.

    우선 방사청의 경우 전투화에 대한 국방규격에서 전투화 밑창 접착력 약화물질에 대한 검사항목을 해당 직원이 임의로 누락시키고, 방사청이 당초 요구한 접착력 규격 39.2N를 납품업체의 요청으로 20N으로 절반 가까이 낮춰버려 ‘불량 전투화’가 납품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부대 운용시험단계에서는 각각의 업체에게 완제품을 납품하도록 해놓고선 양산단계에서는 밑창만 재향군인회에서 조달하도록 하고, 최초 밑창을 개발한 업체의 기술이 납품업체로 제대로 이전되었는지에 대한 여부도 확인하지 않았다고 한다. 즉 제조기술이 납품업체로 이전되도록 계약서에 기재되어야 함에도 제대로 명시하지 않았다.

    기품원은 전투화의 규격을 검토하면서 봉합식 전투화의 접착강도 및 방수 시험을 제외하자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에 방사청 측이 “그래도 방수 시험은 해야 한다”며 ‘3분 동안 물속에 넣었을 때 물이 새지 않는 것’이라는, 턱없이 낮은 기준을 제시하도록 유도했다고 한다.

    기품원은 또한 시험기관에서 생산업체를 알 수 없도록 해야 함에도 생산업체가 시험기관에 직접 시험을 의뢰하도록 해 업체를 알 수 있게 함으로써 기품원과 업체와의 결탁 의혹을 샀다. 여기다 생산공정 등의 프로세스 검증을 직접 수행해야 함에도 이를 제조업체에 위임하도록 해 하자 발생의 원인을 제공했다.

    국방부 감사관실 측은 또한 “관련업체 중 하나로 전투화의 시험을 담당했던 한국신발피혁연구소는 시험 후 양산․납품된 제품에서 5,000여 족 이상에서 하자가 발생한 사실을 고려할 때 시험 신뢰성에 의혹이 있고, 4년 간 보관해야 하는 시료 및 검사 관련기록 등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문제를 드러냈다”고 밝혔다.

    국방부 감사관실의 조사에 따르면 문제가 생긴 신형 전투화는 지금까지 약 42만여 족 200억 원 어치가 납품되었으며 봉합식 전투화 중 5,098족, 접착식 전투화 중 103족에서 불량이 발생했다. 봉합식 ‘불량 전투화’ 납품업체는 전북, 영동, 군인공제회, 멜본, 기풍이고, 접착식 ‘불량 전투화’ 납품업체는 트렉스타와 영동이라고 한다.

    국방부 감사관실은 이번 감사결과에 대한 후속조치로 방사청, 기품원 등 관련자 5명(방사청 2명, 기품원 3명)을 징계처리하고, 그 중 2명(방사청 1명, 기품원 1명)에 대해서는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으며, 시험기관의 부적절한 업무처리에 대해서는 소관 부처인 지식경제부에 통보하여 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현행 수의계약에 의한 업체별 물량배정방식을 경쟁체제로 전환하고, 미흡한 관련 규격을 조속히 보완할 계획이라고 한다. 관련 업체의 문제에 대해서는 검찰 고발을 위해 군 검찰에 자료를 모두 넘긴 상태다. ‘불량 전투화’ 납품업체에 대한 군의 조치는 하자검토가 마무리된 후 그 결과에 따라 이뤄질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