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할아버지가 할머니를 스스럼없이, 혹은 다정하게 부르는 말입니다. 그런가 하면 못돼먹은 사람들이 나이 많은 여성을 향해 비하의 뜻을 담아, 얕잡아 이르는 말이기도 합니다. 어찌 들으면 정겹게도 들리고, 달리 들으면 몹시 기분 상할 수도 있는 이 할망구라는 용어는 어떻게 하여 생겨났을까요?

  • 우리 전통 유교사회에서는 웃어른의 연세를 이를 때 예순 살·일흔 살 하지 않고 순(旬)을 붙여 육순(六旬) 칠순(七旬)하거나 60세·70세 등 '세(歲)'를 붙여서 높여 일렀습니다. 또 환갑(還甲) 등의 수연(壽宴)을 경축하기 위한 부조금 봉투나 단자 등을 쓸 때에도 화갑(華甲) 따위 별칭을 썼는데, ‘망구’ 역시 이러한 별칭 가운데 하나입니다.
    ‘망구(望九)'는 사람 나이 81세, 곧 여든한 살을 이르는 별칭입니다. '아흔을 바라보는 나이'라는 뜻으로 쓰이는데, 아흔 살까지 살기를 바란다는 염원의 뜻을 담고 있는 말이지요. 같은 의미로 '망칠(望七)'은 61세, '망팔(望八)'은 71세, '망백(望百)'은 91세를 이르는 말입니다. '할망구'는 바로 이 ‘망구’에서 파생된 말입니다.
    그런데, 예전엔 평균 수명이 낮아 81세까지 사는 어른이 많지 않았으며, 더구나 남자 어르신들은 더욱 적었습니다. 자연 ‘망구’ 대열에 살아남은 분들은 대부분 할머니들이었고 그러다 보니 망구하면 나이 많은 여성을 가리키는 말처럼 되었고, 할머니들이 대부분인 점에서 할망구가 되었다고 합니다.
    “할망구!” 만수무강(萬壽無疆)의 뜻이 담긴 ‘할망구’가 제자리를 찾아 정중하면서도 정겹게 들릴 날이 어서 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김충수 전 조선일보 편집국 부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