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전부터 우리 민간 풍습에서 이사를 하거나 개업·결혼 따위 집안에 큰 행사가 있을 때는 '손 없는 날'이라 해서 좋은 날을 골라서 일을 치렀습니다. 여기에서 '손'을 '손님'의 줄인 말로 생각해 '손님이 없는 날'로 지레짐작하는 이가 의외로 많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손'은 손님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말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손'이란 태백살(太白殺)이라고도 불리는 귀신을 말한답니다. 이 귀신은 팔방위중 음력으로 1일 동쪽 방위에서부터 시작해서 하루씩 시계방향으로 돌아가면서 머물고 있답니다. 이 ‘손’ 귀신이 머무르는 때 이사를 하거나 집수리 따위 일을 시작하면 뜻밖의 재앙 따위 불길한 일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았던 것입니다.
     
    그러니까 훼방 귀신 '손'은 음력으로 1이 들어가는 날은 동쪽 방위에 머물고, 2가 든 날은 남동쪽 방위, 3이 들어가는 날에는 남쪽, 4는 남서쪽, 5가 들어가는 날은 서쪽, 6은 북서쪽, 7은 북쪽, 8이 들어가는 날은 북동쪽 방위에 각각 나타나서 이 날 사람들이 집안 행사를 하게되면 훼방하고 해코지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렇지만 음력으로 9와 0이 들어가는 날에는 이 훼방꾼 귀신 '손'이 하늘로 올라가서 놀고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날은 사람들이 어떤 일을 해도 아무 방해나 해코지를 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래서 우리 조상들은 이 날을 '손 없는 날'이라 하여 결혼이나 이사 등 각종 택일의 기준으로 삼아 내렸던 것입니다.
     
    이렇듯 '손 없는 날'을 가리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합니다. 이사나 결혼 등 큰 일을 치를 때는 '손' 귀신이 훼방을 놓지 않는 길일로 음력 9일이나 10일, 19일, 20일, 29일, 30일을 택하면 되겠습니다. 이 미신은 특히 제주도 지방에서 아직까지도 많이 이어져 내려와 제주도에서는 손 없는 날 이삿짐이 폭주해 이삿짐센터 예약이 어려울 지경이라네요.
     
    아무리 미신이라도 악귀·악신이 준동하지 못한다는 吉日(매월 말일과 손 없는 날)을 굳이 마다할 이유는 없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