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웹하드-P2P사이트에서는 온갖 불법 콘텐츠가 유통되고 있지만 사법당국과 관계부처는 쉽게 손을 대지 못하고 있다. 이런 리뷰 사이트만 가도 웹하드-P2P업계에 대해 상세히 알 수 있다. ⓒ 뉴데일리
    ▲ 웹하드-P2P사이트에서는 온갖 불법 콘텐츠가 유통되고 있지만 사법당국과 관계부처는 쉽게 손을 대지 못하고 있다. 이런 리뷰 사이트만 가도 웹하드-P2P업계에 대해 상세히 알 수 있다. ⓒ 뉴데일리

    13일 <조선일보>는 ‘웹하드(파일공유사이트)에 아동 포르노, 강간, 납치 음란물 넘쳐’라는 제목으로 ‘웹하드, P2P 등 파일공유 사이트에 온갖 음란물이 넘쳐난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이 기사를 본 많은 네티즌들은 아마도 코웃음을 쳤을 것이다. 현실은  <조선일보>가 취재한 것 이상으로 심각하기 때문이다.

    음란물 백화점, 웹하드-P2P 등 파일공유 사이트

    국내 유명 웹하드-P2P 사이트에 가면 나이에 관계없이 아무나 회원 가입이 가능하다. 필요하다면 개인정보를 거래하는 사이트 등을 통해 성인 주민번호 등을 구하면 된다. 이렇게 가입한 뒤 해당 사이트에 있는 폐쇄형 커뮤니티에 가입하거나 콘텐츠를 검색하면 가히 ‘음란물 백화점’ 수준임을 알게 된다. 웹하드-P2P 사이트에 올라 있는 콘텐츠는 평균 수십만 개. 그 중 다수가 음란물이라고 보면 된다. 일부 대형 사이트의 경우에는 게재된 음란물의 수가 수백만 개에 이르기도 한다.

    이 음란물 중 가장 많은 건 우리나라 사람과 외모가 가장 비슷한 일본의 음란물. 여기에는 일반적인 형태의 음란물에서부터 그룹섹스, 다양한 직업의 일반인을 섭외해 찍은 음란물, 일반인이 투고한 음란물, 상황을 설정한 음란물, 강간, 치한, 납치와 윤간(輪姦)이 주 내용인 것, 아동 음란물, 동성연애물, 근친상간, 수간(獸姦)물, 스너프물 등 별의별 게 다 있다. 웹하드-P2P 사이트에서 모니터링을 담당하는 관리자에 따르면 이 중 강간물, 치한물, 근친물 등이 가장 많이 검색된다고 한다. 아동 포르노를 찾는 이들은 많지 않지만 그 정도가 되면 거의 병적이라고 봐도 될 수준이라고 귀뜸했다.

    특히 최근에 많이 검색되는 음란물은 한국 여성이 출연하는 음란물. 가장 유명한 건 일본의 한 음란물 전문업체가 제작한 것으로 ‘헤어진 여자 친구가 일본 포르노에(7월 14일자)’라는 기사에 거론된 여성을 포함, 지금까지 5명 이상이 이 업체의 음란물에 출연했다. 최근 이 업체는 일본에 사는 한국 유부녀를 섭외했다며 선전하고 있다.

    이 외에도 최근 촬영된 것으로 추정되는, 한국을 방문한 일본 음란물 업체 관계자들이 통역을 대동하고선 ‘일본 방송국에서 나왔다’며 길거리에서 한국 여성들을 유혹해 찍은 음란물, 수 년 전 큰 논란을 일으켰던, 동대문 일대와 강남 일대를 배경으로 안쪽이 보이지 않는 거울 속에서 한국 여성들에게 돈을 주고 속옷을 벗기는 음란물 등도 논란이 됐었다.

    음란물을 유통하는 이들은 색다른 은어(隱語)도 사용한다. 일본 음란물 중 합법적인 것은 남녀 성기 부분이 모자이크 처리가 되어 있기에 사용자들은 모자이크가 있는 음란물에는 ‘흐림’ 또는 ‘유재석’이라는 표시를, 미국 수출용으로 모자이크가 없는 음란물은 ‘맑음’, 또는 ‘노홍철’이라고 표시한다.

    하지만 이런 일본 음란물은 우리나라에서는 불법이지만 일본에서는 합법인 탓에 이견(異見)이 분분하다. 또한 이런 것들은 출연자나 업체들 모두 계약서를 작성한 뒤 제작한다는 점에서 ‘피해자’의 억울함도 덜하다. 이보다 더 심각한 건 바로 국산 음란물들.

    국산 음란물들은 주로 ‘일반인’ ‘아마추어’ ‘여대생’ ‘선배’ ‘후배’ ‘미시’ ‘누나’ ‘부산’ ‘광주’ ‘강남’ ‘엘프’ ‘고딩’ ‘알바’ 등 최근 유행어나 평범한 일상 단어를 키워드로 사용한다. 문제는 이런 영상들이 상대 여성과의 동의 없이 제작·유포되는 ‘몰카’가 대부분이며 설령 여성이 촬영에 동의했다 하더라도 여성에게 그 조건이나 내용을 속이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점.

    이런 영상을 찍는 건 주로 국내 음란 사이트 업자들이지만 최근에는 일전에 다룬 ‘성매매 권장 사이트’의 회원들이나 헤어진 남자친구, 또는 일명 ‘스폰서’가 상대 여성 몰래 음란물을 찍어 유포하는 경우도 많아졌다. 때문에 ‘몰카’ 피해자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음란물이 파일공유 사이트를 통해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음란물 속 여성들의 신원이 밝혀지면서 사회생활을 못하는 건 기본이고 폐인이 되거나 자살했다는 소문도 끊이지 않고 있다.

    ‘음란물 백화점’ 업계의 엄청난 규모

    이런 불법 행위 속에서 웹하드-P2P업체의 매출은 어느 정도일까. 여기에 대한 정확한 통계 자료는 없으나 업계 관계자들, 웹하드-P2P 양성화를 위한 단체, 담당 부처 등의 추산에 따르면 업체 수는 200여 개, 업계 전체의 연간 매출은 7~8000억 원을 상회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중에서도 상위 10위에 속하는 대형 웹하드-P2P 업체의 경우에는 연간 매출액이 3~500억 원 가량인 것으로 추산되기도 한다.

    회원 수도 엄청나다. 복수의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중위권 업체의 회원 수는 평균 100만 명 이상이고 작은 업체도 수십만 명에 이른다. 대형 업체의 경우 700~1500만 명이 회원으로 있다고 한다. 게재된 음란물의 수도 이 회원 수에 비례한다. 웹하드만 전문적으로 홍보하고 리뷰하는 사이트에 따르면 중위권 업체에 게재된 콘텐츠 수는 평균 50~70만 개. 대형 업체의 경우에는 100만 개에서 수백만 개의 콘텐츠가 유통된다.

    여기서 유통되는 콘텐츠 중 가장 인기 있는 것은 방송사 프로그램 콘텐츠. 그 다음이 해외 영상 콘텐츠다. 하지만 회원들이 돈을 지불하는 콘텐츠로 기준을 바꾸면 음란물이 단연 1위다. 때문에 웹하드-P2P 업체들은 음란물 확보에 열을 올리는 경우가 많다. 이를 위해 업체들은 업계에서 소문난 ‘전문 업로더’를 고용하기도 한다. 점조직으로 운영되는 ‘전문 업로더’들은 웹하드-P2P 사이트가 처음 개설될 때 고용되어 수만에서 수십만 개의 음란물과 불법 콘텐츠를 업로드한다. 하지만 업계 자체가 폐쇄적이고 ‘전문 업로더’들 스스로도 자신의 정체를 밝히는 경우가 적어 이들이 사법당국에 적발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이런 업계에서 또 하나 공공연한 비밀이 있다. 바로 명의도용과 탈루다. 이들은 웹하드-P2P업체를 만들 때 명의사장을 고용한다. 또한 회계사와 변호사를 고용, 합법적 테두리 내에서 최대한 세금을 줄이는 건 물론, 유령회사를 만들어 매출을 분산시켜서 세금을 적게 내기도 한다. 실제로 유명 웹하드 업체의 실제 소유주는 여러 명의 명의사장을 고용해 4~5개의 웹하드-P2P 사이트를 갖고 있다. 또한 소액결제제도를 악용, 10여 개의 유령업체가 돌아가면서 매출을 올리도록 해 연간 수십억 원 이상의 부당이득을 취하고 있다는 소문이 업계에 자자하다.

    웹하드-P2P가 성장하게 된 배경

    그런데 이런 웹하드-P2P 사이트가 처음부터 ‘음란물 백화점’에 불법의 온상이었던 건 아니다. 2000년대 초반 정부가 국내 음란 사이트들에 대한 폐쇄조치와 함께 불법 성인방송 관계자들을 검거·구속하자 어둠 속으로 숨은 음란 사이트 운영자들은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야 했다. 이때 그들이 파고든 곳이 바로 웹하드-P2P와 같은 파일공유 사이트였다.

    2000년대 초반, 웹하드는 가상공간 서비스로 각광받았다. 기업들이나 프리랜서들은 때와 장소의 제한이 없는 자료 창고라는 점을 높게 평가했다. P2P(Peer To Peer, 개인과 개인이 직접 자료를 공유하도록 도와주는 인터넷 기반 서비스)는 새로운 형태의 IT 서비스를 할 수 있는 기술로 소개됐었다. 이런 좋은 기술을 음란 사이트 업자들이 사용하면서 변질됐다.

    반면 당시 정부는 사이버 범죄에 대한 인식이 부족해 이런 서비스가 처음 성장할 때 제대로 단속을 하지 못했다. 파일공유사이트는 사용자들에게 가상의 공간만 제공할 뿐 그들 스스로 문제가 되는 콘텐츠를 게시하는 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들을 단속하게 되면 당시 정부가 육성하다시피 하던 포털 사이트까지도 단속 대상이 될 수 있었기 때문에 그냥 모른 척 넘어간 부분도 있었다. 때문에 웹하드-P2P 업체들은 ‘포털 성장의 그늘 속에 핀 곰팡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부 인증 방패삼아 ‘우량기업’ 행세

    더 황당한 것은 ‘음란물 백화점’ 수준의 웹하드-P2P업체들 중 상당수가 ‘이노비즈 인증’이나 ‘벤처기업 인증’을 받고선 우량한 중소 기업인양 활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노비즈 인증이란 기업의 핵심역량을 기술개발에 집중하는, 기술중심형 기업이라고 증명해주는 것을 말한다. 이 인증을 받으려면 이노비즈협회 사이트에 들어가 온라인으로 신청해야 하는데 창업한 지 3년이 넘고 기술보증기금의 개별 기술 수준 평가에서 B등급 이상을 받은 중소기업 중 기술혁신시스템 평가에서 700점(1000점 만점) 이상을 받아야 한다.

    벤처기업 인증은 ‘벤처기업 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 상의 요건을 갖추고 중소기업청장으로부터 벤처기업확인을 받아야 한다. 벤처기업 확인을 받으려는 기업이 신청을 하면 중소기업청이 전문평가기관에 의뢰해 해당기업에 대한 현장실사 확인과 유형별 기준요건을 점검한 뒤 확인해 주게 되어 있다.

    그럼에도 상당수 웹하드-P2P업체들이 ‘이노비즈’ 인증과 ‘벤처기업’ 인증을 받았으며, 이를 내세워 마치 상당히 혁신적이고 기술집약적인 사업을 하는 것처럼 내세운다. 웹하드-P2P업체 관계자들은 “돈 몇 백만 원만 주면 컨설팅 업체가 모두 알아서 해 준다”고 털어놓는다. 이런 허술한 정부 인증제를 내세워 대부분의 업체는 ‘정상적인 사업’을 하는 것처럼 위장한다. 어떤 업체는 그동안 ‘음란물’과 ‘불법유통 콘텐츠’로 번 돈으로 코스닥 업체를 인수하기도 했다.

    이런 모습을 옆에서 본 정상적인 웹하드-P2P업체들은 불법 업체들의 고속성장에 절망할 수밖에 없다. 이처럼 웹하드-P2P업체에서 유통되는 음란물은 불법 사업자에게는 ‘주 소득원’이지만 이를 소비하는 사람과 관계자, IT업계에게는 ‘독’이 되고 있다.

    (下)탈세, 불법사업으로 점철된 ‘자칭 벤처기업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