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즈음 인터넷 검색을 하다보면 아직도 '숟가락'을 '숫가락'으로 잘못 적어 놓은 글들이 의외로 많이 눈에 띕니다. 아마도 '젓가락'이 연상되어서 그런 모양인데, '숟가락'과 '젓가락'은 엄연히 구분해 적어야 하겠기에 왜 그리 적어야하는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 ▲ 김충수 전 조선일보 부국장 ⓒ 뉴데일리
    ▲ 김충수 전 조선일보 부국장 ⓒ 뉴데일리

    수저에서의 저를 의미하는 '젓가락'은 한자말 '저(箸)'에 순우리말 '가락'이 더해진 용어입니다. 젓가락을 발음할 때에 '저까락' '젇까락'으로 뒤에 된소리가 따릅니다. 이런 경우 한글맞춤법 사이시옷 규정에 따라 사이시옷을 덧붙여 '저+ㅅ+가락'이 되어 젓가락으로 적게 되어있습니다. 그러나 수저에서 숟가락을 가리키는 '수'의 원말은 "밥 '술'이나 먹는다"거나 "한 '술' 뜨시지요"에서처럼 '술'입니다. 이렇듯 젓가락은 '저+ㅅ+가락', 즉 젓가락이 되지만, 숟가락은 '술+가락'이어서 '숟가락'이 됩니다.
    여기에서 '술'의 'ㄹ'이 'ㄷ'으로 변하는 것은 한글맞춤법에 "끝소리가 'ㄹ'인 말과 딴 말이 합쳐질 때 'ㄹ' 소리가 'ㄷ'으로 나는 것은 'ㄷ'으로 적는다"라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말은 원래 'ㄹ' 받침을 가지고 있던 말이 다른 말과 결합하면서 'ㄹ'이 'ㄷ'으로 변하여 언중이 대부분 사용하고 있다면, 굳이 어원을 밝히지 않고 발음대로 적는다는 뜻입니다. 다시 말해서 원래 '숟가락'은 '술+가락'의 구조를 가진 말인데, '술가락'보다 '숟가락'으로 발음하는 것이 편해 예전부터 그렇게 써 왔으므로 굳이 ‘술가락’으로 쓰지 않고 '숟가락'으로 쓴다는 것이지요.
    원말에 있던 'ㄹ' 받침이 다른 말과 결합하면서 'ㄷ'으로 바뀌는 사례들을 살펴보겠습니다. 내일을 가리키는 이튿날, 3일을 뜻하는 사흗날, 4일을 가리키는 나흗날, 음력 3월 초사흗날을 의미하는 삼짇날이 그렇고, 음력 12월을 가리키는 섣달 역시 그러한 말입니다. 특정한 날 다음 날을 말하는 '이틀+날'은 '이튿날'이 됐고, 사흘날·나흘날도 사흗날·나흗날로 쓰고 있습니다. 음력 11월은 동지가 들어 있다고 해서 '동짓달'로 부릅니다. 따라서 설날과 맞물린 음력 12월은 원래 '설+달'이 맞으나 그 발음이 '섣달'로 굳어져 사람들이 그리 쓰므로 '섣달'이 된 것이랍니다.
    예전 우리 어머니들이 많이 하던 바느질은 줄여서 반질로도 말합니다. 그 바느질 도구를 담는 그릇이 '반짓고리'가 아니라 '바느질고리'가 줄어든 '반질+고리'에서 '반짇고리'로 된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여름철 생풀을 뜯어먹고 사는 소도 '풀+소'가 아니고 '푿소'가 맞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