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민간인 사찰' 문제로 논란의 대상이 된 김종익(전 KB한마음 대표)씨가 90년대부터 몸 담았던 것으로 전해진 '역사문제연구소'는 1986년 2월 21일 설립된 민간 학술단체다.

    표면적으로 <사회의 민주화와 통일에 기여하는 것을 기본목적으로 하며 우리 역사의 여러 문제들을 공동연구하고 그 성과를 일반에 보급함으로써 역사발전의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기 위함>이라고 설립 목적을 밝히고 있으나 사실 이 단체는 좌파 사학자들이 대거 포진, 사회주의의 시각으로 역사를 재조명·통찰해 보는 이념·역사 연구에 매진하고 있는 단체다.

  • ▲ 강정구 동국대 사회학과 교수가 6월 1일 오후 서울 중구 동국대 문화관에서 `나의 삶 나의 학문-냉전 성역 허물기와 평화통일만들기'란 주제의 고별강의를 하고 있다.
    ▲ 강정구 동국대 사회학과 교수가 6월 1일 오후 서울 중구 동국대 문화관에서 `나의 삶 나의 학문-냉전 성역 허물기와 평화통일만들기'란 주제의 고별강의를 하고 있다.

    지금껏 이곳에서 발행한 단행본만 살펴봐도 <카프문학운동연구>, <민족해방운동사>, <민중과 유토피아> 등 사회주의 운동을 중심으로 역사를 설명하는 '민중사학' 계통이 대부분이며, 각종 심포지엄과 세미나를 통해 <박헌영과 그의 시대>, <1920년대 사회주의와 '청년'담론>, <한국전쟁은 민중에게 무엇이었나> 같은 사회주의적 배경이 깔린 다양한 주제를 선정, 학술 교류를 하는 활동을 펼치고 있다.

    특히 역사문제연구소는 한국식 좌파 역사관의 기초를 닦은 서중석 성균관대 교수와, 고려대 민족문화연구원 한국사연구소의 소장을 맡고 있는 정태헌 고려대 교수 등이 이사로 활동하며 국내 진보사학계의 몸통 역할을 하고 있다.

    ◇역사문제연구소, '친북·반국가 행위자' 6명 포함 = 현대사학자 서중석 교수는 이승만 전 대통령의 업적을 부정, "올해는 건국60년이 아니라 정부수립 60년"이라고 주장하는 '정부수립파'의 대표적 학자다.

    이밖에 역사문제연구소는 <친일인명사전> 발간으로 유명한 민족문제연구소의 임헌영 소장이 '운영위원'으로 활동 중이며, 2001년 8ㆍ15 축전 당시 만경대 방명록에 '만경대정신 이어받아 통일위업 이룩하자'란 글을 남기고, '6ㆍ25전쟁은 북한 지도부가 시도한 통일전쟁'이라는 취지의 글을 써 2006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피소됐던 강정구 전 동국대 교수도 '연구위원'에 이름을 올린 상태다.

    강정구 전 동국대 교수는 지난 6월 1일 모교에서 가진 고별강의에서 "천안함 사건화는 한국과 미국, 일본의 수구세력이 역사의 흐름을 역행시키려고 주도한 발악"이라며 "단순한 사건이 아니라 사건으로 만든 것이기에 '사건화'다"라고 주장해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주목할 만한 점은 지난 3월 국가정상화추진위원회(위원장 고영주 변호사)가 발표한 <친북·반국가 행위자 100인> 리스트에 역사문제연구소에서 활동 중인 교수들이 대거 포함돼 있다는 사실이다.

    <친북·반국가 행위자 100인> 명단 중, 학계(전·현직 교수) 관계자는 총 17명이 선정됐는데 이 중 1/3에 해당하는 6명이 역사문제연구소 운영위원인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명단은 아래와 같다.

    ▲정해구(성공회대 교수) ▲이영희(전 한양대 교수) ▲강정구(전 동국대 교수) ▲서중석(성균관대 교수) ▲손호철(서강대 교수) ▲한홍구(성공회대 교수)

    ◇김종익, 동학운동 다룬 오하기문(梧下記聞) 번역 = 한편 민중사학 관점에서 '민중봉기' 현상에 대해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 역사문제연구소는 동학 운동과 사상 연구에 상당한 공을 기울이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김종익씨 역시 이곳에서 운영위원으로 활동하며 지난 1994년 매천 황현(梅泉 黃玹, 1859∼1910)이 쓴 오하기문(梧下記聞)을 한글로 번역, 출간한 경험을 갖고 있다.

  • ▲ 국무총리실 산하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불법사찰 의혹' 사건의 피해자로 알려진 김종익 전 NS한마음 대표가 7일 오후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으로 들어서며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
    ▲ 국무총리실 산하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불법사찰 의혹' 사건의 피해자로 알려진 김종익 전 NS한마음 대표가 7일 오후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으로 들어서며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

    한학에 남다른 조예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김씨는 틈틈히 사료를 통해 과거 민중들의 계급 투쟁에 대한 연구를 해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 사학계에서는 재일동포 좌파학자들의 초기주장을 수용, 동학혁명을 동학과는 관계없는 계급투쟁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와 관련 박성수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는 "광복직후인 1946년 전석염과 박헌영 등 좌익 인사들이 일제강점기의 민중론적 동학농민혁명관을 계승했고 이들이 월북한 뒤 북한사학이 이를 계승ㆍ변형했다"고 밝힌 바 있다. "특히 한국에서는 그 동안 30여 년에 걸친 반독재민중운동의 결과 동학난이니 농민운동이니 하는 누명을 벗고 혁명이라는 칭호를 얻는 데 성공했다"고 박 교수는 평가했다.

    그러나 박 교수는 "100년 전의 농학동민운동을 오늘의 민중운동과 동일시할 경우 과거 엥겔스가 '독일동민전쟁(1850)'을 집필할 때 노동자 계급이 곧 300년 전의 용감한 농민계급이었다고 선동했던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는다고 보장할 수 없을 것"이라며 "근대화와 식민지화 내지 일제침략 과정을 혼동한 이 같은 인식체계는 하루 속히 지양되고 올바른 근대사관이 정립돼야 할 것"이라고 충고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