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글전용론자들이 우위를 점하던 시기를 살아온 많은 젊은이들이 한자의 뜻을 잘 몰라서 언어소통장애를 겪는 경우가 많습니다. 순수 우리말이 30%도 안 되는 우리네 언어생활에서 "한자를 몰아내자"는 형국이었으니 당연한 귀결이지요. 글로벌시대를 맞아 영어마을을 만들고 독일어·일어·에스파냐어에 이어 아랍어까지 외국어 배우는 일에 열을 올리면서 기왕에 우리말에서 70%를 점하고 있는 한자말을 배타시하는 풍토를 이해하기 힘듭니다.

  • ▲ 김충수 전 조선일보 부국장 ⓒ 뉴데일리
    ▲ 김충수 전 조선일보 부국장 ⓒ 뉴데일리

    "사귄 지 일 년이 넘도록 여자 손목 한번 잡아보지 못하는 '쑥맥'같은 남자도 있단다." "멀쩡하게 생긴 친구가 연애에는 '쑥맥'인가봐. 나이 사십 가깝도록 장가를 가지 못하다니!" 이 경우들은 이성에 대해 잘 모르거나, 순진하여 여성에게 말도 제대로 붙이지 못하는 그런 사람을 두고 하는 말입니다.
    우리는 '사리분별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어리석은 사람'이나 순진무구한 사람을 흔히 '쑥맥'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여기서 '쑥맥'은 올바른 표현이 아닙니다. 순우리말로 착각하기 쉬운 '쑥맥'은 한자말 '숙맥불변(菽麥不辨)'에서 온 말입니다. 숙맥불변은 글자 그대로 "콩(菽·콩 숙)과 보리(麥·보리 맥)를 구분하지 못한다"는 뜻이지요. 그래서 콩인지 보리인지 구분하지 못하는 어리석은 사람을 '숙맥'이라 부르게 되었답니다.
    '숙맥'과 비슷한 의미로 "낫놓고 기역자도 모른다"와 같은 속담을 원용할 것을 한글전용론자들은 주장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숙맥불변(菽麥不辨)!' 콩인지 보리인지 구분하지 못하는 사람과 한자말인지 순 우리말인지 구분하지 못하고 '숙맥'을 '쑥맥'으로 아는 사람, 누가 더 어리석은 사람일까요?
    숙맥! 요즘은 '순수한 사람' '재미없는 사람'이란 의미로도 많이들 쓰고 있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