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동산 경기가 장기침체 국면으로 접어들어 작년에 내놓은 아파트가 아직도 팔릴 기미를 보이지 않네요. 어차피 이사하기로 맘먹었으니 미리미리 짐이나 정리하기로 했습니다. 이 집으로 이사와 5년여 살다보니 이 방 저 방 쌓인 삶의 흔적들이 엄청납니다. 개중에 소중한 것들도 있지만, 1년에 한번 쓸까말까 한 '잡동사니'들이 대부분입니다. 저 쓸모없는 '잡동사니'를 정리하는 데도 며칠 걸릴 것 같네요. 
     

  • 김충수 전 조선일보 부국장 ⓒ 뉴데일리
    ▲ 김충수 전 조선일보 부국장 ⓒ 뉴데일리

    '잡다한 것이 한데 뒤섞인 것', '반듯하지 못하고 자잘한 일(사람)'을 뜻하는 '잡동사니'라는 용어는 조선 때의 실학자 안정복(安鼎福)이 쓴 '잡동산이(雜同散異)'에서 전해진 말이랍니다. '경사자집(經史子集)'에서 문자를 뽑아 모으고, 사물 이름이나 민간에 떠돌아다니는 패설(稗說) 등 여러 분야의 다양한 내용을 수록한, 지금으로 치면 백과사전같은 책이지요. 53책 필사본이며 현재 규장각에 소장되어 있답니다.
     
    유교 이념을 합리적으로 계승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했던 안정복은 이것저것 다방면으로 잡다한 것에 관심이 꽤 많았던 모양입니다. 지루하고 재미가 덜한 실학이나 역사서보다는 흔한 이야기지만 재미난 그런 이야기에 관심이 많아 이 책을 썼다고 하네요. 그러나 당시 양반들 눈에는 별로 중요할 게 없는 흥미위주의 이야기들인지라, '쓸모없는 잡다한 여러 가지 물건'이란 의미로 쓰일 수밖에 없었던 것이지요. 
     
    요즈음에는 한 가지나 한 분야로만 순수하게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좋은 의미에서 여러 가지가 한데 뒤섞여 이루어진 것을 가리키는 말로도 쓰이고 있기도 합니다. 내 마음 속에 버려야 할 잡동사니는 없는지, 있다면 장마가 오기 전에 말끔히 정리해야겠습니다. 내면을 깨끗이 정리하고 새롭게 시작한다는 것은 또 다른 자아실현이 아닐까 생각해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