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온라인서 댓글을 주고받던 분들을 오프라인서 만났습니다. 반가운 얼굴을 마주 보며 '권커니 잣거니' 하다보니 시간가는 줄 모르겠더라구요. 특별한 주제가 없었던 때문인지 화제가 블로그 댓글에 이르자 "우리말이 너무 어렵다."면서도, "우리라도 올바르게 써야겠다"고 다짐하기도 했습니다. 어느 블로거께서 포스팅한 글에는 "…사돈끼리 만났으니 대포집으로 가서 '권커니 잣커니' 하면서…"하는 구절이 등장하더군요.
     

  • ▲ 김충수 전 조선일보 부국장 ⓒ 뉴데일리
    ▲ 김충수 전 조선일보 부국장 ⓒ 뉴데일리

    서로 술을 권하고 받아 마시며 술을 나누는 모양을 가리켜 '권커니 잣거니 한다'고 합니다. 권커니는 권하거니를 줄여서 쓴 말이겠고, '잣거니'가 문제인데, '잣거니'가 작(酌)에서 온 말 같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이 분은 더불어 권한 잔을 잡는다는 뜻으로 '권커니 잡거니'도 맞다고 말합니다. 요컨대 위 예문에서의 '권커니 잣커니'는 바른 표현이 아니라는 말이지요. 나아가 '권커니 자커니' '권커니 작커니' '권거니 잣거니' ‘권커니 잡거니’ 등 중구난방인 말들은 모두 바른 표현이 아니더라구요.
     
    이 말의 변천과정을 살펴봅니다. 1938년 발간된 '조선어사전(문세영)'에는 '권커니 작커니'로 올라있습니다. 여기서 '작커니'의 '작'은 '爵·酌'을 말하는 듯합니다. 그렇더라도 '작하다'라는 말이 없으므로 어원이 될 수 없겠습니다. 이후 1957년 한글학회의 '큰사전'에 '권ㅎ거니 잡거니'로 오른 것은 '술잔을 권하거니 술잔을 잡거니'를 연상한 말 같습니다만 '잡거니'는 억지라는 여론이 있었지요. 1961년 민중서관 '국어대사전'부터 지금의 '권커니 잣거니'로 바뀌어 현재에 이르고 있습니다.
     
    '권커니 잣거니'보다는 소리나는 대로 '권커니 자커니'로 함이 현실에 가깝다고 주장하는 이도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교양 있는 사람들이 두루 쓰는 현대 서울말'을 표준어로 삼고 있습니다. 사람이 말을 만들고 그 말을 자주 쓰다보면 사전에도 올라 표준어 대접을 받습니다. 표준어는 어차피 언중들 간의 '약속'입니다. 현재 '표준국어대사전(국립국어원)' 등 대부분 사전에 올라있는 '권커니 잣거니'가 '계속 술을 나누는 모양'을 나타내는 올바른 표현이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