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장 대역죄인(大逆罪人) ⑭ 

     최정식이 잡혀왔다.
    탈옥한지 석달이 조금 넘은 5월 초에 진남포에서 체포되었다는 것이다.
    그동안 나는 한번 재판을 받았는데 최정식이 잡혀오는 바람에 결심은 7월로 연기 되었다.

    감옥 안에서는 바깥세상과 단절이 되어서 나는 내가 사형 당했다는 신문기사를 뒤늦게 읽기도 했고 아버지가 내 시체를 찾으려고 사흘 동안이나 감옥 앞에 서 계셨다는 말도 들었다.

    이것도 나중에 들었지만 아내가 인화문(仁化門) 밖에 엎드려 상소를 했다가 거부되자 법부(法部), 중추원에까지 청원을 한 것도 알았다.

    그러나 어찌 할 것인가?
    나는 박돌팍의 말을 들은 후부터 초연해지려고 노력했다.
    그러자 내가 얼마나 미미한 존재인가도 깨닫게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기를 쓰면 쓸수록 더 비참해진다는 것도 자연스럽게 느껴졌다. 
    가능한 한 내가 빨리 처형을 당해야 내 가족, 내 친지들의 고통을 조금 덜어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7월 초, 재판정에 나가섰을 때 나는 생자필멸(生者必滅)을 속으로 몇 번이나 말했는지 모른다.

    「모두 이승만의 계획이었소.」

    재판장 앞에 선 최정식이 당당하게 말했다.
    반년 만에 만난 최정식은 조금 여위었지만 기력이 있었다. 아직 생(生)의 미련이 많은 것 같다.

    평리원(平理院) 재판장 홍종우(洪種宇)는 잠자코 듣기만 했고 최정식이 말을 잇는다.
    「총을 가져온 것도 이승만이오.」

    맞는 말이었으므로 나는 잠자코 서서 앞쪽 돌계단만 보았다.
    옆에 선 최정식의 거친 숨소리도 들린다.

    「나는 그저 따라갔을 뿐이오.」

    그때 홍종우가 옆쪽에 대고 묻는다.
    「그대가 말해보라. 누가 총을 쏘았나?」

    머리를 든 나는 옆쪽에 선 간수 복장의 사내를 보았다.
    낯이 익은 사내였지만 누군지 기억이 안난다. 그러자 간수가 대답했다.
    「예, 저분이오.」
    간수가 손가락으로 최정식을 가리켰다. 시선도 똑바로 부딪치고 있다.
    「저분이 앞장서서 소인을 쏘았습니다.」

    「그럼 저 사람은?」
    하고 홍종우가 눈으로 나를 가리키며 묻자 간수가 대답했다.
    「총에 맞아 넘어진 소인한테 괜찮느냐고 묻더니 다시 미안하다고 소리치며 달아났소이다.」

    그러자 좌우에 선 간수, 순검, 구경나온 재판관까지 수근거렸다.
    홍종우가 손을 들자 재판장은 조용해졌고 다시 서기(書記)의 목소리가 울렸다.

    「이승만한테서 압수한 육혈포에는 총탄 6발이 다 들어 있었습니다.」
    「알았다. 오늘은 이만.」
    하고 홍종우가 자리에서 일어섰으므로 재판이 끝났다.

    어깨를 늘어뜨리고 선 나에게로 최정식이 머리를 돌렸다.
    눈의 흰창이 조금 붉어져 있다.
    「승만, 미안하네.」
    「사실대로 말씀하신 것 아니오? 미안하다니. 당치도 않소.」

    그리고는 내가 서둘러 덧붙였다.
    「다음에 재판장이 나한테 물으면 총을 내가 가져왔다고 확실하게 말하리다.」

    총은 아직 잡히지 않은 최학주가 가져 온 터라 최정식에게 불리했다.
    최정식의 식객인 최학주가 떡보자기 안에 권총을 숨겨 온 것까지는 다 밝혀졌기 때문이다.
    주시경까지 연루시킬 수는 없었으므로 내가 최학주에게 시킨 것으로 주장하리라.

    그때 간수 하나가 나에게 다가오더니 내 포승 줄을 잡았다.
    「자, 갑시다.」
    간수는 나를 옆쪽 문으로 밀었다.
    들어올 때와는 다른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