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이 말은 '철딱서니 없이 아무에게나 함부로 덤비는 짓'에 비유해서 쓰이는 속담이지요. 이 속담이 가지고 있는 뜻은 누구나 잘 알면서도, 그 내용 중에 등장하는 '하룻강아지'를 '태어난 지 하루밖에 안 된 강아지'로 그릇 알고 있는 사람이 의외로 많습니다.

  • ▲ 김충수 전 조선일보 부국장 ⓒ 뉴데일리
    ▲ 김충수 전 조선일보 부국장 ⓒ 뉴데일리

    비슷한 낱말이 들어간 "하룻비둘기 재 못 넘는다", "하룻망아지 서울 다녀오듯"하는 속담을 아는 분들은 아마도 '하룻강아지'의 의미를 알고계실 듯합니다. 태어난 지 하루밖에 안된 비둘기나 망아지가 고개를 못 넘고 서울나들이를 못하듯이, 갓 태어나 눈도 못 뜬 강아지가 호랑이에게 덤빈다는 건 상상을 초월한 말이지요. '하룻~'을 살펴보겠습니다.

    조항범(趙恒範) 충북대학교 교수는 "'하룻강아지'는 ‘하릅강아지’가 변한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하릅'은 요즘 사람들은 잘 쓰지 않지만, 소나 개·말 따위 동물의 한 살을 나타내는 말입니다. 그러니까 '하릅강아지'가 변한 '하룻강아지'는 한 살 된 강아지를 가리키는 말이지요. '하룻비둘기''하룻망아지' 등도 한 살 정도 된 비둘기‧망아지겠습니다.

    조교수 주장대로 '하룻강아지'가 '하릅강아지'로부터 변형된 용어이고, 이것이 '한 살 된 강아지'를 의미한다면,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라는 속담은 “한 살 된 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라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개에게 있어 생후 일 년이면 천방지축 까불고 겁 없이 짖어댈 때이니 '범' 무서운 줄 모를 게 당연하다 하겠습니다.

    참고로 실제로는 거의 쓰이지 않으면서도 사전에는 등재되어있는 '하릅(지방에 따라 '한 습')-한 살'과 같이 짐승의 나이를 세는 용어에는 두습-두 살, 사릅(세습,사습)-세 살, 나릅(네습)-네 살, 다습-다섯 살, 여습-여섯 살, 이릅-일곱 살, 여듭-여덟 살, 구릅(아습)-아홉 살, 담불(열릅)-열 살 등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