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고등학교 때부터 다정하게 지내던 40년 지기가 있습니다. 웬만한 동기간보다, 아니 어떤 면에선 배우자보다 더 맘편한 친구더군요. 워낙 친하다보니 작은 일에도 토닥토닥 잘 다투고 금방 풀려 화해도 잘하더라구요.

  • ▲ 김충수 전 조선일보 부국장 ⓒ 뉴데일리
    ▲ 김충수 전 조선일보 부국장 ⓒ 뉴데일리

    "내가 니 등살에 몬산다." 친근감에 사사건건 걱정하는 친구에게 쏘아붙인 말입니다.
    친구의 '등살'에 못살 정도라면, 그 친구 등의 살을 좀 빼게 하면 될텐데~. '등살'은 등에 붙어있는 근육을 가리키는 말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경우에는 "아내 '등쌀'에 못 이겨 담배·술 다 끊었다."처럼 '몹시 귀찮게 구는 짓', 즉 '등쌀'이라고 적어야 합니다. 등에 붙어있는 근육인 '등살'과 발음은 같지만 표기는 다른 것입니다.

    한글맞춤법 규정은 '한 단어 안에서 뚜렷한 까닭 없이 나는 된소리는 다음 음절 첫소리를 된소리로 적는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ㄴ, ㄹ, ㅁ, ㅇ받침 뒤에 나는 된소리 '잔뜩' '훨씬' '듬뿍' '몽땅' 따위를 말합니다.

    위 예문에 나오는 '등쌀'의 경우에도 '몽땅' '엉뚱'처럼 뚜렷한 이유없이 된소리가 나기 때문에 '등쌀'이라고 적어야 하는 것이지요.

    한글맞춤법의 또 다른 조항에는 '둘 이상의 단어가 합쳐졌거나 접두사가 붙은 단어는 각각 그 원형을 밝혀서 적는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등 근육을 말하는 '등살'의 경우 '등'과 '살' 두 단어가 합쳐진 말이므로 그 원형을 밝혀서 '등살'로 적으며, 발음은 똑같이 '등쌀'로 합니다.
    <덧글> 경상도 분들이 '쌀'을 '살'이라고 발음하는 것과는 별개 이야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