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스런 배타성---'글로벌 고아(孤兒)'

김유미 | 최종편집 2010.03.26 10:42:00

5. 배타성


"한국인이 다 해낼수 있다"는 허상

“한국은 일본과 비슷해 걱정이 된다.”
“일본은 최고의 위치에 올랐을 때 더 이상 무엇인가를 할 수 없었다.”
“한국이 일본과 비슷해 걱정이 되지만 그래도 일본보다는 덜 배타적이라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서울에서 열린 '제 3회 세계 경영연구원 포럼' (2010.1.19)에 참석하여 강연을 한 하버드 대학 경영학 교수, Charles Christenson은 이런 지적을 하면서 한국은 현재 일본의 경제가 추락하고 있는 주된 원인을 예리하게 주시하고 분석해 볼 필요성이 있다는 것을 강조하였다 합니다.

Christenson교수는 미국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경제학계의 대부입니다.
그가 한국의 경제상항을 일본에 비교하며 “배타성”을 운운한 것을 우리는 간과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한국이 경제 성장을 하면서 조심할 것은 모든 것을 한국인이 다 해낼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




아직도 씨족-부족사회 수준의 '배타성'

그는 한국의 기업인들에게 타국의 인재들이 한국 회사에서 일을 할 수 있고, 또 타국의 사업가들이 한국에서 창업하고 싶다고 느낄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줘야 한다는 점을 언급하였다.
그의 지적 하나 하나를 종합해 보면 타 민족에 대한 '배타성'이 경제성장에 걸림이 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하겠습니다.
그는 싱가포르가 일본이나 한국에 비해 배타성이 비교적 덜한 것이 비교적 빠른 속도로 경제 성장을 이룩하는 이유 중의 하나라고 하였습니다. 

외국, 외국인은 고사하고 다른 마을이나 지역에게 배타심을 가지는 태도는 씨족, 부족 사회 의식 수준입니다. 만약 아직까지도 한국사회에 도, 또는 시 별로 차별 의식이 잔재해 있다면 우리는 하루 빨리 이 낙후된 의식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낙후된 사회의식이야말로 선진화의 걸림돌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낙후된 의식에서 벗어난다는 것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닙니다.
더군다나 긴 세월 단일민족으로 살아온 우리에게는 나와 다른 언어를 구사하는 사람들, 나와 피부 색깔이 다른 사람들에게는 거의 무의식적으로 느끼는 거부감이 잠재해 있습니다.

흑인들의 차별 장벽 깨기

남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바로 나 자신의 이야기 입니다.
내가 미국학교에서 교사 생활을 시작했을 때,  점심시간에 흑인 선생님들과 어울려 함께 식사를 하는 게 거북했던 느낌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그러나 세월이 지나가면서 나는 흑인 선생들과도 친해졌고 Edna라는 선생과는 점심시간에 설렁탕을 먹으러 한국 식당에 함께 다니기도 했습니다.

1960년 2월 1일 미국 Greensboro, North Carolina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흑인 대학생 4명이 Wooolworth's 식당에 들어가 카운터 앞에 앉았습니다.
그 순간까지 그 카운터 앞 의자에 흑인들이 앉아본 적이 없었습니다.
흑인 학생들은 음식을 주문했지만 식당에서는 그들에게 서브하기를 거절했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포기하지 않고 계속 그 식당에 가서 똑같은 stool에 앉았고, 사흘이 지나자 66개 stool중에 63개를 흑인 학생들이 차지하고 앉았습니다.

방학이 되자 그 네 명 중에 한 명인 McNeil이라는 학생이 집에 가기 위해 버스를 타면서 흥미로운 것을 발견합니다. Philadelphia 버스정류장에서 무엇이든 사 먹을 수가 있는데 비해 Maryland, Virginia주 버스정류장에서는 핫도그도 사 먹을 수 없었습니다.

“사람은 똑같은 사람인데 지역에 따라 대우를 다르게 받는다는 것”

이것은 법적인 문제가 아니라 문화 성숙도의 문제라 판단한 그는 친구들과 함께 평화적인 인권운동을 하기 시작합니다.
이것이 계기가 되어 학생들의 평화 시위가 지속되었고, 결국 여섯 달 후 Woolworth's 식당은 흑인에게도 음식을 서브하게 됩니다.
50년이 지난 지금, 그 식당은 문을 닫았지만 그 흑인 학생들이 앉아서 음식을 주문했던 4개의 stool과 식당 카운터 모델이  Smithsonian 박물관에 기증되어 전시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흑인들뿐 아니라 유태인들도 심한 인종차별을 당했습니다.
50년 전만 해도 미 동부 백인들 동네 주택가에는 “개와 유태인은 환영하지 않는다”는 푯말이 공공연하게 나붙어 있었다합니다.
그 당시 흑인과 백인은 버스 좌석 칸이 다르고 타고 내리는 문도 달랐는데, 유학 온 한국학생들은 백인 칸에 탈 수 있었던 것이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황색인종을 흑인으로 취급하지 않은 것이 천만다행이었다 말 합니다. 아마 그 당시 한인 유학생들의 이런 미묘한 심정은 직접 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상상하기 힘들 것입니다.

한국에 유학한 터키학생의 경우

미국도 이렇게 수많은 인종적 문제를 거쳐 왔습니다.
지금도 물론 인종 문제에서 완전히 자유스러워 진 건 아니지만 그래도 이 지구상 그 어느 곳보다 여러 민족의 다양성을 인정하는 나라가 미국입니다. 풍부한 자원도 큰 몫을 차지하지만 어쩌면 다문화, 다민족에게 보다 일찍 문을 열었다는 게 미국을 최강국으로 만든 동기였는지 모릅니다.
지금은 어느 나라에서 온, 어떤 살색의 사람이든 상관없이 부지런하기만하면 설사 영어를 유창하게 하지 못한다 할지라도 부를 누리고 살 수 있는 곳이 미국입니다.

터키 유학생이 한국대학을 졸업하고 신입사원 채용 시험에 합격했는데, 출입국 관리국에서 비자를 내주지 않으며 “네 나라로 돌아가라”는 소리를 들었다는 기사를 한국 신문에서 읽었습니다. 그는 한국 대학들이 외국인 학생들을 유치하려 경쟁하면서, 한국에서 대학을 졸업한 외국인이 직장을 가질 수 없다는 현실이야말로 이율배반이라고 지적하였습니다.

50년 전에 미국에 유학 왔던 한국 사람이 이 기사를 읽고, 자신의 경우와 너무 흡사하다며 본인의 경험을  이야기 했습니다.

50년전 미국 유학 한국학생의 경우

그는 1962년 미국의 Big Ten 대학 중에 하나인 공대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였습니다.
졸업하기 전, 학생들은 학교 게시판에 붙어있는 GE, IBM, FORD 같은 대기업들의 신입사원 채용 광고를 보고 여기 저기 인터뷰를 다녀와 어느 회사에 얼마 월급을 받게 되었다고 신이 나서 자랑을 하는데, 이 한국인 유학생은 인터뷰조차 할 수 없었습니다.
누구나 다 가고 싶어 하는 대기업일수록 채용 자격에 “미국시민이어야 된다”는 조항이 반드시 들어있고, 규모가 작은 회사일지라도 최소한 영주권을 요구하기 때문이었습니다.
교실에 단 한 명뿐인 이 한국인 유학생은 시험 때면 인기가 좋았습니다.  같이 공부하자는 친구들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학교에서 함께 어울려 지내던 친구들은 다 대단한 회사에 취직이 되었지만 그는 취직자리를 구하지 못한 채 시카고로 가 신문에 난 구직광고를 오려들고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직장을 구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한 회사에 취직이 되었습니다.
로켓 부속품을 만드는 회사인데, 졸업한 학교가 엔지니어링으로 유명한 학교이고 그의 성적이 우수해 채용한 것입니다. 그 회사 기술담당 부사장은 몇 달 그를 지켜보더니 이민국에 우리 회사에 이 엔지니어가 반드시 필요하니 영주권을 신청한다고 직접 편지를 보내기까지 했습니다.
그리하여 그는 학생 비자를 임시 고용비자로 변경 할 수 있었고, 나중에 영주권까지 가질 수 있었다며 터키 학생의 경우가 바로 50년 전, 자신의 이야기와 비슷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외국인 채용에 대한 문제는 어느 나라든 거쳐 가야 하는 “선진국으로 가는 과정” 이라고 말했습니다.

한국인 스스로 느끼는 '사회적 성숙'의 문제

'선진국으로 가는 변화과정'을 우리는 여러 분야에서 실감하고 있습니다.
한국에 나가 동사무소나 구청에 일이 있어 가보면 예전과 달리 신속한 서류 처리와 친절함에 놀라게 됩니다. 뿐 아니라 대한 항공, 아시아나 비행기 승무원의 친절함 또한 돋보입니다.

외국인 채용에 대한 문제 또한 문화적 수준이 올라갈수록 훨씬 오픈 마인드가 되리라 생각합니다.
이제는 누구 때문이 아니고 바로 나 때문에 한국의 위상, 한국의 품격이 성큼 올라갈 수 있도록 이런 책임의식을 느끼고 살아가야 하겠습니다.
개개인이 이런 자세로 살아간다면 대한민국이 수출입 경제규모 13위뿐 아니라 33위에 머물고 있는 국가 브랜드 가치 또한 성큼 올라갈 것입니다.

최근 전경련이 전국 성인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의하면(2009.10.12) 한국이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 '사회적 성숙'이 가장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합니다.
대한민국 국민들 스스로가 '사회적 성숙'을 가장 중요한 문제점으로 꼽았다는 자체가 큰 희망입니다. 
 
김유미 작가의 홈페이지 www.kimyume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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