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잉 반응

김유미 | 최종편집 2010.03.26 10:43:49

4. 과잉 반응

세련된 사람. 매너가 좋은 사람은 행동거지가 경박하지 않습니다.
때로 기분이 언짢은 경우에 처할지라도 단박에 감정 표출을 삼갑니다.
삼킬 것은 삼키고 삭히며 말은 조심스럽게 합니다.



'비빔밥 공방 소동'

비빔밥 칼럼 때문에 많은 한국 사람들에게 공박을 당한 구로다 가쓰히로 씨는 국민일보 기자와의 인터뷰(2010.01.21)끝에 한국인들에게 한마디 충고를 하였습니다.
“한국은 나라가 커지고 위상이 높아졌기 때문에 이제는 외부시선을 의식해야 한다. 매너 면에서 좀 더 심사숙고 했으면 좋겠다.”
그는 “심사숙고” 라는 아주 점잖은 표현을 했지만 실은 이제 나라의 위상이 높아졌으니 말초적 반응은 삼가야 한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라 하겠습니다.

매사에 지나칠 정도로 과민하게, 과잉 반응을 보이는 건 자격지심의 표출이기도 합니다.
사실 가쓰히로 씨가 지적한 대로 한국 사람들은 “일본인들이 한국을 비판하는 건 무조건 듣기 싫어하는 것” 같습니다.
물론 어느 나라사람을 막론하고, 자신에 대하여, 또는 자기 나라에 대하여, 부정적인 언급을 하면 기분 좋을 사람은 없습니다. 하지만 때로는 그 따끔한 비난이나 비판을 되새김질 해보는 성숙함도 필요합니다.
“한국이 싫으면 네 나라로 돌아가라”,  심지어 “사는 곳이 어디냐?” 살해하겠다.” 같은 반응은 지성적인 단련이 제대로 된 사람이 할 수 있는 말이 아닙니다.

'양두구육'

어린애들은 감정을 숨길 줄 모릅니다.
싫으면 싫다 좋으면 좋다가 금방 나타납니다. 이래서 아이들은 순진하다, 천진하다고 합니다.
그러나 어른들 경우는 다릅니다. 어른이 어린애처럼 단순하게 생각하고, 철부지처럼 행동하고, 느끼는 대로 다 말을 한다면 세상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 될 것입니다.

가쓰히로 씨는 한국 사람들이 비빔밥 칼럼에 왜 그리 흥분하는지 이해하기 힘들다면서 '양두구육'이 한국에서는 사기(詐欺)를 뜻하는 것인지 모르지만 일본에서는 유머러스함을 표현 할 때 자주 쓰인다면서 맞선 때 실물이 사진만 못해도 장난스럽게 '양두구육'이란 표현을 쓴다고 하였습니다.

'인민재판'

사실 그가 지적한 “흥분” 이라는 말은 아주 정확한 표현입니다. 
“주한 日 언론인 한식 흠집 내기", “비빔밥 비하 파문”
이런 식의 신문 기사 제목은, 제목 그 자체가 다분히 부정적이고 선동적입니다.
그가 그 글을 쓰게 된 동기라든가 의도가 무엇인가를 미리 잘 알아보고 분석해보는 차분함 전에 무조건 한식 '흠집 내기' 라고 단정을 해버린 것입니다. 

6.25 때 북한군이 쳐들어와 서울을 점령하고 있을 때 이야기 입니다.
그 당시 '인민재판'이라는 게 있었습니다. 학교 선생님, 신문 기자, 경찰관 같은 사람을 잡아 길 한복판에 세워놓고 한 사람이 단상에 올라가 그를 반동분자라고 몰아 부칩니다. 그러면 사람들 속에서 "옳소, 옳소" 소리가 나오고 급기야 누군가가 죽이라고 소리칩니다. 그런 식으로 아주 간단하게 재판은 끝나고 그는 얼마 후, 시체로 발견됩니다.

'감정 절제'

감정을 절제할 줄 모르는 흥분이 모이면 때로 폭도를 만들기도 합니다. 광우병 파동 때 촛불시위가 그 좋은 예입니다. 국회의원들이 허리에 쇠사슬을 묶고 소란을 피우는 것도, 굳은 의지를 표현하겠다며 삭발을 하는 것도, 역시 절제되지 않은 비이성적 감정 노출입니다.

가쓰히로 씨는 “이외수 작가가 야만적인 날고기라 평한 회와 스시도 서양에선 처음에는 비 호감이었다.” 라는 말을 통해 한국인은 '양두구육' 정도가 아니라 일본 음식을 '야만적'이라 표현했음을 간접적으로 지적했습니다.

'최악 도시'

남의 비난이나 비평에 너무 과민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비단 비빔밥 사건만이 아닙니다.
“무질서하게 뻗은 도로, 소련 스타일의 콘크리트 아파트, 끔찍한 대기오염, 영혼도 마음도 없는 지겨운 단조로움이 알코올 중독으로 몰아가고 있다.”
아프리카 여행 정보지에 나온 어느 네티즌의 이 댓글이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여행 정보지 Lonely Planet 게시판에 나왔다 합니다. 이 한 개인의 댓글이 마치 여론조사에 의한 통계인 듯, Lonely Planet이 서울을 세계 최악도시 3위로 꼽았다는 것은 물론 경솔한 처사입니다.
하지만 여기 대해 세계 대 경제국 12위인, 대한민국 수도, 서울시가 “공식 대응하겠다.”고 나섰다는 건, 참으로 듣기조차 민망한 일입니다.

“무질서하게 뻗은 도로”

사실입니다. 서울에서 주소만 가지고 집을 찾아 가기 힘듭니다.
'무궁화 길 303번지' 하면 택시 기사도 길을 안내하지 못합니다. '세무서 옆 골목 두 번째' 이런 식으로 말을 해야 합니다.

“콘크리트 아파트”

이 말도 실은 별로 틀린 말이 아닙니다. 서울을 처음 방문하는 사람이라면 무시무시하게 높은 아파트들이 너무 가깝게 서로 다닥다닥 붙어 서있는 것에 위화감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끔찍한 대기오염”

서울의 대기 오염이 얼마나 심각한 문제인지는 서울 사람들도 늘 언급하는 현실입니다.

세상사람 모두가 한국을 동방예의지국이라 칭송할 리도 없고, 비빔밥 또한 한국의 문화와 얼이 담겨 있는 아름다운 음식이라 여길 리도 없습니다.
개개인의 성격이 다 다르듯 음식 취향도, 도시에 대한 인상도 다 다릅니다. 나에게 정말 맛있는 음식이 다른 사람에게는 정말 삼키기도 힘든 음식이 될 수도 있습니다.
서울이 꼭 다시 가보고 싶은 도시일 수도 있고, 다시는 가고 싶지 않은 도시가 될 수도 있습니다.

'교양인다운...'

“한국에서는 어떤 사안에 대해 사회적 공감대가 이뤄지지 않으면 논쟁이 양극으로 치닫거나 정치적이 되는 경우가 많다. 이번 경우는 좀 교양인다운 논쟁이 벌어졌으면 좋겠다.” (chosun.com 2010.01.01)
'염증 나는 도시와 한식 세계화' 에 대한 영국 더 타임스지 서울특파원. 앤드루 새먼의 말입니다.

한국이 이제 위상이 높아졌으니 "매너에 좀 더 심사숙고 했으면 좋게다"는 일본 언론인의 충고도 “좀 더 교양인다운...” 이라는 영국 언론인의 충고도 우정 어린 충고로 받아들이는 성숙함이야말로 세련된 품격입니다.  


김유미 작가의 홈페이지 www.kimyume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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