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으로 자유의 풍선(삐라)을 날리는 탈북자 이민복氏(대북풍선단 대표)는 2월20일 봉변을 당했다. 강화도에서 풍선을 날리던 중 젊은 장교와 병사들이 총을 꺼내 들고 저지에 나선 것이다. 李대표 설명에 따르면, 『2월 초에도 못하게 말리던 바로 그 사람이었다.』
     
     李대표는 당시 장교에게 『다 날렸다. 마지막 풍선 하나만 날리게 해 달라』고 통사정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대위계급을 달았던 것으로 李대표가 기억하는 이 장교는 이런 저런 규정(規程)을 이유로 풍선을 붙잡고 놔주질 않았다.
     
     결국 李대표는 장교의 손을 밀치고 풍선을 날렸고, 장교는 날아가는 풍선을 향해 『사격하라』며 발포명령을 내렸다. 병사들은 총을 꺼내들고 일제히 사격자세를 취했다. 30m 거리 밖에 날아가는 풍선은 총알 한 방만 맞아도 펑 하고 터질 상황이었다. 화가 치민 李대표는 풍선 날리는 도구로 쓰는 손도끼를 집어 들고 소리를 쳤다.
     
     『어따 대고 총질이야?!...너희가 인민군이야...차라리 나한테 총을 쏴라! 나를 죽여』
     
     李대표는 당시 상황을 이렇게 설명했다. 『아마 총을 쏘는 군인이 있었으면 도끼가 날았을 겁니다. 내가 서슬이 퍼렇게 날뛰니 다행히 군인들은 총을 든 채 굳어져 버리더군요. 살기(殺氣)가 흐르는 일촉즉발의 분위기였죠. 결국 장교가 총을 거두고 병사들에게도 총을 내리라고 말하더군요. 그런데 그 친구 하는 말이 가관이에요』
     
     장교가 李대표에게 던진 말은 『정전협정을 지켜야하지 않아요? 민통선규정을 지켜야하지 않습니까?』라는 것이었다. 李대표는 「정전협정 지키라」는 말에 다시 핏대가 솟아 고함을 질렀다.
     
     『그래! 북한이 그걸 잘 지켜 윤영하 소령을 죽였냐?! 정전협정, 민통선규정 보다 위에 있는 게 헌법이다! 표현의 자유, 종교선전의 자유가 헌법에 있다』
     
     李대표는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다.
     
     『북한정권은 밥 먹듯 어기는 정전협정을 이유로 북한주민 살리자는 대북풍선을 저지하는 장교들은 대체 어느 나라 군인입니까? 이런 일 종종 겪습니다. 할 수 없죠. 군인들이 총으로 위협하면 눈에 안 띄게 날리는 수밖에요. 김정일은 정말 복이 많은 놈입니다. 인민군이 아니라 남조선군대가 앞장서 지켜주고, 막아주니까요. 허 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