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역시 챔피언 김연아였다. 앞서 출전한 아사다 마오(일본)의 선전에 덤덤한 표정으로 경기장에 들어선 김연아 선수는 2분 48초가 순식간에 지나가자 그제야 함박웃음을 지어보였다. 본인이 생각하기에도 만족스러운 경기였다. 객석에서는 기립박수가 쏟아졌다.

  • ▲ 본드걸을 연기한 김연아 ⓒ 연합뉴스
    ▲ 본드걸을 연기한 김연아 ⓒ 연합뉴스

    퍼시픽콜리세움 경기장에서 열린 2010 밴쿠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에 출전한 김연아 선수는 78.50점으로 1위에 올랐다. 기술점수에서 44.70, 프로그램점수에서 33.80을 획득했다.

    김연아에게 실수란 없었다. ‘007 제임스 본드’ 음악에 맞춰 쇼트프로그램을 시작한 김연아는 지금껏 프리스케이팅보다 쇼트프로그램에서 더 강한 모습을 보여 왔다. 이날 경기가 26일 있을 프리 경기보다 중요한 이유이다.

    김연아는 이날 경기에서 점프의 교과서다운 면모를 보여줬다. 세 가지 점프과제를 무난히 수행한데 이어 먼저 기본점수가 무려 10점이나 되는 가장 어려운 점프인 트리플 러츠, 트리플 토루이 콤비네이션 점프를 실수 없이 뛰었다.

    곧이어 기본점수 5.5점의 트리플 플립도 멋지게 점프에 성공했다. 어려운 두 점프를 연속 성공한 김연아는 이어진 레이백 스핀, 스파이럴 시퀀스도 힘든 기색 없이 호소력 짙은 표정으로 음악에 걸맞은 감정을 쏟아냈다.

    마지막 점프인 더블 악셀도 김연아의 ‘장기’로 꼽히는 만큼 완벽한 경기를 보여줘 기본점수 3.5점을 챙겼다. 점프를 완벽하게 마친 뒤 긴장이 풀린 듯 펜스 앞쪽에서 빠른 속도로 ‘스트레이트 라인 스텝 시퀀스’를 어느 때보다 자연스럽게 연기해냈다. 연이은 스핀도 속도나 자세면에서 흠잡을 곳이 없었다.

    한편 이날 경기는 올림픽답게 김연아 선수 외의 다른 선수들의 선전도 눈부셨다.
    김연아에 앞서 출전한 아사다 마오(일본)는 자신의 이번 시즌 베스트 58.96을 넘어선 73.78의 기록으로 2위를 기록했다. 부진을 거듭하던 아사다 마오는 전주에서 열린 지난 4대륙 선수권 대회에서 우승하며 슬럼프에서 '탈출' 했음을 보여준 바 있다.

    경기를 앞두고 갑작스런 어머니의 사망에도 올림픽 '의지'를 밝힌 조애니 로셰트는 71.36점을 기록, 자신의 시즌 베스트를 달성했다. 조애니 로셰트는 연기를 마치자 마자, 감격과 슬픔이 복받쳐 눈물을 하염없이 쏟아냈다. 관중들도 개인적인 아픔을 딛고 올림픽에서 좋은 성과를 낸 조애니 로셰트에게 큰 박수와 환호를 보냈다. 이날 경기의 마지막으로 참가한 안도 미키는 64.76점을 기록해 자신의 시즌 베스트 66.20에도 못미치는 결과로 4위를 기록했다.

    우리나라의 곽민정 선수는 53.16점을 얻어 16위를 차지해 상위 24명에게 주어지는 프리스케이팅 경기에 참가하게 됐다.

    금메달을 향한 마지막 담금질, 피겨 여제 김연아의 프리스케이팅 경기는 26일 열리게 된다.